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마트 양평점 1층 '어반포레스트' 모습.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에 들어서 처음 드는 생각은 ‘이건 뭐지?’라는 물음표였다. 보통 대형마트에 입장할 때 볼 수 있었던 다양한 할인 행사 물건들의 배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신에 널찍한 공간에 쾌적한 숲 속 콘셉트의 공간이 은은한 조명 아래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줬다. 지인들과 들러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수다를 떨기에 좋을 것 같았고, 혼자 커피 한 잔 하기에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롯데마트’라는 간판이 없었다면, 복합 쇼핑몰이나 백화점 등으로 오인했을 수도 있겠다.

27일 오픈한 롯데마트 양평점에 대한 첫 느낌이다. 롯데마트가 2005년 6월 구로점 이후 12년 만에 ‘유통 격전지’로 불리는 서울 영등포에 새롭게 매장을 오픈했다. 특히, 공유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4세대 매장으로 진화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에 새로운 개념의 차별화된 도심 매장을 도입, 대형마트에서 중요시 여기는 식품 매장은 지하 2층에 배치하고 1층은 온전히 고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할애했다.

롯데마트 양평점은 지하 2층~지상 8층, 면적 1만3775㎡(약 4167평) 규모의 단독매장으로 영등포구 양평동에 문을 열었다. 그런데 서울 서남부 상권은 코스트코 양평점, 홈플러스 영등포점, 이마트 영등포점, 빅마켓 영등포점 등 반경 3㎞ 안팎에 10여 개의 대형마트가 있는 ‘유통 격전지’이기도 하다. 롯데마트는 이제서야 왜 이곳에 매장을 열었을까.

신주백 롯데마트 매장혁신부문 상무는 “영등포구와 가까운 거리의 양천구와 구로구까지 각각 50만명씩 해서 주변에 약 150만명(60~70만 가구)이 거주하고 있고, 현재 주변에 10개의 할인점이 약 1000억 정도 매출을 올리지만, 아직까지는 더 수요가 있다는 계산이 나왔기 때문”이라며 “특히 기존 할인점과는 다른 콘셉트를 통해 차별화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롯데마트 양평점은 1층부터 달랐다.

탁 트인 공간을 비추는 은은한 조명이 고급스러움을 더했고, 높은 천장 아래에는 테이블, 계단형 좌석, 소파 자리, 오픈형 테라스 자리까지 소비자가 쉴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해 보였다.

‘어반 포레스트(Urban 4 rest)’라고 불리는 이곳은 인도 요리점 ‘강가’와 타이 음식점 ‘마이타이’ 등 유명 레스토랑을 비롯해 ‘채선당’, ‘두끼떡볶이’, ‘자연한그릇’ 등 14개의 식음료 매장과 2개의 푸드트럭이 있다.

보통 팔아야 하는 물건을 배치하는 기존 대형마트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다양한 음식점은 물론 한 개 층 전체를 소비자가 편하게 쉬고 이야기를 나누며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많은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한 점이 특히 눈에 띈다.

1층 매장 전체가 나무와 담쟁이덩굴 등으로 둘러싸여 있어 자연친화적이며, 중앙에 있는 계단형 좌석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앉아 스크린에 나오는 자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좌석 곳곳에 배치된 콘센트 등 소비자의 편의를 고려한 매장 구성이 눈에 띈다. 아울러 자연 채광을 이용하기 위해 오픈형 테라스를 도입하는 등 대형마트에서 ‘쇼핑’이 아닌 ‘휴식’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절로 만들게 하는 쾌적한 공간이다.

▲ 지하 2층에 위치한 식품관.
▲ 지하 2층에 위치한 '스테이크스테이션'
▲ 지하 2층에 위치한 축산 코너로 '드라이 에이징', '웻 에이징' 전용 숙성고가 있다.

지하 2층으로 이동하는 길도 가깝다.

