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시계의 비밀은 다이얼 아래쪽에 자리한 두 개의 창에 있다. 출처=에르메스

뭐든지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한 세상에서 기다림의 즐거움이 점점 잊혀지고 있다.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해 상대가 언제 올까 두근대며 연신 출입문을 바라보던 건 까마득한 옛일만 같다. 이제는 카카오톡으로 어디쯤 오는지 물어봐야 직성이 풀린다. 인터넷에서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을 구입한 뒤 택배 기사님을 오매불망 기다렸던 것도 다 지난 얘기다.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배송 현황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3월 열린 바젤월드 2017에서 현대인들이 그동안 잊고 살던 기다림의 즐거움을 상기시켜주는 시계가 등장했다. 에르메스의 슬림 데르메스 레흐 앙파시앙뜨(Slim d’Hermès l’heure impatiente)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 슬림 데르메스 레흐 앙파시앙뜨. 출처=에르메스

레흐 앙파시앙뜨(l’heure impatiente)는 우리말로 ‘참을 수 없는 시간’이라는 뜻이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슬림 데르메스 레흐 앙파시앙뜨는 기다림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컴플리케이션으로 표현한 시계다. 일명 기계식 모래시계 기능을 탑재한 이 시계는 설정한 시간에 작은 종소리로 시간을 알려준다. 단순한 알람 시계가 아니냐고 묻는다면 ‘전혀 다르다’고 대답하겠다. 비밀은 다이얼 아래쪽에 자리한 두 개의 창에 있다. 예를 들어, 7시에 사랑하는 사람과의 약속이 있다고 가정하자. 먼저 9시 방향의 푸시 버튼을 눌러 레흐 앙파시앙뜨 기능을 실행한 뒤, 4시 방향의 크라운을 돌려 4시와 5시 사이에 있는 동그란 창의 바늘을 7에 맞추면 된다. 조정은 끝났다. 약속 시간 한 시간 전인 6시가 되면 부채꼴 모양의 창이 제 기능을 하기 시작한다. 바늘이 60부터 0까지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흘러가며 음표 모양에 도달한 순간 ‘딩’하는 차임 소리로 약속된 시간이 왔음을 알려준다. 시곗바늘이 음표를 향해 다가갈수록 얼마나 두근댈지 상상만으로도 설렐 지경이다. 에르메스가 이렇게 독특한 방식으로 시간을 요리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엔 시간을 멈출 수 있는 시계 ‘아쏘 타임 서스펜디드’를, 2014년엔 원할 때만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시계 ‘드레사지 레흐 마스케’를 선보여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슬림 데르메스 레흐 앙파시앙뜨는 기능뿐만 아니라 디자인 또한 주목할 만하다. 직경 40.5mm의 로즈 골드 케이스는 에르메스 스트랩 공방에서 자체 제작한 악어가죽 스트랩과 어우러져 고급스럽고 우아한 인상을 전한다. 여기에 그래픽 디자이너 필립 아펠로아의 타이포그래피가 돋보이는 인덱스를 사용해 차별화된 매력 또한 놓치지 않았다. 사파이어 크리스털 백 케이스를 통해 오토매틱 무브먼트가 움직이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무브먼트 H1912 칼리버  기능 시, 분, 레흐 앙파시앙뜨  케이스 로즈 골드  스트랩 악어가죽  가격 미정

 

▶ 지구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계 집결지 [타임피스 서울투베이징 홈페이지]

▶ 타임피스 서울투베이징  공식 포스트 [타임피스 서울투베이징 N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