열쇠를 돌려 자동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던 시절을 기억하시나요? 당시에는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상이었는데요.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 됐습니다. 스마트키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이를 대체하고 있으니까요.

자동차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더 안전한 차, 더 빠른 차를 만들던 시대를 지나 운전자 없이 달리는 차, 기름 없이 주행하는 차가 나오고 있어요. 미국의 한 벤처기업은 하늘을 나는 차를 만들고 있습니다. 참고로 토요타는 지난해 미국에서 접을 수 있는 자동차 날개의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자동차 키(Key) 역시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이 단순한 부품도 진화를 거듭하며 자동차 산업 발전과 그 궤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자동차 만큼이나 ‘기술 폭풍 성장’을 거듭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죠.

자동차 키가 언제 처음 등장했는지는 정확한 사실 파악이 힘들다고 합니다. 헨리 포드가 혁신을 일으키기 전까지 딱히 ‘열쇠’가 필요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 자동차 키의 진화 과정. 왼쪽 첫 번째는 일반 키, 두 번째는 문을 열고 닫는 기능만 무선으로 할 수 있는 키, 세 번째는 보편화된 무선 스마트키다. / 출처 = 현대모비스 사보

1940년대 후반에 들어서야 미국의 크라이슬러가 키를 꽂아 돌려서 시동을 거는 방식을 차에 적용했습니다. 키를 꽂지 않고 무선으로 차를 여는 기술이 개발된 것은 1980년대라고 해요. 80년대 후반 메르세데스-벤츠가 지금의 리모콘 키와 비슷한 기술을 양산차에 선보였습니다. 자동차 키가 오늘날과 비슷한 수준으로 진화하는 데 100여년이 걸린 셈입니다.

현재를 대표하는 자동차 키의 모습은 ‘리모트 키’와 ‘스마트 키’로 대표됩니다. 저주파 통신 기능이 추가돼 차량과 키 사이의 위치 파악이 가능해지고, 차에서 멀리 떨어져서도 문을 잠그거나 열 수 있는 것 정도로 요약되죠. 카드 모양의 키, 버튼식으로 비밀번호를 누를 수 있는 방식 등도 존재합니다.

그간 자동차 키 기술력을 둘러싼 화두가 ‘더 편하게’ 였다면 미래에는 ICT 기술과 얼마나 융합할 수 있느냐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스마트폰의 발전을 보면 자동차 키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이미 현대모비스 등 글로벌 업체들은 ‘지문인식 스마트키’와 ‘근거리 무선통신(NFC) 스마트키’ 등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도어 핸들에 지문인식 기능을 넣는다거나, 스마트폰을 차량 내 무선충전기에 놓으면 운전자를 인증하고 시동을 거는 것 등입니다. 자동차 키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에 힘이 실리는 배경입니다.

▲ 자료사진. 다양한 종류의 스마트키가 전시된 장면. /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콘티넨탈 역시 가까운 미래에 NFC 기술을 통합해 스마트폰으로 운전자를 인증하는 기술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스마트폰으로 타이어 공기압, GPS 데이터, 연료 잔여량 등도 확인할 수 있게 되죠. 카셰어링 차량 등을 중심으로 ‘디지털 키’ 상용화 포문도 열어둔 상태입니다.

자동차 업계에 ‘앞으로의 10년이 과거 100년의 진화를 뛰어넘을 것이다’라는 말이 많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조만간 주머니에 키를 넣고 다니지 않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최소한 키를 못 찾아 약속 시간에 늦는 일은 사라질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