보통 대형마트에서는 다른 층으로 이동하려면 돌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롯데마트 양평점은 1층에서 지하 2층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가 바로 연결되어 있어 불필요한 이동을 최소화한 점이 돋보인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자연 풍경이다. 가로 5m, 세로 3m 크기의 ‘디지털 사이니지’를 설치해 바다, 숲, 폭포 등 자연 풍경 영상을 송출해 자연·휴식·힐링 등에 대한 소비자 욕구를 충족하도록 했다. 기존 대형마트가 고객들의 눈길이 가는 곳에는 물건 진열대를 배치하던 방식과는 차별화된 모습이다.

식품매장 구성은 깔끔한 진열 배치와 물건에 집중된 은은한 조명으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특히, 수산 매장에는 회를 뜨거나 참치를 해체하는 작업을 고객이 직접 볼 수 있는 ‘클린 클라스 스테이션’이 설치됐으며, 가공식품 매장에는 시리얼 전문 존, 코코넛 존 등 새로운 카테고리 존도 마련돼 고객이 편하게 장을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축산 매장 내 ‘스테이크 스테이션’에서는 고기를 구매한 고객이 원하면 직접 고기를 구워주고, 매장에서 바로 먹거나 음식을 포장해 집으로 가져갈 수도 있도록 해 1인가구의 수요 역시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드라이 에이징(dry aging), 웻 에이징(wet aging) 전용 숙성고도 9대가 설치돼 고품질의 고기를 맛볼 수 있다.

아이언맨이 춤을??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특화 매장’

▲ 지상 2층에 위치한 증강현실을 이용한 포토존. 사진: 이코노믹리뷰 이효정

지상 2층으로 올라가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특화 매장들이 즐비하다.

완구전문 매장 ‘토이저러스’ 입구에는 증강현실(AR)을 이용한 포토존이 설치되어 있는데, 롯데마트 앱이 설치된 스마트폰을 이용해 포토존을 비추면 아이언맨이 화면에 튀어나와 춤을 추는 듯 다양한 동작을 선보여 쇼핑의 재미를 더해준다.

아기용품 전문매장인 ‘베이비저러스’ 5호점이 약 265㎡(약 80여 평) 규모로 들어서 육아용품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고, 최근 트렌드에 따라 남성들의 구매욕을 자극할 수 있는 ‘키덜트 존’에는 1200여 종의 키덜트 완구가 구비되어 있다.

아울러 홈인테리어 생활 제안 매장인 ‘룸바이홈’에서는 셀프 인테리어 족들이 좋아할 프랑스 브랜드 조립가구, 친환경 침구 등을 판매한다. 애완용품 전문 매장인 ‘펫가든’에서는 강아지 캠퍼스, 코고는 고양이 등 온라인 애견, 애묘 전문몰의 상품도 선보이다. 언더웨어 특화 매장인 ‘보나핏’, 국내 최대 가전 양판점인 ‘하이마트’와 키즈 스포츠 시설인 ‘챔피언’도 있어 온 가족이 함께 경험하고 즐기고 쇼핑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이사는 “대형마트의 주요 고객인 30대 주부의 경우 쇼핑도 일로 여기게 되는 경향이 뚜렷해지는 추세인데 이러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전화시켜주고자 도심 속 힐링 공간으로 재창조하는 것에 가장 큰 노력을 기울였다”며 “차별화 공간으로서 고객이 편하게 쉬고 즐길 수 있는 4세대 매장으로서 앞으로 더욱 진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롯데마트 측은 일평균 7000명의 고객이 양평점을 방문하고, 월 평균매출 목표를 100억원으로 잡았다. 매출 목표는 올해 안에 800억원을 예상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서현선 롯데마트 매장혁신부문장(상무)은 “양평점은 차별화를 통해 ‘공유 가치’를 구현하는데 중점을 둔 공간”이라며 “공유의 가치를 목적으로 서로 간의 소통이 있는 공간으로 고객에게 가치를 더해줘 같이 호흡하다보면 고객들이 앞으로 더 기대를 하고 마트를 방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