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도인지장애란 인지장애는 있지만 일상을 영위하는 데 크게 지장이 없어 치매는 아닌 경우다. 하지만 치매 전단계일 수 있다는 말에 '혹시나 치매는 아닐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 사실. 경도인지장애를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는 없을까. 사진=이미지투데이

나이 드니 깜빡깜빡 ‘혹시나 치매로 가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는 경도인지장애,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인구 고령화, 치매 진료비 꾸준히 증가

“나이가 드니 치매에 걸릴까 두렵다”고 할 때의 치매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말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빅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인한 진료비는 2012년 5422억원에서 2016년 1조2643억원으로 5년새 2배 이상 증가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이하 치매)는 혈관성 치매, 루이체 치매 등 다양한 치매의 종류 중 대략 56%를 차지하고 있으며 진단받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65세 이상 노인이었다.

▲ 알츠하이머 치매의 연도별 진료비 추이.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시스템

경도인지장애 있으면 치매 걸릴 확률↑

치매의 전단계로 인식되는 경도인지장애는 쉽게 말해 인지기능 감퇴가 있지만 치매라고 할 정도는 아닌 상태이다. 기억력 감퇴 등 인지장애는 있어도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는 경우다.

모든 경도인지장애가 치매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경도인지장애를 가진 사람은 치매 환자가 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치매 발생률은 65세 이상 정상인에서 1~2%지만 경도인지장애는 10~15%정도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경도인지장애 치료제가 있다?

치매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은 존재해도 치매를 완치시키는 약물은 없는 것처럼 경도인지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문소영 아주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대규모 약물 임상연구에서 경도인지장애 개선에 성공한 약이 없기 때문에 현재로선 경도인지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약물도 없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경도인지장애를 치료하는 약물이 개발되기 힘든 것은 경도인지장애의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술을 많이 마셔서 알콜성 치매가 오거나, 뇌손상을 입었거나, 혈관성 치매가 생겼거나 해도 경도인지장애가 온다.

최호진 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의 종류는 파킨슨, 알츠하이머 등 아주 다양한데 경도인지장애는 이 모두에서 나타날 수 있다”며 “경도인지장애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명 ‘치매예방약’으로 불리는 글리아티린

치매를 예방하는 약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경도인지장애를 호소하는 환자에게 글리아티린(Choline Alfoscerate)을 처방하는 경우는 흔하다.

글리아티린은 ‘뇌혈관 결손에 의한 2차 증상 및 병성 또는 퇴행성 뇌기질성 정신증후군, 감정 및 행동변화, 노인성 가성우울증’으로 허가 받은 약으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원개발사는 이탈리아 제약사인 이탈파마코(Italfarmaco)로 한국에서는 최근 대웅제약에서 종근당으로 판권이 넘어간 상황이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발병기전은 아직까지도 논란이 많지만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 합성 감소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리아티린은 이 아세틸콜린 전구체인 콜린을 공급하고 신경막세포를 안정화시키는 인지질을 포함한다. 

치매예방약도 없는데 왜 글리아티린이 처방될까? 글리아티린은 치매에 큰 효과를 가지지도 못하지만 보고된 중대한 부작용도 거의 없다. 마치 건강기능식품과 같은 것이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글리아티린은 일종의 영양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며 “마치 피곤할 때 비타민을 쓰는 것과 같은 개념”이라고 전했다.

때문에 글리아티린은 치매 환자 외에도 뇌졸중 등으로 인해 뇌가 손상된 환자에게도 처방되기도 한다.

콜린 성분, 콩·달걀에도 들어있어…의존은 ‘금물’

글리아티린이 공급하는 물질인 콜린은 달걀, 콩, 두유, 두부 등에도 들어있다. 해당 음식에는 레시틴이라는 물질이 함유돼 있는데 이 레시틴이 바로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원료가 된다.

하지만 특정 음식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얼마 만큼 해당 음식들을 섭취해야 콜린 성분이 들어간 약물의 효과를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없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경도인지장애의 치료법은 골고루 먹고, 술을 줄이고, 사람들과 많이 상호작용하고, 두뇌를 끊임없이 사용하는 것이다. 또 저혈압과 저혈당은 인지기능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혈압과 혈당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