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 일명 '신데렐라 주사', '마늘주사' 등으로 알려진 정맥 주사제를 맞은 사람에게서 '아나필락시스성 쇼크' 등 중대한 부작용 사례가 발견된 것으로 한국보건의료원의 분석결과 확인됐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피부를 희게 만들거나 피로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는 비급여 정맥주사의 이상사례로 ‘아나필락시스성 쇼크’와 같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부작용 사례가 확인돼 파문이 예상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지난 4월30일 발표한 ‘미용 건강증진 목적 정맥주사제 성분의·안전성 및 유효성’ 보고서에 따르면 대표적인 정맥주사제인 해당 주사제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중대한 부작용 사례들이 국내에서 확인됐다.

연구원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 의약품 부작용 보고시스템을 통해 수집된 의약품부작용보고원시자료를 통해 ▲티옥트산(thioctic acid) ▲글루타티온(glutathione) ▲푸르설티아민(fursultiamine) ▲자하거추출물의 부작용 사례를 분석했다.

‘신데렐라 주사’ 티옥트산

티옥트산은 일명 ‘신데렐라 주사’로 불리며 피부미용, 항산화 목적으로 허가받은 적응증을 넘어 광범위하게 투여된다.

티옥트산 주사제와 관련 가능성이 있는 부작용 사례는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총 10건 이었으며 이 중 4건은 인과성 평가정보 ‘가능함’의 경우였고 6건은 ‘상당히 확실함’인 경우였다. 부작용의 경중으로 따졌을 때 중대한 유해사례는 1건이었다.

인과성 평가정보 ‘상당히 확실함’의 경우는 세계보건기구의 사용 약물과 발생 부작용 간 인과성 평가기준에 따라 ‘의약품 등의 투여·사용과의 시간적 관계가 합당하고 다른 의약품이나 화학물질 또는 수반하는 질환에 따른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며 그 의약품 등의 투여 중단 시 임상적으로 합당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다.

분석 결과 인과관계가 ‘상당히 확실함’인 부작용은 ▲아나필락시스성 쇼크 ▲가려움 ▲어지러움 ▲두통 ▲발진 ▲두드러기 등이었다.

특히 이 중 ‘아나필락시스성 쇼크’의 경우 알레르기 원인물질에 노출된 후 갑자기 발생하는 심한 과민반응으로 신속하게 조치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중대한 부작용이다. 전신두드러기, 호흡곤란, 혈압저사, 복통, 의식소실 등의 증상을 보인다. 땅콩, 생선, 계란 등 식품과 벌, 개미와 같은 곤충, 해열진통제, 항생제와 같은 약물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백옥주사’ 글루타티온

글루타티온은 해외 유명 가수인 비욘세가 맞은 뒤 피부가 하얘졌다고 해서 ‘비욘세 주사’로도 불리며 피부미백 목적으로 자주 투여된다. 항산화, 해독 기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암 치료 후 면역력이 떨어진 암 환자에 적용하기도 한다.

연구결과 글루타티온 정맥 내 투여와 관련 가능성이 있는 부작용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총 15건 보고됐다. 8건은 ‘가능함’인 경우였고 3건은 ‘상당히 확실함’에 해당됐다. 중대한 유해사례는 2명에게 발생했다.

인과관계가 ‘가능함’ 이상인 부작용은 ▲열 ▲발진 ▲허리통증 ▲아나필락시스성 쇼크 ▲두통 ▲오심 ▲구토 ▲어지러움 ▲호흡곤란 ▲소화불량 ▲가슴답답함 ▲가려움 ▲두드러기 ▲발한 ▲복통 등이었다.

사례를 살펴보면 40대 남성이 글루타티온과 비타민B, C 등 여러 비타민과 미네랄 혼합주사를 함께 투여 받은 결과 열, 발진, 허리통증으로 입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파악되지 않은 한 여성은 아나필락시스성 쇼크 증상을 보였다.

‘마늘주사’ 푸르설티아민

푸르설티아민 성분과 관련이 있는 부작용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총 20건 확인돼 보고서에 나열된 정맥주사 중 가장 많은 부작용 사례가 보고됐다.

