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은 국내 경제, 산업, 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경제민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번 19대 대선 주요 후보자들도 이와 관련된 공약을 내걸고 있다. 특히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우리나라 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한화투자증권은 28일 ‘경제민주화 물결 속에서 파도치는 19대 대선 후보자들의 공약’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주요 후보자 5명의 10대 공약에서 경제와 재정에 관한 부분을 분석했다. 또 분석 결과를 공통적·차별적 사항들로 구분해 향후 대기업을 비롯한 우리나라 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을 진단했다.

▲ 출처:한화투자증권

이번 19대 대선 주요 후보자들의 10대 공약에서도 ‘경제 민주화’와 관련된 공약은 끊이지 않고 있다. 후보자들의 공약 중 경제민주화 관련 공통사항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 강화, 공정거래질서 확립 및 경제적 약자보호, 지주회사 요건 강화, 금산분리 강화 등이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집중투표제, 전자투표제 및 다중대표소송제의 의무화에 따른 소액주주 권리 강화를 강조하고 있으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감사위원 분리선임도 주요 공약에 포함시켰다. 또 이들 공약은 올해 2월 임시국회에서도 일부 국회위원들의 발의를 통해 논의된 사항이다.

▲ 출처:한화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내부적인 측면에서의 정의는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사내 이사회, 감사위원회 등 권력과 견제기구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외부적인 측면에서의 정의는 투명한 소유 구조,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 주주권 강화에 따른 공정성 충족 및 감독체계 강화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주주권 보호, 경영목표와 전략을 결정하고 경영진을 효율적으로 감독하는 이사회의 중요성, 감사기구의 독립적·실질적 수행 보장, 이해관계자의 권리 보호, 시장에 의한 경영 감시 등 5가지가 유기적으로 작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요 후보자들의 기업지배구조 관련 공약으로는 크게 4가지를 들 수 있고 이와 별도로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가 있다. 이들 공약은 올해 2월 임시국회에서 일부 국회의원이 발의하며 현재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공약이 100% 시행된다고 보긴 어렵다. 각 사항마다 찬반이 있고 급진적인 시행으로 혼란이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출처:한화투자증권

이상원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변화가 점진적으로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가 발표한 지난해 우리나라의 기업지배구조 수준은 아시아 11개국 중에서 태국과 말레이시아보다 아래인 8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소액주주 권리 강화와 기관투자자의 참여 확대는 ‘코리안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 출처:한화투자증권

공정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대기업 집단의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는 것은 경제민주화 실현을 내세운 주요 후보 모두가 강조하고 있는 대목이다. 현행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내 총수 일가가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의 지분을 가진 계열사에 다른 계열사가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선 후보들은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목적으로 보다 강화된 규제안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부당 내부거래와 납품단가 후려치기 조사 강화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재벌 총수일가 사익편취 제한과 재벌 친족 기업공시 강화를 제안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 역시 총수일가와 그룹 내 부당 내부거래 증여세 강화 등을 공약으로 강조했다.

이러한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도 강조했다. 신영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올해 3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사간담회에서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제도가 시행된 지 만 3년이 지났다며 2차로 내부거래 실태점검을 통해 제도 정착과 실효성 여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공정위는 2015년 1차 실태점검을 진행했는데 이번에 다시 실태점검을 하기로 한 것이다.

점검대상은 자산 5조원 이상의 총수가 있는 45개 기업집단 225개 계열사 전체다. 이들은 제도시행 전을 포함한 5년 동안 내부거래 실태의 점검표를 작성해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 신 부위원장은 2년 전 1차 조사와 달리 거래별로 점검항목을 구체화하고 세분화했으며 신종수법 등을 꼼꼼히 살펴 법 위반 혐의가 포착되면 직권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신 부위원장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신 부위원장은 상장사와 비상장사 구별 없이 지분 요건을 20%로 낮추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신 부위원장은 일감 몰아주기 요건에 간접지분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간접지분은 계열사 지분 변동에 따라 총수일가 지분이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주요 그룹의 기업들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그룹의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현대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 LG그룹의 LG상사, 롯데그룹의 롯데쇼핑과 롯데정보통신, GS그룹의 GS건설, 한화그룹의 한화와 한화S&C, 한진그룹의 유니컨버스 등이 있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26%에서 100%에 해당한다.

