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투자증권의 실적 부분에 있어서 눈여겨볼 부분은 IB부문이다. 현재 한국투자증권은 IB부문 강화를 위해 부동산 등 대체투자에 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는 한국투자증권이 글로벌 IB를 향한 ‘승부수’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지난해 12월 한국투자증권은 임원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IB영업 강화를 위해 대체투자 및 부동산투자를 담당하는 프로젝트금융 2본부를 신설하고 기존 FICC(채권, 외환, 원자재) 본부를 매크로 트레이드 본부로 확대 전환했다.

프로젝트금융2본부 신설로 IB그룹은 IB1, 2본부, 프로젝트금융1, 2본부와 퇴직연금본부 등 5개로 늘었으며 김성환 IB그룹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함에 따라 각 본부장 체제로 전환됐다.

▲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부사장 [출처:한국투자증권]

김성환 부사장은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의 부동산 PF 성장의 주역이다. 한국투자증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거래규모는 지난 2012년 6조4000억원에서 2016년 23조8000억원으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PF Loan, PF 유동화(ABS 및 ABCP 등), 셀 다운(Sell Down) 방식의 부동산 PF 유동화 분야에서도 수익구조를 다변화했다.

▲ 출처:한국금융지주

이 중 셀 다운 방식 PF는 지난해 처음으로 2조3000억원의 거래가 발생했다. 이 방식은 설정된 실물펀드(주로 상업용 부동산) 매입 확약을 통해 인수 후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PF서비스로 또 다른 수익구조를 확보했다는 데 있다. 이는 대체투자(AI) 확대를 통해 글로벌 IB에 한걸음 다가서겠다는 한국투자증권의 목표에 미약하지만 부합하는 부분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부동산PF 거래 확대로 이 부문에서 지난해 1173억원의 역대 최고 순영업수익을 달성했다. 지난 2012년 343억원 대비 연평균 성장률은 무려 38.8%에 달한다.

▲ 출처:한국금융지주

또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에만 벨기에 브리쉘 타워, 폴란드 아마존 물류센터, 일본 야마구치 태양광 발전사업, 호주 캔버라 빌딩, 싱가포르 에어 항공기와 올해는 프랑스 노바티스 파리 사옥 등 해외 실물부동산 및 대체투자 부문에서 재매각을 성사시키는 저력을 보여줬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도 김성환 부사장을 중심으로 부동산PF을 포함한 IB 강화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이뿐만 아니라 김 부사장은 한국투자증권의 기획총괄을 맡아 차기 CEO로서의 역량을 검증받을 전망이다.

▲ 출처:한국금융지주

한국투자증권 내에서 기획총괄 부사장은 회사 전체의 사업을 관리하고 기획하는 자리로 영업 측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임원이 그룹 최고 경영진에 오르기 위한 관문의 자리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이 한국투자증권을 한 단계 도약시킬 인물로 김 부사장을 지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의 우리은행 지분인수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왜 투자 ‘은행’인가

지난 3월 한국투자증권과 우리은행 컨소시엄은 수도권 제2외곽순환도로 북부 구간 일부인 포천에서 화도 민자도로의 금융주선 기관으로 선정됐다. PF 규모는 총 8000억원으로 한국투자증권과 우리은행이 절반씩 분담한다.

