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는 여러 해 동안 위기관리위원회 중심으로 다양한 위기관리 트레이닝을 진행했습니다. 기본 트레이닝은 거의 다 받아 봤고요. 시뮬레이션부터 현장 대응, 시나리오 워크숍 등 다양하게 경험했습니다. 근데 정작 CEO를 대상으로 한 트레이닝이 조금 부족해서요. 어떤 게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반적으로 인하우스 실무진들과 일부 에이전시에서 혼동하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미디어 트레이닝’을 ‘위기관리 트레이닝’과 같은 의미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물론 미디어 트레이닝이 회사의 위기나 이슈를 전제로 해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진행될 때는 위기관리 트레이닝의 범주에 들어갈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CEO를 위한 위기관리 트레이닝이 곧 미디어 트레이닝이다”라는 시각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실제 회사에 위기가 발생하면 CEO에게 무엇이 가장 절실할까요? 언론을 대상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기법에 대한 갈증은 아마 한참 뒤에 위치할 것입니다. 위기 시 CEO에게 가장 큰 고민은 쏟아지는 상황 정보들을 어떻게 해석 평가해야 할까, 그 기준은 무엇이고 최종적으로 어떤 정보들을 취해 의사결정해야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위기가 일단 발생하면 수많은 소스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흘러 들어옵니다. 주변 임원들마다 각자 자신의 해석과 솔루션을 쏟아냅니다. 아니면 그 반대인 경우도 있습니다. 임원 모두가 CEO만 바라보면서 자신은 입을 닫아 버리는 경우입니다. 두 경우 모두 CEO는 외롭게 됩니다. 위기에 대응하는 아주 중요하고 심각한 결정을 자기 홀로 해야 한다는 부담과 두려움이 생기기 때문이죠.

이런 CEO를 위해 인하우스의 위기관리 위원회는 평시 CEO를 대상으로 ‘위기관리를 위한 의사결정 트레이닝’을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방식은 전문가들의 어프로치에 따라 다양할 수 있습니다.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해 아주 핵심적인 의사결정 주제를 던지고, 이에 대해 CEO가 전문가들과 토론하면서 의사결정을 경험해보는 훈련도 괜찮습니다. 다른 여러 실제 케이스들을 같이 분석해 보면서 해당 기업의 의사결정 고민과 옵션들을 전문가들과 같이 살펴보고, 반면교사 또는 타산지석을 찾는 훈련도 도움이 됩니다.

CEO를 위해 또 다른 훈련을 제안하자면, ‘우리 회사에게는 대체 어떤 형태의 위기가 발생할 수 있을까?’하는 CEO의 평소 의문을 해소해주는 훈련도 좋습니다. 위기요소 진단이나 취약성분석 등과 같은 체계 진단 작업을 하면 그 결론이 나옵니다. 그 결론은 앞에서 언급한 ‘어떤 위기들?’에 대한 큰 그림입니다. 그 그림을 놓고 CEO와 전문가들이 함께 토론하면서 훈련하는 방식도 좋습니다.

그 큰 그림 속에는 CEO가 이미 알고 있던, 예상할 수 있던 형태의 위기도 있을 것입니다. 또 그 반대의 것들도 있을 것입니다. 각 형태를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만약에(What if?)’를 질문하는 전문가들에게 CEO가 해결책을 설명해보는 일종의 게임입니다.

예를 들어 식음료 회사를 설정해보죠. 회사 일부 음료 제품에 독극물을 풀어 넣었다는 편지를 받았을 때를 가정해 보자는 것입니다. 범인은 일정 금액의 돈을 달라고 합니다. 돈만 준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 경우를 식음료 회사 CEO 스스로 상상해보는 것입니다. CEO의 생각이 정리되면 전문가가 질문을 합니다.

“대표님, 만약 이런 경우 범인에게 돈을 주시겠습니까?” “얼마까지 가능할까요?” “만약 돈을 준다면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주지 않는다면?” “만약 그 사실이 소비자나 경찰에게 알려진다면?” “돈을 주고도 독극물로 상해받는 소비자가 나온다면?” “독극물을 풀었다는 제품의 유통 채널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소비자 안전 확보를 위해 해당 제품을 일단 매장에서 철수시킨다면?” 등과 같은 다양한 질문을 합니다. 그에 대해 CEO는 자신의 전략과 생각을 정리해보면서 해결책을 같이 찾아 나가는 게임입니다.

앞에서 잠깐 설명한 바와 같이 CEO를 대상으로 하는 위기관리 트레이닝은 간단히 말해 ‘위기 대응 의사결정 훈련’이 주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사실 CEO에게 가장 좋은 위기관리 훈련은 CEO 스스로 실제 위기를 다양하게 자주 경험해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방식은 현실적이지 않고, 생산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CEO는 차선책으로 다양한 위기에 대한 간접 경험을 해보아야 합니다. 각 형태의 위기를 놓고 깊이 있고 실제적인 의사결정을 해보는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다른 기업 CEO와 임원들이 했던 여러 고민과 옵션을 둘러보면서 스스로도 의사결정을 해보아야 합니다. 이런 훈련을 받은 CEO는 달라집니다. 실제 위기 시 스스로 큰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