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다가오면 주식시장에서 유독 주목을 받는 종목들이 있다. 이른바 ‘정치테마주’다. 정치테마주는 대선 유력후보자와 특정한 인연이 있다고 여겨지는 주식들과 공약의 수혜가 예상되는 주식들로 분류된다.

따라서 정치테마주들은 ‘실제’ 이익이 아닌 ‘허상’ 혹은 ‘막연한 기대’에 따라 주가가 오르고 내린다. 그만큼 밸류에이션과는 거리가 멀고 객관적인 판단을 하기도 어렵다. 정치테마주 투자가 위험도 측면에서 최고 수준에 해당되는 이유다.

그런데 왜 투자자들은 정치테마주에 열광을 하는 것일까. 정치테마주는 소위 말하는 ‘급등주’에 해당되기 때문에 흐름만 잘 타면 일확천금, 즉 ‘대박’을 칠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꿈’이 그 배경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 출처:자본시장연구원

지난 2002년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까지 3번의 대통령 선거 시점마다 다양한 형태의 정치테마주가 등장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3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자와 차점자의 정체테마주로 분류된 주식들은 60개 종목에 이른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이 종목들의 주가 특징을 계량적 방법론을 이용해 분서했다. 우선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의 비정상수익률(AR)을 산출하고 이를 합한 누적비정상수익률(CAR)을 계산했다.

종목별 비정상수익률과 누적비정상수익률을 구하기 위한 분석 기간은 16~18대 대통령 선거의 1~2위 후보들이 본격적으로 선거 운동에 들어간 소속 정당의 최초 경선 투표 시작부터 선거 직전일인 12월 18일까지로 설정했다. 그리고 이에 상승하는 과거 기간 자료를 사용해 정상수익률 산출을 위한 모형식을 추정했다.

또 주식 가격의 이례 현상을 분석 기간 중 5거래일까지의 누적비정상수익률이 20%이상인 종목들로 한정했다. 1~5일 동안 비정상수익률의 합이 20%를 넘는 종목을 경제적인 의미가 있는 정치테마주로 규정한 것이다. 분석 결과 총 60개 종목 중 43개 종목에서 단기간에 20% 이상의 이례적 가격 급등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정치테마주가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에 한정해 비이성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 대통령 선거가 끝난 이후의 주가 변동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이상 급등을 보인 43개 종목의 비정상수익률을 대통령 선거일 다음날부터 추적해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나타난다.

▲ 출처:자본시장연구원

선거 결과가 알려진 직후 43개 종목의 1일 누적비정상수익률 평균은 -0.49% 하락했으나 당선자와 차점자 관련 정치테마주의 비정상수익률은 각각 4.70%, -6.46%로 차별화됐다. 즉, 당선자와 관련된 정치테마주의 가격은 선거 다음날 비정상적으로 상승했으나 차점자와 관련된 정치테마주 가격은 오히려 비정상적으로 하락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시간이 경과할수록 당선자와 차점자의 누적비정상수익률차이는 점차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선자와 차점자의 5일 누적비정상수익률 평균은 각각 -7.12%, -7.45%로 서로 수렴하는 모습이다.

결과적으로 대통령 선거 다음날 당선자 관련 정치테마주의 수익률 상승은 일시적 현상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또 새로운 정보의 유입이나 이벤트가 없는 상황에서 전체적으로 5일 누적비정상수익률이 음의 값으로 떨어진다는 것은 정치테마주의 효과가 실제 가치보다 과대 해석되거나 투자심리가 비이성적으로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 3번의 대통령 선거 기간 중 정치테마주 가격 추이를 보면 대부분 종목에서 업종 벤치마크와 대비해 이례적인 가격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선거 종료 후 5거래일이 경과하면서 정치테마주의 누적비정상수익률은 평균적으로 음의 값을 보임으로써 정상가격에서 벗어난 가격 상승이 지속되지 못했다.

이번 19대 대통령 선거 기간에도 정치테마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심리대상이 된 종목 중 대선 관련 정치테마주는 76.9%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심리대상 종목들은 공통적으로 높은 주가변동률과 거래량 변동률을 보였으며 개인투자자는 계좌당 77만원의 손실금액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자본시장연구원이 19대 대통령 선거의 정치테마주를 분류한 결과, 상위 두 후보 관련 정치테마주는 총 39개 종목이 선정됐으며 이중 단기간에 누적비정상수익률이 20% 이상 급등하는 종목들은 22개 종목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치테마주에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들은 정치테마주의 가격 특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투자 결정에 있어서 각별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기업 가치의 본질적 변화 없이 정치 테마주라는 규정만으로 가격이 급상승하는 종목은 결과적으로 수익률 급락 위험에 노출된다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금융당국은 정치테마주와 관련된 불공정행위 감시 체계를 보다 효율화시켜 사전 예방 시스템과 사후 적발 시스템 간의 유기적 협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