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지주의 본래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정식 명칭이다. 사명에서도 느껴지듯이 한국금융지주의 출발점은 다름 아닌 ‘투자’에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한국금융지주의 주력 자회사라는 점에서 중요하지만 한국금융지주가 투자은행(IB)으로서의 최종 모습을 갖추게 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저축은행, 한국투자파트너스, 한국투자캐피탈, KIARA(싱가포르 헤지펀드)를 완전 자회사로 소유하고 있으며 이밖에도 에너지·인프라 전문 사모펀드(PEF)인 EQ파트너스(지분율 94.5%), 한국카카오은행(58.0%)을 주력 자회사로 두고 있다.

▲ 출처:한국금융지주

주력 자회사들의 지난해 세전이익 구성을 보면 한국투자증권이 2723억원(별도 기준)으로 전체 세전이익인 4036억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저축은행이 484억원, 한국투자증권의 자회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이 339억원, 한국밸류자산운용이 177억원을 기록하고 있으며 Q한국투자캐피탈과 EQ파트너스가 각각 326억원, 274억원을 기록했다.

한편, 지난해 한국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은 2711억원으로 직전년도 대비 16.3% 감소했다. 한국금융지주의 실적이 부진한 이유는 수익의 67%를 차지하는 한국투자증권의 당기순이익이 감소, 인터넷전문은행이 카카오뱅크의 영업 개시 전 당기순손실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는 한국금융지주의 실적에 대해 한국투자증권의 성공적인 수익구조 다변화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아울러 여타 계열사들 간 협업을 통한 다양한 상품개발 및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는 한국금융지주의 경쟁력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금융지주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8.5%로 직전년도 10.8%에서 하락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유상증자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초대형 IB로의 도약을 위해 한국투자증권이 자기자본 4조원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금융지주는 ROE 기준 대형금융사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해 한국금융지주의 ROE는 8.3% 전망되고 있다. 초대형 IB로의 변화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도 계열사들의 고른 성장이 예상된다는 점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다만, 모든 환경이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우선 성장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는 카카오은행의 본격적인 영업이 내달 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순이익에 대한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남구 부회장, 역사를 새로 쓸 것인가

‘그림자 경영’으로 유명한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은 지난 2003년 동원금융지주(한국금융지주 전신)의 거래소 상장 후 동원그룹과의 계열분리를 마쳤다. 이후 그의 아버지인 김재철 회장의 가르침을 따라 한국투자증권 인수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 [출처:한국투자증권]

동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합병의 시너지는 빛을 발했고 이는 김 부회장을 지금 이 자리에 서게 했다. 물론 두 증권사의 합병 결과가 바로 탄탄대로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문화가 다른 두 기업이 만나면 반드시 부작용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부회장의 경영방식은 인재가 그 중심에 있기에 달랐다. 쉽게 말해, 김 부회장은 조직과 구성원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기다릴 줄 아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의 10연임 배경에도 바로 김 부회장이 존재한다. 이를 보면 현재 한국금융지주와 그 계열사들의 기업문화는 김 부회장의 인재경영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듯하다. 이를 보면 ‘올해’ 한국금융지주의 실적은 큰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실적의 좋고 나쁨을 떠나 장기적 관점에서 계획을 짜고 우직하게 추진하는 김 부회장의 스타일은 ‘한 해’만 살고자 하는 경영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지주는 증권업을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비증권업의 수익성을 강화했다. 이제는 은행과 함께 초대형 IB로의 출범을 앞두고 한국‘투자’금융지주라는 이름을 되새기게 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김 부회장만의 노력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모든 구성원들의 힘이 현재의 한국금융지주를 만든 것이다. 그 힘은 먼 훗날 현재의 한국금융지주가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 원동력이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