▲ 출처:한화투자증권
▲ 출처:한화투자증권

지주회사와 관련한 주요 대선 후보자들의 공통된 공약은 자회사에 대한 최소 지분율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다. 현행 지주사 행위 제한 요건은 자회사, 손자회사 지분율에 대해 상장사 20%, 비상장사 40% 이상 보유를 의무화하고 있는데 향후 이를 상장사 30%, 비상장사 50% 이상으로 높여 지배권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현 지주사 가운데 영향받을 그룹은 많지 않다. SK그룹만이 상장 자회사인 SK텔레콤에 대한 지난해 말 기준 지분율이 25.2%이고, 주요 비상장 자회사인 SK건설에 대한 지분율이 44.5%다. 만약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각각 4.8%, 5.5%의 추가 지분이 요구된다. 또한 최근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지주사 전환을 시도하는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출처:한화투자증권

금산분리 강화는 문재인, 심상정 후보만 언급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재벌 소유 제2금융권의 재벌 지배 독립을 핵심으로 금융계열사의 타 계열사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계열사 간 자본 출자를 자본적정성 규제에 반영하는 통합금융감독시스템 구축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심상정 후보는 대기업집단 내 계열사 주식·채권 보유한도 기준을 강화하고 은행·보험사의 의결권 한도를 5%까지 낮출 것임을 밝혔다.

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기업집단은 삼성, 현대차, 롯데, 한화, 현대중공업 등이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상 비금융주력자로 표현되는 비금융계열사의 은행에 한해서만 ‘4%룰’을 적용하고 있어 그 외의 제2금융권 계열사 지분 보유는 제재 사항이 아니다. 그러나 만약 금산분리 강화로 출자·피출자사에 대한 규제가 강해진다면 삼성, 현대차, 롯데, 한화,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들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 출처:한화투자증권

한편 기존의 순환출자 해소 규제는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심상정 후보만이 순환출자 해소를 주요 공약에 포함했다. 순환출자 규제 움직임이 처음 나타난 것은 1999년으로 고 김대중 대통령이 순환출자 억제 방침을 처음 천명했다. 이후 2012년 8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고, 2014년 7월부터 신규 순환출자와 기존 순환출자 강화가 금지됐다.

이러한 순환출자 금지의 목적은 총수 일가에 의한 폐해를 막기 위함이다. 정부는 순환출자가 가공의결권을 생성함으로써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유지 및 강화하고 경영권 승계를 위한 방법으로 활용되는 등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에 따른 폐해를 유발한다고 판단해 이를 막고자 한다. 이에 지난해 7월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규 순환출자 금지뿐만 아니라 기존 순환출자도 해소하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그러나 순환출자 해소가 이슈화되지 못한 이유는 영향을 받는 그룹이 적다는 데 있다. 현재 공정위 지정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가운데 1개 이상의 순환출자 고리를 가지고 있는 곳은 7개 그룹(삼성, 현대차, 롯데, 현대중공업, 대림, 현대백화점 및 영풍)이다. 이중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5개 그룹은 순환출자가 지배구조상 큰 의미가 없고, 현대중공업도 지주사 전환으로 해소돼 사실상 현대차그룹 1곳만 남았다.

현대차 순환출자 구조는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가 존재한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한 비용이 다른 그룹보다 많이 발생하는 측면이 있어 쉽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차를 제외하면 순환출자 해소 규제가 무의미한 것이다.

이밖에도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된 자사주 활용 제한법도 주목해야 한다. 자사주는 기업의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자사주 활용을 제한할 경우 기업 지배력 확대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특히 지주사 전환 시 자사주 분할신주 배정 금지가 가장 중요하다.

이상원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5가지 이슈 중 특히 기업 지배구조 개선 강화는 특정 기업이나 그룹에만 그치지 않고 국내 기업 전반을 아우를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