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게임을 개발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달라질 게임산업의 한 모습이다. 당장에 노동이 문제가 된다. 인공지능 게임 개발이 가능해지면 인간 개발자가 대체될 위기에 처하기 때문이다.

“기조 발표에서 ‘언젠간 인공지능이 게임도 개발할 수 있다’는 위기감과 그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이은석 넥슨 디렉터의 말이다. 그는 지난 25일 넥슨개발자컨퍼런스(NDC) 2017에서 기조연사로 나서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게임개발’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현재 넥슨의 야심작 ‘야생의 땅: 듀랑고’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고 있다.

▲ 출처=넥슨

그는 먼저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정의했다. “4차 산업혁명은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최초로 언급됐습니다. 다만 그 구체적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인더스트리 4.0과 혼용되고 있으며, 알파고 쇼크와 대선주자들의 언급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중요한 트렌드가 돼가고 있죠. 어떤 큰 변화의 물결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이은석 디렉터에 따르면 게임산업은 본질적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이라 타산업에 비해 인공지능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이는 하드웨어가 없기에 물리적인 상해에서 자유롭고, 인공지능 도구의 한계비용 역시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게임산업이 4차 산업혁명 물결에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가. 약한 인공지능이 널리 퍼지면서 게임산업은 크게 2가지 영향을 받을 걸로 그는 내다봤다. 첫째는 플랫폼의 독과점과 양극화다.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가 참여하는 플랫폼의 양면성과 네트워크 효과로, 거대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은 점차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들이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는 신규 플랫폼에 진입장벽이 될 것입니다. 이에 게임산업에서 플랫폼과 퍼블리셔의 독과점 체제는 굳건해질 전망입니다.”

▲ 출처=넥슨

다음으로는 개발인력 수요가 감소하면서 개발팀이 작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시장 경쟁 심화는 무인화를 조장할 것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경쟁으로 인해 악화되는 노동환경 개선에 대한 니즈는 역설적으로 무인화를 촉발하고, 인간 노동력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한계비용이 제로에 가까운 게임산업에서 더욱 심할 수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한계 비용이 제로에 가까운 인공지능들은 공짜에 가까운, 그리고 유저의 시간을 더욱 오래 점유할 수 있는 게임들을 공급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최상위 레벨의 개발인력을 제외하면 게임산업 내의 개발인력 수요는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창의적인 일은 안전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이은석 디렉터는 반박했다. “인공지능 또한 자동화된 기계학습을 통해 특정 분야에서는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창의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도 있다”며 “이 관점에서 프로그래머의 미래를 전망해보면, 상대적으로 코딩 분야는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 출처=넥슨

이 같은 거대한 물결에 순응해야만 하는 걸까. 그는 회사와 개인 입장에서 각각 대처방안을 제시했다. 기업 측면에서는 우선 인공지능을 게임 개발에 적극 활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인공지능은 새로운 콘텐츠들을 끝없이 생산해 낼 수 있고, 개인별 맞춤형 콘텐츠를 소비자가 원하는 시점에 즉각적으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인간 고유의 직관에 기반해 아직 없는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것도 의미 있는 대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IP와 브랜드를 통한 접근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포켓몬GO의 전신인 ‘인그레스’와 포켓몬GO의 구글 트렌드 인기도를 비교해보면 사랑 받는 IP를 보유한 포케몬고의 그것이 월등하다는 점을 볼 수 있으며, 이는 우리에게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는 설명이다.

개인 차원에서는 데이터화하기 힘든 영역에서 승부하는 것을 권장했다. 데이터가 많은 영역에서 인간은 인공지능을 능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인간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간의 성장과정과 신체 및 생리구조를 보유하지 못한 인공지능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공감에 있어서는 명확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소 희망적인 대처 방안도 제시했다. 그것은 ‘자아실현을 고민하라’는 주문이다. “인공지능의 활성화로 생계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도래한다면, 우리는 생산성에 매몰되지 않고, 의미 있는 일과 쓸데없는(하지만 기계는 할 수 없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습니다. 이제 생산성이 아닌 자아실현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