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애플의 행보는 말 그대로 '갈지자'처럼 보인다. 아이폰7이 나름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지만 2% 부족하다는 것이 정설이고, 올해 아이폰 10주년을 맞아 출격할 아이폰8에 대한 전망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심지어 출시 연기설까지 나온다. 포브스는 23일(현지시간)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의 예측을 인용해 아이폰8이 부품 수급 문제로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고, 애플 관련 분석가인 대만 KGI 증권의 밍치궈 애널리스트는 빨라야 9월 아이폰8이 출시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에 OLED 패널 주문을 완료했다는 소식이 들리는 등 아직 상황은 유동적이지만, 애플의 매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아이폰에 대한 믿음이 예전같이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 아이폰 레드. 출처=애플

여전히 빠르다
하지만 애플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다. 특히 최근 다양한 경로를 통해 들리는 소식들이 심상치않다.

먼저 증강현실.  IT 전문매체 애플인사이더는 20일(현지시간) IT 전문매체 기즈모도를 인용해 애플이 조만간 증강현실 안경을 만들 가능성에 집중해 눈길을 끈다. 실제로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월21일 실시한 실험내용이 적혀있다.  “애플 디앤자(De Anza) 사옥에서 이용자가 제품을 실험하는 BT4 이용자 실험 이후 대상자가 눈에 이상을 호소했다”며 “이번 테스트에서 눈에 레이저를 몇차례 맞았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지난달 21일 블룸버그는 애플이 증강현실 기술력 고도화를 위해 수 백명의 인재를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플라이바이미디어(FlyBy Media), 메타이오(Metaio) 등을 연이어 인수한 상태에서 증강현실 인프라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CNBC는 지난달 15일(현지시간) JP모간의 애널리스트인 로드 홀은 리서치보고서를 인용해 아이폰8에 3D 안면인식기술이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지지부진했던 자율주행차 소식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14년 타이탄 프로젝트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공개하며 자율주행차 가능성을 타진한 애플은 지난해 1월 'apple.auto', 'apple.car', 'apple.cars' 등 3개의 도메인명을 2015년12월 등록하며 업계의 기대를 모았다. 2015년에는 테슬라 직원을 연봉 60% 인상 조건으로 스카우트했으며, 유럽의 자동차 연구가 폴 퍼게일을 영입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초 포드 출신의 디자이너인 스티브 자데스키가 회사를 떠나고 밥 맨스필드 기술담당 수석 부사장이 프로젝트 타이탄 수장에 오르며 자율주행차 이슈를 묻히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 자동차국(DMV)이 애플의 자율주행차 3대를 대상으로 공공도로에서의 시험주행을 허가하며 분위기가 일변했다. 애플은 애플카를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 자율주행차. 출처=캡처

인공위성까지 나왔다. 애플은 구글에서 우주선 부분을 이끌던 존 펜윅(John Fenwick)과 인공위성 엔지니어링 담당 마이클 트렐라(Michael Trela)를 고용하며 항공 우주 업체 ‘보잉’(Boeing)의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우주까지 시선을 확장했다. 페이스북이 추구하는 초 플랫폼 프로젝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완벽한 수준의 무선충전기술을 추구하고 있다는 정황도 포착된다. 27일(현지시간) 미국 특허상표청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2015년10월 '이중 공진형 패치 안테나를 이용한 무선충전 및 통신' 특허를 출원했다. 특정 주파수의 대역을 활용해 전력을 수송하는 방식. 여기에는 60Ghz 와이그 대역을 활용한 전력 이동 기술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와이파이를 통한 무선충전을 노린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큰 그림으로 수직계열화가 덧대어진다. 애플이 이르면 내년부터 자사 신제품을 대상으로 자체개발한 그래픽 기술을 적용하는 방침을 고려하고 있다고 포브스가 지난 4일 보도한 지점이 극적이다. 인공지능 및 증강현실 기술의 핵심인 GPU 자체 개발을 선언하며 나름의 강력한 생태계 전략을 추구하는 그림이다. 나아가 애플인사이더는 11일(현지시간) 독일은행의 투자 보고서를 인용, 애플이 아이폰에 들어가는 전력관리칩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장이 아닌 2019년 적용이 예상되지만 현재 애플이 80명의 엔지니어를 투입해 전력관리칩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부여하기도 했다.

결국 애플은 다양한 ICT 가능성을 모조리 탐색하는 한편, 이를 자신의 생태계로 밀어넣는 대단위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는 평가다. 부품업체 입장에서는 재앙이며 초연결 인프라 시대에서는 신의 한 수다.

▲ 출처=픽사베이

간편송금까지...
애플이 보여주는 혁신의 경계에서 어떤 방향성을 읽어야 할까. 일단 팀 쿡 CEO가 공급망의 달인이라는 점에서 나름 보수적인 생태계 관리 로드맵이 작동하면서도 서서히 외연을 넓히는 이율배반적인 장면이 연출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하지만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점점 촘촘한 간격을 유지하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그 중심에서 애플의 간편송금 진출설을 살필 필요가 있다. 리코드는 27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애플이 자체적인 송금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5년 잠시 타진했던 송금 서비스에 다시 집중하고 있으며, 이는 현재의 강자인 벤모에 있어 강력한 라이벌의 등장이라는 것이 리코드의 분석이다.

