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은 마치 겉모습은 우아하지만 수면 아래의 발은 빠르게 움직이는 백조와 같다. 시대의 변화에 부합하려는 ‘보이지 않는 노력’이 끊임없다는 뜻이다. 그렇게 수익구조의 다양화를 일궈낸 한국투자증권은 초대형 IB로서의 출범을 끝낸 상황이다.

현재의 한국투자증권은 주식중개와 기업금융의 강점을 갖고 있던 동원증권과 우리나라 최초 투자신탁으로 출발, 자산관리에 강한 한국투자증권이 합병해 지난 2005년 출범한 증권사다.

역대 국내 금융회사 중 최고의 M&A 성공사례로 꼽히는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위탁수수료 의존도가 높은 수익구조에서 기업금융(IB)과 자산관리(AM)으로 개편하면서 다각화된 안정적 수익기반을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의 주력 자회사로 이미 오래 전부터 IB가 그 중심에 있었다. 다른 금융지주회사와는 달리 은행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투자 및 자산운용에 특화된 그룹 형태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초대형 IB 출범을 놓고 금융업계 전반이 떠들썩하지만 그간 한국투자증권이 걸어온 길을 보면 과거로부터 걸어온 길을 그 연장선에서 묵묵히 걸어가는 모습이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의 이미지는 늘 ‘우직’하다”며 “초대형 IB 출범으로 증권사들의 업무영역이 넓어지는 것은 맞지만 한편으로 한국투자증권이 그간 걸어온 길을 보면 큰 변화는 아니라고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물론 한국투자증권이 대형 증권사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것은 사실이지만 유상증자를 통해 그 요건을 마련했다. 또 취약 분야라 할 수 있는 은행 부문에서 우리은행 과점주주 참여 및 지주사인 한국금융지주가 카카오은행의 대주주가 되면서 이를 보완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출처:한국투자증권]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한국투자증권의 이미지로 ‘우직함’을 꼽는다. 이는 10연임에 성공한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의 입지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유 사장이 수장으로서 11년째 한국투자증권을 이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실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실적만으로 유 사장을 평가하기엔 ‘장수 CEO’라는 타이틀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실적 외 연임 비결로는 ‘관계 지향적’이고 ‘소통을 중시’하는 점을 들 수 있다”며 “유 사장은 신입 직원이든, 임원이든 자신에게 메일을 보내면 아무리 바쁘더라도 24시간 안에 답을 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업황이 어려웠을 때도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신입사원을 꾸준히 채용했다는 점도 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없다는 것은 한국투자증권에 잉여인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의 경영전략을 수립하기 때문에 단기적 인력 감축 혹은 충원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투자증권의 직원들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에 불안감이 없고 이는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충성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즉, 한국투자증권의 ‘우직함’은 리더와 리더를 따르는 직원들 전체가 만들어낸 이미지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초대형 IB 시대를 앞둔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이 눈에 띄는 점은 바로 그 우직함이다. 여태 경쟁사들의 경우, 지배구조변화 및 인수합병(M&A) 등의 후유증을 이제 막 극복했거나 극복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를 보면 한국투자증권이 과연 대형 증권사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물론 아쉬움은 남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부의 문화는 그대로 유지한 채 외형적 변화를 통해 시대흐름의 변화에 적응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이 ‘정도’(政道)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용하지만 끊임없이 변화한다

한국투자증권은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의 주력 자회사로서 기업금융과 자산관리(IB-AM)라는 장기성장 엔진을 발판으로 아시아 최고 투자은행으로 도약할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그룹의 장기 목표인 ‘Vision 2020’(2020년 ROE 20%, 한국금융지주 시가총액 20조원) 달성을 위해 앞장선다.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순영업수익(영업수익-영업비용+판관비)은 7653억원으로 전년 대비 3.7% 하락했다. 외형적으로는 부진해 보이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위탁매매, 자산관리, 투자은행, 자산운용 등에서 다변화되고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구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효율성 측면에서도 업계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순영업수익이 전년 대비 축소된 배경에는 2015년 브로커리지 수익이 2135억원에서 2016년 1540억원으로 27.8% 감소한 영향이 컸다. 이에 반해 IB 부문은 같은 기간 890억원에서 1472억원으로 65.4% 대폭 증가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사업부문별 수익이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 추이를 보면 브로커리지와 IB의 변화는 분명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지난 2012년 한국투자증권의 브로커리지 수익은 전체 수익의 28.7%를 차지하고 있었으나 2016년에는 20.1%로 감소한 반면, IB 부문은 7.5%에서 19.2%로 확대돼 이전과는 다른 수익구조를 갖추게 됐다.

이러한 IB 부문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한 해에 그친 것이 아니라 꾸준히 지속돼 왔다. 지난 2012년 한국투자증권의 IB 부문 수익은 508억원에 불과했으나 2013년 537억원, 2014년 747억원을 기록하는 등 ‘증권업 불황’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뤘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IB 전 부문에서 고른 수수료 수익 증대가 원인”이라고 전했다.

한국투자증권의 IB 부문 수수료 수익 구성을 보면 주식발행시장(ECB)은 2012년 36억원에서 2016년 322억원으로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채권발행시장(DCM)은 이 기간 동안 295억원에서 258억원으로 축소된 반면, 부동산 M&A와 인수금융이 175억원에서 89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ECM 부분에서 선전한 이유는 작년 4분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두산밥캣 등의 대표 주관을 맡은 것이 결정적이었으며 업계 1위를 차지했다.

2016년 DCM부문은 295억원으로 2012년 대비 축소됐지만 2015년 189억원 대비 성장해 직전년도에 이어 업계 3위의 자리를 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