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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주의 워치블랙북] 지구에서 가장 단단한 시계억셈의 미학, 지샥(G-SHOCK)
   
▲ 출처=지샥

1980년대 초, 미국 TV에 기상천외한 광고가 전파를 탔다. 단순한 디자인의 검은 전자시계가 등장하는 광고. 공상과학 영화에 등장할 법한 음향 효과와 극적인 해설, 그리고 그와 함께 아이스하키 선수가 슛을 쏘아 올렸다. 탕-! 하는 소리가 들려온 뒤 골키퍼의 장갑에 쥐어져 있는 물건. 지샥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아이스하키 퍽을 대신해도 깨지지 않는다.”라는 슬로건. 어처구니없는 광고였다.

미국 사람들은 이 말도 안 되는 슬로건 때문에 시계에 대한 믿음 이전에 불신을 품게 되었다. 결국 불신은 쌓여 원성이 되었고 ‘과대광고가 아니냐.’라는 강력한 항의로 인해 시계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직접 검증을 받는 상황에까지 몰리게 되었다. 3억 인구가 보는 가운데 검은 전자시계는 아이스링크라는 이름의 단두대에 올려졌다. 검증인으로는 내셔널 하키 리그의 프로 하키 선수가 초빙됐다. 검증의 시작을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선수는 하키 퍽을 대신해 시계를 힘차게 후려쳤고 방송을 진행하는 사회자는 시계를 확인하기 위해 카메라를 대동해 시계를 향해 다가갔다. 카메라에 비친 시계는 멀쩡했다. 당시의 시간을 정확하게 가리킨 채로. 미국에서는 지샥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 지구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계 집결지 [타임피스 서울투베이징 홈페이지]

 

전쟁이 일어나면 꼭 갖고 있어야 하는 시계

   
▲ 최초의 지샥 DW-5600C. 출처=지샥

해당 사건을 계기로 미국 내 마켓에서는 G-SHOCK 품귀현상이 일어났다. 그도 그럴 것이, 검증 프로그램에서 하키 선수의 실험 외에도 트럭으로 시계를 밟고 지나가는 등의 상식을 벗어난 슬로건에 맞는 상식을 벗어난 실험을 진행했고, 번번이 시계가 멀쩡했기 때문이다.

지샥은 미국 사람들, 나아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시계’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지금도 주변의 시계 애호가들은 지샥을 하나쯤 꼭 가지고 있다. 롤렉스를 좋아하는 사람도, 파텍필립의 드레스 워치를 사랑하는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휴전국가인 한국에서는 지샥에 대한 가까움이 더욱 특별하다. 한국의 시계인이 모이는 자리라면 꼭 나오는 ‘전쟁이 나면 어떤 시계를 찰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예외 없이 만장일치의 답변이 나오는 것이 바로 지샥이다.

실제로 미국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 씰의 시계이며 세계의 특수부대 대원 대부분이 지샥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그 외에도 경찰특수부대 SWAT와 조종사, 소방사 등 다양한 극한 직업군에서도 월등한 인기로 사랑받고 있다.

여담으로 한 시계 매체에서 다이버 시계와 관련한 취재를 하며 현역 다이버에게 이렇게 물은 바가 있다. “블랑팡 피프티패덤즈와 롤렉스 서브마리너, 오메가 씨마스터 중 어떤 시계를 다이빙할 때 착용하실 건가요?” 그의 대답이 걸작이다. “만약 내가 자살하고 싶어진다면 그렇게 할 거요. 나는 지샥을 착용하겠소.”

 

끝내주는 터프가이

   
▲ 이베 키쿠오. 출처=G-Street

지샥의 개발은 1981년에 시작되었다. 아버지에게 졸업선물로 받은 카시오 계산기가 땅에 떨어져 박살이 나는 것을 경험한 20대 청년 이베 키쿠오는 이후 카시오사에 입사하여 절대로 망가지지 않는 시계를 만들겠다는 기획안을 회사에 제출했다. 끈끈한 동료인 마쓰다 유이치와 디자이너인 니카이도 타카시를 영입해 20대의 세 젊은이들이 뭉쳤고 카시오 내에서 팀을 결성한다. 바로 <팀 터프>다.