사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애플페이를 통해 단말기 중심의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든 애플이 결제를 넘어 송금으로 진격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당연하다. 당장 국내만 봐도 그렇다. 네이버페이와 페이코를 비롯해 카카오페이, 토스 등은 모두 간편결제에서 송금으로 진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페이는 지난해 6월 송금 서비스를 탑재했으며 이를 단일 플랫폼으로 운영하고 있다. 연계된 금융기관은 10개에 달한다. 카카오페이도 지난해 4월8일 베타 서비스를 시작으로 카카오페이에 간편송금 기능을 넣었으며 이를 자사의 O2O 전략과 적절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중이다.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는 시작부터 송금을 무기로 등장했으며 페이코는 2015년 8월 서비스를 시작해 지난해 6월 송금 기능을 탑재했다. 연결된 금융기관이 20개에 달한다. 심지어 LG유플러스의 페이나우도 지난해 6월 송금 서비스를 시작했다.

핀테크의 등장에 긴장하고 있는 금융권은 아예 송금이 기본이다. 기업은행의 휙송금과 우리은행의 위비톡 간편 보내기를 비롯해 금융 생활 플랫폼을 추구했던 국민은행의 리브머니도 있다.

▲ 카카오페이. 출처=카카오

이들은 왜 간편결제에서 간편송금으로 나아가는 것일까? 각자 보유하고 있는 플랫폼의 가치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나름의 생태계 전략을 다지기 위함이다. 나아가 이를 활용한 부가 비즈니스 모델은 일종의 덤이다. 즉 결제에 이르러 데이터 확보 및 편리한 사용자 경험을 확보할 수 있다면, 간편송금은 서비스 고도화적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는 점이다. 최근 등장한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도 당연히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애플이 애플페이라는, 아이폰이라는 단말기를 플랫폼으로 삼을 수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런칭한 상태에서 당연히 송금을 비롯한 다양한 생태계를 노릴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을 비롯해 가상현실에 이르는 모든 전략을 플랫폼 관점에서 분석하면, 이를 튼튼하게 살 찌울 수 있는 방식이 돈의 흐름이고, 이는 당연히 핀테크 전략의 발전을 의미할 수 있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미래의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 애플이 간편결제를 넘어 간편송금으로 나아가는 한편 일각에서 주장하는 선불카드까지 공격적으로 런칭한다면 어떤 그림이 완성될까? 핀테크 전반에 뛰어든 애플이 간편송금으로 자사의 플랫폼을 강화하는 수단은 어떤 방향성을 보여줄까?

애플의 방식에 힌트가 있다. 국내의 경우 애플은 불통과 오만의 대명사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애플의 느낌은 다소 느낌이 다르다. 하드웨어에 탁월한 사용자 경험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불어넣는 실력이 불통과 오만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선망의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이런 전제에서 애플의 핀테크 방식은 어떨까.

▲ 애플스토어. 출처=위키디피아

애플스토어의 지니어스바를 살펴보자. 애플이라는 브랜드가 일반과 만나는 가장 극적인 교집합이자 애플이 추구하는 사용자 경험의 표본이다.

지니어스바는 AS를 위한 곳이지만, 우리가 알고있는 AS센터와는 느낌이 다르다. 론 존슨 전 애플 부사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니어스바는 애플 스토어의 심장이자 영혼이며, 그 자체로 강력한 사용자 경험이 펼쳐지는 곳이다. 고객은 지니어스바에 도착해 제품을 수리하는 것은 물론, 직원들인 지니어스들이 안내하는 매력적인 애플 생태계의 내밀한 공간을 탐험하게 된다.

이러한 고객접점에서 보여준 애플의 실력이 간편송금을 타고 핀테크, 나아가 해당 영역에서 경쟁하는 기존 ICT 및 금융업계와 충돌하면 어떤 분위기가 연출될까.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지난해 발간한 '리테일 판매사원 혁신과 유니버셜 뱅커'라는 보고서는 애플의 지니어스바를 두고 일종의 유니버셜 지점이자 고객의 니즈를 다양하게 충족하는 일종의 휴식공간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나름의 경쟁력으로 체화된다면, 여기에서 특별한 브랜드 가치를 창출해 고객에게 선물하는 것은 애플을 따라올 자가 없다.

현재 애플은 다양한 ICT 기술을 두 개의 축으로 전개하고 있다. 바로 플랫폼과 고객과의 직접적인 교집합이다. 플랫폼은 아이폰의 성공에서 시작된 애플 생태계를 초연결 인프라에서도 재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단이며, 고객과의 접점은 이를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애플 특유의 브랜딩 전략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당연히 증강현실과 자율주행차, 이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애플의 수직계열화 생태계 전략이 덧대어진다.

이 지점에서 핀테크. 즉 생활밀착형 서비스의 정점인 핀테크 역량을 간편결제에서 간편송금으로 당겨오는 한편 이를 확장하는 것은, 사용자 경험의 마술사인 애플 입장에서 매우 탁월한 전략이 될 전망이다. 이 모든 전략이 브랜딩이라는 하나의 가치로 설명될 수 있다는 점이 새롭다. 미래 핀테크 시장은 물론 플랫폼 업계 전반이 하나의 주체와 다수의 객체로 분리되어 외연을 확장하는 것이 최고의 가치라면, 적어도 애플의 적수는 없다.

우리는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강점 중 하나로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꼽지 않는가. 생태계 진입을 유도하는 방식, 나아가 살 찌우는 방식에 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