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일, 5일 이틀 동안 대선 사전투표가 실시된다. 사전투표는 2013년 도입됐지만 대통령선거에는 이번에 처음 적용된다. 귀찮고 번거롭던 부재자투표와는 달리 사전투표는 매우 쉽고 간편하기 때문에 투표율을 높이는 효과가 크다. 사전투표의 위력은 어느 정도나 될까? 어느 후보에게, 얼마나 유리하게 작용할까?

사전투표가 도입된 이후 실시된 선거는 2014년 지방선거와 2016년 총선이다. 2014년 지방선거는 세월호 참사 두 달뒤 실시돼, 사전투표의 위력을 순수하게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다. 다른 요소의 개입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사전투표의 위력만 확인하기 위해서는 2012년 총선과 2016년 총선을 비교하는 것이 가장 확실할 것이다.

2016년 총선의 사전투표율은 12.2%, 투표율은 2012년보다 3.8% 높아진 58.0%였다. 사전투표의 비중은 1/5 (12.2/58=21%)이 넘었다. 투표율을 연령대별로 보면, 50대 이상은 별 차이 없고 30대 이하의 투표율은 크게 높아졌다.(30대는 5%p, 20대는 11.2%p 증가). 이번에는 연휴로 사전투표율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사전투표가 대선의 향배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이 어떤 일을 하는 데에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할 필요가 있는지(명분), 이익이 있는지(실리), 할 능력이 있는지(가능성) 그리고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등이다. 모든 유권자에게 투표는 앞의 세 조건을 갖춘 행위다. 그러나 마지막 조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때문에 투표할 것인지, 누구에게 투표하느냐를 결정한다.

 

청년들은 그동안은 투표해 봤자 소용없었다고 생각하고 기권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총선에서 사전투표를 적극 활용했고, 자신들의 투표가 결과를 바꾸었음을 확인했기에 이번에는 투표에 적극 참여할 것이다. 사전투표제의 도입으로 청년 투표율은 지난 2012년 대선보다 10% 이상 높아질 것이며, 사상 최고인 80%선을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

50대 이상은 어차피 투표할 유권자가 사전투표제를 이용하고 휴일을 즐길 것이다. 흔들리는 중도 보수, 노장년층의 투표율은 사상 최초로 청년층보다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에 그칠 수도 있다. 다만 패색이 짙어졌다 해도, 노장층은 청년층보다는 투표에 더 참여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투표율은 팽팽한 양자 대결구도였던 2012년 대선보다는 낮을 것이다. 그러나 MB가 독주한 2007년보다는 훨씬 높을 것이다.

그러면 누가 사전투표의 수혜자고, 누가 손해를 볼까? 결론부터 말하면 최대 수혜자는 문재인이다. 젊은층의 적극적 지지를 받고, 고정 지지층이 있기 때문이다. 고정 지지충이 있는 홍준표, 심상정도 큰 손해는 없을 것이다. 고정 지지층이 없고 막판까지 부동층에 호소해야 할 안철수, 유승민이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다.

사전투표는 공명선거에도 기여할 것이다. 과거 선거전마다 막판에는 흑색선전이 나돌았다. 진위를 가릴 시간적 여유도 없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2010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경원 후보가 ‘억대 미용실’ 의혹으로 패배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사전 투표는 막판 흑색선전을 차단하는 효과가 크다. 막판 단일화같은 정치공학적 쇼도 효과가 반감된다.

현쟁 선거법상 선거일전 6일부터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없다. 3일부터 블랙박스 기간이 시작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각 캠프는 사전투표 이전에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한다. 이번주 관전 포인트는 20% 초반대에 머물러 있는 홍준표와 안철수 가운데 누가 30% 고지로 달려가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