부작용 증상으로 ▲경련 ▲어지러움 ▲주사부위 통증 ▲발진 ▲호흡곤란 ▲두근거림 ▲가려움 ▲약물과민반응 ▲구토 ▲오심 등이 있었다.

이 중 2012년 약물을 정맥 내 투여 받은 여성 1명에게 발생한 ‘경련’은 중대한 부작용 사례로 푸르설티아민을 단독 투여했을 때 발생했다.

‘태반주사’ 자하거추출물

자하거추출물의 경우 부작용 인과성 평가 정보가 부족해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 자료를 토대로 추출됐다. 이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2건이 보고됐다.

부작용 2건 모두 미용주사 목적으로 정맥 내 투여됐다. 1건은 ‘한의원에서 태반주사를 맞은 뒤 목 부위 붉은 줄이 생기는 부작용’이었고 나머지는 ‘마늘주사를 맞고 약물 부작용에 의한 알레르기성 두드러기’인 것으로 파악됐다.

▲ 미용 및 건강 증진 목적으로 사용되는 정맥주사의 종류와 개요.자료=한국보건의료연구원

해외 FDA, 정맥주사 관련 ‘안전성서한’ 배포

해외의 식품의약품안전처(FDA)는 정맥주사를 피부미백 등 미용목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 안전성서한과 소비자 건강정보를 배포한 바 있다. 특히 해외 글루타티온과 관련한 자료가 주를 이뤘다.

필리핀 FDA는 지난 2011년 글루타티온을 피부미백의 목적으로 정맥 내 주사 투여하는 것과 관련해 “피부미백을 목적으로 고용량의 글루타티온을 정맥주사하는 것은 승인되지 않았으며 이런 사용은 안전하지 않고 건강에 심각한 해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필리핀에서 발생한 약물유해반응으로는 ▲스티븐존슨증후군 ▲갑상선 기능 장애 ▲신부전을 초래할 수 있는 신장장애 ▲심각한 복통 ▲주사기 재사용 등으로 인한 B형간염 감염 등이 보고됐다.

미국 FDA에서도 2015년 피부미백을 위해 사용되는 주사제에 대해 FDA는 피부미백을 위한 주사제를 승인한 적 없고 시중에 사용되는 제품들은 잠재적으로 안전하지 않고 효과가 없으며 알 수 없는 유해 성분이나 오염물질을 포함할 수 있다고 했다. 해당 주사제에는 글루타티온, 비타민, 콜라겐, 자하거추출물 등이 포함된다.

“미용 목적 정맥주사 투여 효과, 임상 근거 부족”

해당 비급여 정맥주사들의 부작용 중 중대한 이상사례들은 대부분 ‘아나필락시스성 쇼크’와 같이 땅콩 등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자주 접할 수 있는 식품과 해열진통제 등 일반의약품을 통해서도 발생할 수 있는 등 특별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분석결과를 봐도 아낙필락시스성 쇼크는 티옥트산(1건, 2013년)과 글루타티온(1건, 2014년)만이 보고됐을 뿐이다.

문제는 특별하게 건강에 이상이 없는 일반인까지 허가 적응증을 초과해 미용과 건강증진을 목적으로 해당 주사제를 투여할 필요가 있느냐다.

연구원은 “미용 및 건강증진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정맥주사제 주성분에 대하여 신속 문헌고찰 결과 이러한 사용에 관한 임상적 유효성 및 안전성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미용 및 건강증진과 관련된 임상 성과 변수는 객관적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렵다는 한계점과 위약효과의 발생가능성이 있어 잘 설계된 양질의 임상연구 결과를 통한 근거 평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비급여주사제의 적응증을 넘어선 투여를 '의료쇼핑, 과잉진료'로 보고 이것이 실손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며 지난해 말 실손의료보험제도를 대폭 손질했다. 

개정안은 비급여주사제를 보험의 기본형 외의 별도 특약으로 구성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그간 실손보험이 대부분의 질병 및 상해에 대한 치료행위를 포괄적으로 보장한다는 맹점 때문에 수액주사 등 비급여주사제가 일반 개원가의 수익창출을 위해 질병에 걸린 환자가 아닌데도 미용 및 건강증진을 목적으로 과도하게 처방되는 등의 문제가 있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