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 혁명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새로 들여온 자동화 기계의 덜커덕거리는 소리가 와이어 바스킷(Wire-Basket)을 생산하는 볼티모어의 말린 스틸(Marlin Steel)社의 부산한 공장 안을 가득 메운다. 볼티모어에 사는 25세의 맥시 시파렐리는 오늘도 발꿈치를 의자에 기댄 채 왼쪽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 안전 고글을 쓰고 평평한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다.

2년 전 토손 대학교에서 다원적 객체 설계 전공으로 미술학사 학위를 받은 그녀는, 개성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는 기계와 일하는 것이 하루 종일의 일과다. 그 기계는 기계의 성격과 걸맞게 컴퓨터 수치제어, 즉 CNC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자동화가 경제 전체를 통째로 집어삼킬 태세여서, 사람들은 자동화가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사라지게 할 것인지 두려워한다. 그러나 시파렐리의 경험은 그와는 정반대다. 그녀는 자동화와 친해지기로 작정했고, 그로 인해 일자리도 얻었다. 그녀는 자신이 일하는 로봇기계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저 기계에 이름을 붙이지 않았는데, 이제 이름을 붙여야겠어요.”

시파렐리는 자동화로 인해 변화를 겪은 33명의 직원 가운데 한 명이다. 직원들은 처음에는 수작업으로 와이어 바스켓을 만들었다. 이제 자동화가 그 일을 빼앗아갔다. 첨단 기계가 작업의 대부분을 수행한다. 공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경제 흐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기술을 적응시킬 일군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말린 스틸은 자동화 덕택에 계속 사업을 유지했지만 노동자들은 자동화에서 위협을 느낀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 입성하면서 무역 협정을 재협상하고, 수입 관세를 매기고, 규제를 완화함으로서 미국의 공장과 일자리를 구하겠다고 약속했다.

미래학자들은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자동화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런데 이제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제조업, 창고업, 심지어는 노동 집약적인 화이트칼라 영역에 이르기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 경제에 어떻게 신선한 에너지를 불어넣을 것인가에 대한 정치적 논쟁이 난무하지만, 아마도 자동화는 미국 경제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근로자들이 시파렐리와 같은 길을 걸으면서 로봇, 인공지능, 자동화를 포용한다면 자동화는 동시에 가장 큰 기회를 반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 되든 자동화는 예를 들면 미국이 자동화를 포용하지 못해 경제가 상대적으로 불리한 경쟁 상황에 처한다면, 다른 어느 나라에선가는 지동화의 이익을 취하게 될 것이다.

컨설팅 회사 매킨지는 인간 노동 활동의 49%는 인공 지능 소프트웨어의 도움을 받는 로봇이나 기계에 의해 대체된다고 전망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조사에 따르면 회사 경영자의 58%는 향후 5년 내에 로봇 등으로 인해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고, 로봇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16%에 불과했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확산되면서 자동화는 공장 현장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데이터 프로세싱 같이 상당히 많은 양의 예측 가능한 일을 하는 직업들도 자동화 소프트웨어나 인공지능에 흡수될 수 있을 것이다.

매킨지가 산정한 노동 활동의 90% 이상이 자동화될 수 있는 직업은 우편물 담당자에서부터 안구 연구소 기술자, 타이어 수선공, 정육점, 조리사, 제빵사에 이르기까지 70가지가 넘었다. 그러나 퓨리서치 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자동화에 적응할 필요가 없으며, 거의 80%가 자신들의 일자리는 확실해서 향후 50년 동안은 현재의 형태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화 문제를 연구한 샌프란시스코 매킨지 글로벌 연구소의 마이클 추이 파트너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흔히 자동화를 일선 현장의 저임금에 기술이 필요 없는 일자리에나 해당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조사에 따르면, 고임금에 높은 기술을 요하는 일자리도 자동화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 경제의 거의 모든 직업에서 활동의 상당 부분이 자동화될 수 있다고 봐야 합니다.”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전문 서비스 로봇 산업은 2016년에서 2019년까지 3년 동안, 지난 17년 동안 전 세계에서 판매된 것(모두 합해 33만 2000대)보다 3분의 1 더 많은 로봇이 판매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계산업, 농업, 관광업, 심지어는 동네 수퍼마켓에까지 로봇이 우리가 일하던 일자리에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식당 근로자: 샌프란시스코의 모멘텀 머신스라는 회사는 이미 햄버거를 만드는 로봇을 제작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체인 매장들이 셀프 주문 매장을 도입할 것이다.

창고 근로자: 샌프란시스코의 보사 노바 로보틱스라는 회사는 미국 최대 건축자재상인 로우스에 스스로 재고를 파악하는 로봇을 시험 제작했다.

저널리스트: 오토메이티드 인사이트라는 회사는 매달 수천 가지의 이야기를 자동으로 써주는 워드스미스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 소프트웨어에는 통신용 마이너리그 야구 게임 계정과 종목 보고서, 야후 스포츠용 농구 게임 하이라이트, 그리고 기타 다른 수십 개 고객을 위한 금융 콘텐츠 등이 포함되어 있다.

