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27일 나란히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국내를 대표하는 양대 가전업계 거목의 큰 그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물론 양사의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미래를 추구하는 두 회사의 행보를 천천히 살펴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반도체 파워 삼성...‘지금처럼만’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9조9000억원, 매출 50조5500억원을 기록했다. 전 부문이 호조세라는 평가다.

먼저 반도체. 영업이익 6조3100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명실상부 최강의 존재감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글로벌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자체도 장기호황으로 접어들어 눈길을 끈다.

실제로 1분기 반도체 실적을 뜯어보면 빈틈이 없다.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강세 속에 고용량 엔터프라이즈 SSD와 데이터센터 D램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증가됐고, 시스템 LSI도 플래그십 스마트폰 모바일 AP 판매 확대와 응용처 다변화로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D램은 플래그십 스마트폰향 LPDDR4·LPDDR4X와 데이터센터 서버용 제품 라인업이 완전히 자리를 잡았으며, 10나노 공정을 바탕으로 경쟁자를 찾아보기 어려울 지경이다. 낸드플래시도 마찬가지다. 4TB 이상 서버 고용량 SSD와 64GB 이상 모바일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48단 V낸드플래시 공급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분간 삼성전자 반도체 인프라는 전체 실적을 견인하는 주력이 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호실적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 자체가 호황을 맞이한 지점과 맞물리며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 3D 낸드플래시 공급 확대 등으로 수요와 공급의 상황이 변동될 가능성이 리스크다. 비단 삼성전자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적절한 수요와 공급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뜻이며, 이는 시장교란의 형태로 굳어질 수 있다. 물론 상대적으로 삼성전자는 기술적 고도화를 바탕으로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시장 자체의 균형이 무너질 경우 돌발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도시바 인수전이 뜨거운 열기를 보여주는 가운데, 낸드플래시 시장의 우위가 무너질 수 있는 개연성도 상존한다. D램과 달리 낸드플래시에서 삼성전자는 다소 불안한 1위를 수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64단 V낸드플래시 확대를 통해 안정적 수익성을 확보하는 한편 평택 반도체 라인을 중심으로 로드맵을 짜겠다는 복안이지만, 변수는 여전히 있다는 평가다.

시스템LSI 사업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중심으로 수요가 꾸준하지만, 사실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역량은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당장은 메모리 반도체 중심으로 충분히 버틸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시스템 반도체 역량을 확보하는 것은 삼성전자의 중요한 숙제로 보인다.

디스플레이는 영업이익 1조3000억원, 매출 7조2900억원의 충실한 성적을 거뒀다. 플렉서블 OLED의 판매 증가를 비롯해 UHD와 대형 중심의 고부가 LCD 제품 비중 증가로 긍정적인 바람을 탔다는 설명이다. IM부문은 영업이익 2조700억원, 매출 23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스마트폰 판매량은 소폭 늘었지만 갤럭시노트7의 구원투수로 나선 갤럭시S7 마케팅 비용이 소모된 것으로 보인다. CE부문은 영업이익 3800억원, 매출 10조3400억원을 기록했다.

▲ 갤럭시S8.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LG전자, 살아났다

LG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9215억원, 매출은 14조6572억원으로 집계됐다. 생활가전이 최고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스마트폰의 MC사업본부가 영업적자를 크게 줄인 지점이 고무적이다.

실제로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사업본부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5208억원, 매출 4조6387억원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 28% 늘었으며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은 사상 최고다. 분기 사상 처음으로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인 11.2%를 달성했다.

HE(Home Entertainment)사업본부도 영업이익 3822억원, 매출 4조3261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VC(Vehicle Components)사업본부는 영업손실 145억원, 매출액 8764억원을 기록했다.

MC사업본부는 영업적자를 지난해 4분기 4670억원을 기록한 상태에서 올해 1분기 2억원으로 크게 줄였다. 수익성 개선에 성공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LG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해온 사업구조 개선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경영 효율성을 높인 것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X시리즈와 K시리즈에 집중하며 중저가 라인업을 내세운 점유율 확보도 준수했다. 1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1480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10%, 전 분기 대비 5% 증가 했다.

다만 LG G6가 갤럭시S8의 기세에 눌려 어려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으며, 프리미엄 라인업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점은 변수다.

▲ LG G6. 출처=LG전자

부품과 스마트폰의 삼성, 가전의 LG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실적을 평가하면, 반도체가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주는 상황에서 부품사업 전체가 호조세를 기록했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IM부문의 경우 갤럭시노트7 발화에 의한 단종으로 갤럭시 신화가 주춤하고 있으나, 여전히 2조원이 넘는 영업실적을 기록하며 준수한 흐름을 보여줬다.

다만 가전의 CE는 분명 주춤하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패널 가격 상승과 환 영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종합하면 삼성전자의 길이 보인다. 삼성전자는 초연결 시대의 핵심이자 기본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모바일 단말기 시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실험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 삼성전자 가전제품 전시회. 출처=삼성전자

반면 LG전자의 경우 H&A 사업본부와 HE 사업본부의 호조세에서 알 수 있듯이, 고객과의 직접적인 접점이 있는 사업으로 빠르게 외연을 확장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의 가전 인프라와 비교하면 묘한 엇갈림이 감지되는 상황이다.

스마트폰의 경우 중저가 라인업이 충실한 방어전을 펼치고 있지만 갤럭시를 내세운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전망 자체는 약간 불안하다. LG G6를 통해 프리미엄 라인업 경쟁을 계속 시도하겠지만 분명 어려운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종합하면, LG전자는 가전을 중심으로 고객접점의 확대를 꾀하는 방식이 유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