이 PF가 한국투자증권에 중요한 이유는 우리은행의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의 노하우를 흡수했기 때문이다. SOC는 공공성격이 강해 증권사들이 뛰어들기 어려운 분야였으나 우리은행과의 협업으로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게 된 것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한국투자증권이 우리은행의 지분 4%를 인수하면서 과점주주의 자리에 오른 것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1월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에 9621억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하고 지주로부터 1조6290억원의 유상증자를 받아 자기자본 4조원을 뛰어넘었다. 정부의 초대형 IB 육성정책에 따른 사업영역 확장을 준비한 것이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주목해야 할 부분이 한국투자증권이 목표로 삼고 있는 ‘Vision 2020’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한국금융지주의 주력 자회사인 만큼 한국금융지주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해야 한다. 지난해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ROE는 6%로 무려 최소 14%포인트의 ROE를 끌어올려야 한국금융지주가 목표를 달성하는 데 수월하다. 한편, 상장사인 한국금융지주의 현재 시가총액은 2조8000억원으로 20조원에 도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만큼 한국투자증권과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가 ‘Vision 2020’을 달성한다는 것은 ‘만만치 않는 목표’에 도전을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투자증권이 올해 ROE 10%를 달성하고 2018년 14%, 2019년 17%, 2020년에 20%를 달성한다는 시나리오로 추정(배당금 등 제외)하면 2020년 자기자본규모는 약 7조원, 순이익은 1조2000억원이 된다. 이는 자기자본이 연평균 15.2%, 순이익은 48.7% 증가해야 달성할 수 있는 수치다.

이는 단순히 덩치를 키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특히 자기자본이 커질수록 ROE는 낮아지기 때문에 이익상승률은 더 높아야 한다. 따라서 수익요건을 극대화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회사 전체의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수익성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또 다른 먹거리를 창출해야만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김성환 부사장 행보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초대형 IB를 향한 준비 과정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인터넷전문은행이다. 한국투자증권이 과점주주로 있는 우리은행은 지난 3일 출범한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의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 출처:한국금융지주

그동안 은행업 진출에 끊임없는 관심을 보여 왔던 한국투자증권 입장에서는 은행은 물론 더 나아가 인터넷은행이라는 은행업 전반의 변화에 직·간접적으로 수혜를 입을 수 있게 된 상황이다.

한국과 유사한 금융환경이 조성돼 있는 일본의 사례를 보면 인터넷전문은행과 증권사 간 연계는 자산관리 부문에 집중되고 있다. 일본 인터넷전문은행 중 그룹 내 주요 증권계열사와의 협력모델을 추구하는 은행은 주신SBI네트워크, 라쿠텐은행, 다이와넥스트은행 등 3개사다.

이들은 대부분 은행·증권 계좌 간 자금연동서비스, 통합자산관리, 간편입출금, 원스톱로그인 등 연계서비스 강화를 통해 그룹 차원의 자산관리 경쟁력을 제고해 타 플레이어와 차별화를 보여주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주신SBI네트워크와 라쿠텐은행 이용고객은 30~40대가 연령층이 많은 반면, 다이와넥스트은행은 고연령층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는 다이와증권이 무점포 전략을 취하는 일반 인터넷은행과 달리 다이와증권 지점을 통해 은행상품 안내·가입, 현금카드 발급, ATM 사용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자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한국투자증권이 우리은행의 과점주주로 참여한 것은 ‘신의 한 수’다. 한국투자증권은 물론 우리은행 점포와 연계 더 나아가 인터넷은행까지 섭렵하면서 고른 연령층을 대상으로 자산관리 부문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Vision 2020’의 핵심은 목표 달성을 위해 IB와 AM을 강화하는 것이다. 소매와 기업금융 전 부문에서 날개를 펼치고 도약하겠다는 한국투자증권의 전략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 출처:한국금융지주

한국투자증권 성장의 또 다른 한 축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관리 부문은 인터넷은행과의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자산관리 부문에서 조직역량을 집중한 결과,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전체 금융상품 판매 잔고는 94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2년 38조2000억원 대비 연평균 27.4% 고성장한 결과다. 하지만 향후 은행과의 시너지효과가 발생할 경우 그 성장성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

또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주식형펀드 부문에서 시장점유율 2위, 리테일 공모 ELS발행액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쾌거를 이뤘다. 아울러 작년 말 연금펀드 잔고 기준 시장점유율은 한국투자증권은 17.26%로 업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부족한 은행부문을 채워가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은 IB-AM의 그림을 차근차근 그려나가는 일만 남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