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는 바퀴벌레 같다”는 말이 있다. 무슨 뜻일까. 통상적으로 특정 대상을 바퀴벌레에 비유하는 것은 대부분 경멸이나 모멸의 감정이 배어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에어비앤비는 바퀴벌레 같다”는 말은 에어비앤비가 바퀴벌레의 끈질김을 닮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 일종의 고정관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실리콘밸리 기업을 상상하면 묘한 환상에 빠지곤 한다. 자유로운 조직문화와 창의적인 업무환경. 상사의 꼰대질이나 지옥 같은 회식이 없는 세련된 비즈니스 마인드까지. 하지만 한 발 더 들어가면 이견의 차이는 있지만 지옥도가 펼쳐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곳은 실력이 운명을 결정하며, 능력이 없으면 가차 없이 목이 날아간다. 겉으로 보기에 우아한 백조지만, 물 아래에서는 미친 듯이 물갈퀴를 흔드는 것처럼.

에어비앤비도 마찬가지다. 2008년 창업한 에어비앤비는 현재 시가총액 35조원을 자랑하며 글로벌 호텔 체인인 힐튼의 시가총액 21조원을 압도하고 메리어트의 39조원을 바짝 추격하고 있으나, 처음부터 아름다운 꽃길만 걷지 않았다. 오히려 정반대였다. 말 그대로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바퀴벌레처럼 끈질기게 살아남는 것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마케팅이다. 2011년 에어비앤비의 공동창업자인 브라이언 체스키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업 초기 에어비앤비를 알리기 위한 처절한 일화를 공개한 바 있다. 당시 브라이언 체스키는 2008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현지 숙소 부족이 이슈로 부상하자 이와 관련된 기자들을 모조리 찾아 자신들을 알리는 마케팅 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초기에는 투자자를 찾지 못해 사업을 접을 뻔했으나, 시리얼에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들의 얼굴을 붙여 웃돈을 받아 판매하는 전략으로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숙박공유 O2O 업체가 난데없이 시리얼 장사에 나서면서 악착같이 버틴 셈이다. 참고로 에어비앤비라는 사명은 에어베드(Air Bed)와 아침(Breakfast)의 합성어다.

결국 에어비앤비는 악착같이 살아남았고, 이제는 글로벌 스타트업 업계의 신성으로 도약하는 데 성공했다. 링크드인의 마이크로소프트 피인수가 보여주듯 일각에서는 스타트업 유니콘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에어비앤비는 바퀴벌레 같은 생존능력으로 결국 이겨낸 셈이다.

한편 에어비앤비의 성공과 달리, 극적인 몰락의 사례로 여겨지는 대표적인 기업도 있다. 바로 한때 여자 저커버그로 알려졌던 엘리자베스 홈즈의 테라노스였다. 엘리자베스 홈즈의 테라노스는 혈액 몇 방울로 70여가지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감점으로 내세웠다. 여기에 엘리자베스 홈즈의 아름다운 외모와 그녀의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알려지며 테라노스의 몸값은 단숨에 유니콘의 경지에 이르렀다. “바늘에 대한 공포를 가진 아름다운 소녀가 19세에 명문 스탠포드를 중퇴하고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혈액 테스트 회사를 세웠다.”

그러나 2015년 10월 <월스트리트저널>이 테라노스의 기술에 의혹을 제기했고, 이후 화려한 행보를 거듭하던 그녀와 테라노스는 거짓말처럼 단숨에 몰락하고 말았다. 이어 사람들은 전문가와 언론, 투자자들이 침이 마르도록 격찬했던 테라노스의 핵심 기술이 속 빈 강정이라는 것에 놀랐으며, 이런 상황에서도 연구원 대신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작가를 고용해 브랜딩을 강화하려했던 엘리자베스 홈스의 생각에 경악했다. 결국 2016년 3월, 미국 보건당국은 테라노스의 연구소 면허 취소와 엘리자베스 홈즈의 최고 경영자 지위를 박탈했다.

에어비앤비와 테라노스의 사례는 끈질김과 우아함의 방식을 제대로 보여준다. 일단 에어비앤비는 생존하기 위해 바퀴벌레처럼 버텼고, 그 과정에서 일각의 비웃음이나 비판을 무조건적으로 포용하면서도 자신들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꾸렸다. 반면 테라노스는 스토리텔링의 감성적 접근으로 브랜딩 효과에만 치중했으며, 그와 비례해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케이스로 꼽힌다. 그리고 승자는, 에어비앤비가 되었다.

이는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도 통용되는 논리다. 현재 국내 스타트업 업계는 비선실세 국정농단에 의한 후폭풍으로 정책의 단절성이 심해졌으며, 이 과정에서 최근까지 스타트업 업계를 지원하던 창조경제의 패러다임은 유명무실한 수준에 이르렀다. 국내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글로벌 스타트업 업계가 겪는 유니콘의 죽음 이상의 위기에 몰린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스타트업 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바퀴벌레 같은 강인한 생존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만약 어렵다면 지금부터라도 바퀴벌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금은 유니콘을 꿈꾸며 아름다운 환상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다. 일단 살아남는 것에 집중하며, 이후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지도자는 이를 염두에 두고 강인한 스타트업을 발굴 및 육성해야 한다. 어지러운 혼란기. 지금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