이들은 시계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을 다른 기능보다도 오로지 충격 대비에 포커스를 맞춰 설계했다. 그들의 목표는 <트리플 텐>. 10m의 충격에서도 손상이 없을 것, 10기압의 방수 사양을 갖고 있을 것, 최소 10년 동안 작동할 것이라는 가혹한 조건이다. 20대 젊은이들의 패기 넘치는 도전에 카시오사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후에 이 지원은 카시오 사 최대의 현명한 선택으로 남게 된다.

   
▲ 지샥의 항충격구조. 출처=지샥

겉보기엔 유순하게 보이지만 이베는 그 누구보다 터프한 정신을 갖고 있었다. 직접 3층 높이의 화장실에서 시계를 떨어뜨리는 등 변태적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헤아리기도 아득한 실험과 시도가 이어졌다. 그리고 2년 후인 1983년, <팀 터프>는 최초의 지샥 모델인 DW-5600C를 출시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아이스하키 퍽을 대신할 수 있다는 도전적인 광고로 미국에서부터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사람들에게 더욱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상공의 헬리콥터에서 시계를 떨어뜨린 뒤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관중들 앞에서 쓰레기 트럭으로 뭉개버리기도 했다. 시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였음은 물론이다.

이베의 깨진 시계는 G-SHOCK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 했다. G-SHOCK의 G는 중력(Gravity), SHOCK는 말 그대로 충격을 의미한다. 떨어뜨려도 절대 깨지지 않는 시계를 만들겠다는 그의 터프함이 묻어있는 이름이다. 지샥은 지금까지도 <전설의 하무라 시설>이라고 불리는 카시오사의 제작 시설에서 새로운 기준을 갱신하는, 더욱 튼튼한 시계로 거듭나기 위해 고문에 가까운 실험을 견뎌내고 있다.

 

극적인 사유재산

   
▲ 에미넴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지샥. 출처=핀터레스트

지샥을 소유하고 있는 셀러브리티는 누가 있을까? 솔직히 답변하자면 ‘남자 셀러브리티 거의 대부분’이 되겠다. 그중에서도 칸예 웨스트나 에미넴, 저스틴 비버가 지샥을 사랑하기로 유명하며 일본, 한국할 것 없이 지샥 마니아인 셀러브리티는 어디에나 있다. 드라마, 영화, 만화 어디에도 지샥이 등장하지 않는 곳을 찾기가 힘들다. 주목할 점은 이들이 차고 등장한 지샥은 대부분 개인소유의 시계라는 점이다.

에미넴은 “롤렉스를 차기엔 부담스러워서 평소에는 지샥을 찬다.”라고 직접 밝힌 바도 있다. 지샥이 롤렉스에 무시당한 게 아니냐고? 지샥이 왜 만들어졌는지 잘 생각해보라. 밀리언 달러의 남자도 지샥이 태어난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지샥을 차고 다닌다.

   
▲ 지샥 x 마틴 마르지엘라 GA-300. 출처=지샥

그 외에 마틴 마르지엘라 등 유수의 브랜드가 항상 지샥과 함께 콜라보를 시도하고 있다.

시계 브랜드의 왕관, 최고봉을 차지하고 있는 롤렉스. 판매량과 역사는 물론이며 디자인까지 롤렉스는 완벽하다. 그리고 롤렉스가 튼튼함에 있어서도 독보적이라는 데에 동의한다. 하지만 지구 상에서 가장 튼튼하다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롤렉스로 하키를 한다면? 글쎄. 시계가 과연 멀쩡할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각자 다른 기호를 갖고 있지만 지샥만큼은 모든 시계 애호가와 일반인들의 기호를 넘어서는 필수품으로 존재하고 있다. 필수품인 만큼 그들 중 다수가 지샥을 실제로 보유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자, 이제 당신은 가장 극한 상황에, 예를 들어 멸망을 앞둔 지구 위에 서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시계를 착용하겠는가?

 

<참고문헌>

G-SHOCK, G-STREET, K'LEKT, Gear patr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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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주 시계 전문 페이지 <블랙북> 운영자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7.05.03  11:3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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