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호텔신라가 인천국제공항 제2 여객터미널 대기업 면세점 사업자중 한 곳으로 선정됐다.  최근 국내 면세점들이 사드 직격탄을 맞으며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호텔신라의 사업 확장 움직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호텔신라 면세사업부는 올해 4월 일본 신주쿠 시내 면세점을 설립한 데 이어 연말에는 홍콩 국제공항(HKIA) 오픈을 앞두는 등 해외사업 확장도 활발하다. 

일본 신주쿠에 위치한 A&S다카시미야는 일본 현지법인 전일본항공사와 합작으로 설립한 면세점으로 호텔신라는 이 면세점에 대해 2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11월부터 문을 여는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면세점은 2024년 9월까지 사업권을 획득해 운영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호텔신라 측은 “인천공항과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이어 홍콩 공항에도 면세점을 운영하게 돼 ‘아시아 3대 공항’에서 모두 면세점 사업을 하게됐다”고 밝힌 바 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해외에서 규모가 큰 사업이 공항 면세점이기 때문에 향후에도 해외 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존에 투자해왔던 해외 면세점들의 실적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 향후 면세점 사업이 실적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해외 종속법인 적자 지속…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 실적, 기대에 못 미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호텔신라의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종속법인 손실 합계액은 총 1363억원에 달하고 있다.

해외법인 가운데 손실 규모가 가장 큰 사업은 싱가포르 창이 공항 면세점이다. 싱가포르 창이 공항 면세점은 인천공항 면세점보다 규모가 더 크지만,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싱가포르 공항 면세점의 손실은 2012년 7월 설립일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이 공항 면세점의 5년간 누적 손실액은 1383억원에 달한다.

▲ Shila Travel Retail Pte.Lte가 싱가포르 창이 면세점 사업자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호텔신라 측은 “지난 2014년 3월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로 향하는 항공기가 사고가 난 이후 적자 폭이 증가했다”면서 “다만 최근 다시 출입객이 증가해 적자 폭이 줄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기존 해외 면세점들의 적자가 해소되고 있지 않는 상태에서 이번 해외 사업 확장에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이에 관해 모 증권사 관계자는 “공항 면세점 사업은 시내 면세점보다 매출을 올리기 쉽고 예상 매출 사이즈가 크기 때문에 국내 대기업들이 사업권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면세점 제품은 거의 직매입 하기 때문에 사업권을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구매력(Buying Power)이 높아져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호텔신라 측도 “사업이 확장되면 공급 업체도 규모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제품 매입 단가가 낮아지게 된다”면서 “영업을 통해 흑자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체 비용을 낮춤으로써 면세점 간에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인천 공항 면세점에서 적자가 났지만 운영을 지속하면서 지금의 신라 면세점이 됐다”면서 “호텔신라가 운영하고 있는 면세점의 구매력이 커지기 위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관계기업도 손실 증가, 중국 관광객 떠난 ‘HDC 신라면세점’ 어떡하나

그러나 지난 2015년 현대산업개발과 50대 50으로 지분 투자한 에이치디씨(HDC) 신라면세점의 손실이늘고 있어 호텔신라의 부담도 증가하고 있다. 서울 용산역에 위치한 이 시내 면세점은 지난해까지 손실이 지속돼 지분법손실이 약 79억원 발생했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호텔신라 측은 “올해 1월에 HDC 면세점에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최근 중국인 관광객 유입이 끊겨 손실이 다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시내 면세점과 관련된 지분법 손실이 계속 증가해 지난해 약 110억원의 손실을 봤다. 국내 면세점 손실이 급증하게 된 원인은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지급하는 알선 수수료와 지급 수수료의 증가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호텔신라의 수수료비용은 2013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고 특히 고객 알선 수수료가 2389억원에 달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2015년부터 국내에 시내 면세점 수가 2배 가량 늘어나면서 관광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비용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알선수수료 및 지급수수료를 여행 업체에 지급하면서 면세점 마진이 더 줄어들게 됐다는 분석이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이에 호텔신라 관계자는 “지난 2015년과 2016년 사이 신규 사업장이 증가하면서 면세점 경쟁이 과열됐다”면서 “유입되는 고객은 한정됐는데 사업자가 많아지다 보니 마케팅 비용을 많이 지출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 호텔사업 지난해 영업이익 ‘400만원’…면세점·호텔 임차료 ‘급증’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호텔신라는 호텔 사업부문에서도 실적이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호텔신라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영업적자를 유지해오다 지난해 400만원의 흑자를 냈다. 이에 관해 증권사 관계자는 “제주호텔과 신라스테이는 안정적이지만 특급호텔인 서울호텔에서 수익이 줄었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이 관계자는 “서울 신라호텔이 2013년에 리노베이션을 하면서 감가상각비가 증가했고, 환율 영향으로 일본 관광객 수가 2010년이후부터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1~2년 사이 일본 관광객 수가 다시 증가했지만, 예전만큼 수요가 회복되지 않고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호텔신라는 비즈니스호텔인 신라스테이 확장과 해외 면세점 증가로 임차료 비용도 동시에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호텔신라의 임차료 비용은 6241억원으로 2013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공항에서 제시하는 임차료는 최소보장 임차료와 매출변동 임차료가 있는데, 공항에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최소보장 임차료가 높기 때문에 영업이익이 나더라도 적자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싱가포르 창이 면세점과 관련해 이 증권사 관계자는 “이전의 면세 사업자가 운영했을 때 출입객이 많아 임차료가 높았는데 호텔신라가 입점한 후부터 매출이 크게 증가하지 않아 임차료에 대한 고정비 수준이 높아 적자가 났었다”고 밝혔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해외에서 면세점을 따내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아 해외 진출을 확장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해외사업 영역을 확장해 시장 점유율을 더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