회계사: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회계사는 9시에 출근하고 5시에 퇴근하는 평균 연봉 6만7000달러의 인기 있는 직업으로 간주돼 왔다. 이런 회계사도 자동화 앞에서는 맥없이 무너졌다. 미국의 금융 및 보험 회사에서 일하는 5명 중 1명은 데이터 처리 업무를 하는데 이 업무의 85%가 자동화될 수 있다는 것이 매킨지 컨설팅사의 예측이다.

 

예측 가능성

듀크대학교 교수이자 인간과 자동화 연구소 소장인 메리 커밍스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직업의 확실성이 높을수록 자동화로 인해 당신의 직업이 사라질 가능성은 더 높다.” 이 말은 당신의 일상적 일과가 예측 가능성이 높을수록 그 일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것은 실제로 이미 벌어지고 있다. 월마트는 지난해 9월, 현금 관리 업무를 자동화하고 모든 절차를 본사에서 통합함에 따라 장부 업무와 매장 회계를 보는 인원 7000명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회계 부문에서 재빠른 회사들은 회사의 주 업무를, 자동화된 데이터에서 취합한 지식과 통찰력을 토대로 하는 고객 상담업무로 전환하고 있다. 감사 업무는 연간 한 번 하는 것에서부터 연중 계속되는 작업으로 바뀔 것이다. 소프트웨어는 ‘판단력을 요하지 않는 일상적인 업무’를 실시간으로 더 많이 처리할 것이라고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빌 브레넌 감사업무 변환팀장은 말한다.

PwC는 현재 감사업무에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우리가 데이터 분석, 데이터 보안,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전환함에 따라 그 분야의 전문 인력들이 필요해 졌습니다. 미래의 직원들은 그런 모든 기술들을 종합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 다른 많은 제조업 일자리들이 해외로 넘어갈 때, 메릴랜드 볼티모어의 말린 스틸社는 공정을 자동화함으로써 경쟁에 살아 남을 수 있었다. 맥시 시파렐리가 지금은 자신의 친구라고 생각하는 CNC를 바라보고 있다.           출처= thenet24h.com

시파렐리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말린 스틸에서 그녀는 CNC에 관한 대학 수준의 교육을 받았고 이는 생산 현장에서 결실을 맺었다. 컴퓨터 마우스를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그녀는 상세 정보를 보내 기계가 와이어를 지탱할 작은 홈을 나무에 조각하도록 프로그래밍한다. 와이어는 나중에 자동화 장비로 함께 용접돼 오차 범위 1000분의 2인치의 정확한 정밀 와이어 바스킷을 만든다.

그녀는 늘 CNC에 붙어서 일한다. 그녀는 이제 CNC를 자신의 로봇 친구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일관된 작업을 하려면 로봇이 있어야 합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이 일을 하다 보니 이 기계의 소리와 움직임에 익숙해졌습니다. 이제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미리 알 정도가 됐으니까요. 우리는 완전히 한 팀이 되었답니다.”

말린 스틸社의 경우 이 문제는 직접적으로 닥쳐왔다. 자동화냐 죽느냐.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48년 역사의 이 공장 근로자들은 베이글 빵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형 철제 배스킷을 수작업으로 와이어를 구부려 만들고 있었는데, 이런 힘든 수작업으로는 한 시간에 300개의 와이어를 구부릴 수 있었다.

떠오르는 신흥 경쟁국가들이 낮은 인건비를 무기로 이 산업에 뛰어들어 말린 스틸이 개당 12달러에 만들던 바스킷을 6달러에 만들었다. 당연히 말린의 판매는 휘청거렸다. 말린 스틸의 그린 블래트 대표는 이렇게 회상한다. “우리의 사업 모델 전체가 날아가 버렸지요.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중국은 우리가 강철 원료를 사는 것보다 더 싼 가격으로 바스킷을 미국에 수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과 싸우기 위해 회사는 보잉, GM, 할리 데이비슨, 디즈니 같은 고객들이 원하는 정밀 와이어 바스킷과 금속 제품을 만들기 위해 와이어 성형 로봇 기계와 여러 자동화 장비들을 들여 놓기로 결정했다. 자동화 때문에 말린 스틸은 지난 10년 동안 직원 수가 두 배로 늘어나 33명이 되었고, 회사의 최소 임금은 현재 시간당 15달러까지 올랐다. 특수 기술을 요하는 직원은 시간당 30달러가 넘는다.

“우리가 살아남은 건 우리 직원들이 마치 스테로이드라도 먹은 것처럼 열심히 일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로봇과 자동화 기계라는 도구를 주자 갑자기 그들의 생산성이 급속도로 상승했습니다. 로봇이 없었더라면 여기 이 친구는 고용할 일이 없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