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솔로 이코노미는 기본적으로 이전보다 더 많고 다양한 수요를 만족시켜야 하는 전제 조건이 달려 있다. 그로 인해 이전의 변화들보다 한층 더 가속화된 요인들이 있다. 과연 어떠한 요인들이 이전보다 확장된(혹은 이제는 자연스러운 삶의 패턴들 중 하나가 된) 솔로 이코노미를 반증하고 있을까. 소비 영역, 문화 콘텐츠 영역에 이르는 다양한 변화들을 파악해 봤다.

40~50대 1인 가구 온라인 소비 활성화

국내 온라인 마켓의 비약적 성장에는 모바일 기술 수준의 향상과 더불어 이를 적극적으로 쇼핑에 활용하는 소비자들의 증가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이러한 가운데 40~50대 1인 가구 소비자들은 온라인 마켓에서 큰 영향력을 보유한 있는 소비층으로 성장했다.

통계청이 매년 파악하고 있는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2014년 1/4분기(1~3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0조468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의 같은 분기 대비 16.6%의 성장이며 거래액 중 모바일쇼핑 거래액은 2조8930원을 기록하며 156.6% 증가했다. 같은 방법으로 2017년 파악된 온라인 쇼핑 전체 거래금액은 1월 6조192억원, 2월 5조8577억원을 기록했다. 모바일을 통한 거래규모는 각각 3조4907억원, 3조3984억원을 기록했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인 가구 소비자들은 편의성과 서비스를 중요하게 여겨 온라인 마켓 및 홈쇼핑의 모바일 쇼핑몰을 주로 이용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전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1인 가구의 주 소비층에서 40~50대(특히 남성)들이 급증하면서 온라인 쇼핑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그간 온라인 소비 환경은 20~30대가 주도해왔으나 지금은 40~50대가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1인 가구 중 40~50대 인구들은 우리나라 전체소득의 64%, 소비의 63%를 차지하고 있으며 2000~2015년까지 우리나라 1인 가구에서 40~50대의 비중은 24%에서 33%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20~30대와 60세 이상의 비중은 43%에서 36%, 32%에서 30%로 감소했다.

일반 소비 영역의 변화

혼자들이 모여 산다 셰어하우스

경제 상황이 엮인 1인 가구 소비 패턴의 변화가 가장 확연하게 드러나는 분야는 부동산이다. 정부는 장기적 경기 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시장에서의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정책을 펼쳤다. 이는 부동산 보유자들에게는 투자적 관점에서 호재가 되기도 했으나 경기 침체로 인한 소득이 대폭 감소한 2030 청년 세대들에게 ‘내 집 마련’은 꿈과 같은 일이 됐다.

이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 1990년과 2010년의 부동산 첫 구입연령과 가격 지표다. 한 조사에 따르면 1990년대 첫 부동산 구입 연령은 29세였으나 현재는 이보다 6년 늦어진 평균 35세로 연령대가 높아졌다. 또한 1990년대 이전 첫 부동산을 구입했다는 응답자들의 지출 금액이 5272만원인 것에 반해 2010년에는 1억7117만원으로 약 3배 가량 치솟았다.

부동산 가격에 대한 부담감은 거의 모든 연령에서 공유하는 문제가 됨에 따라, 혼자 살면서 일련의 부담을 최대한 합리적으로 줄이는 아이디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맥락으로 최근 떠오른 개념이 ‘셰어하우스(Share House)’다. 이는 하나의 넓은 주거공간을 여러 명이 공유하는 방식으로 개인적 공간은 따로 사용하지만 거실과 화장실, 욕실 등을 공유하는 주거방식이다. 일반 월세의 보증금보다 저렴한수준의 비용(평균 보증금 100만~500만원에서 월 30만~50만원대)으로 1인 가구 소비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들의 소비금액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던 반면 온라인 소비는 40대가 5조원에서 19조원으로 4배, 50대는 2조원에서 12조원으로 6배 증가했다. 만약 이전의 솔로 이코노미의 개념을 적용한다면 2030대 싱글에 맞춰진 것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러한 추세 역시 범위가 확장된 솔로 이코노미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편의점의 급성장과 진화

우리나라의 첫 편의점은 1989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 상가에 들어선 ‘세븐일레븐’이었다. 이후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국내의 부유 유통업체들은 각자의 브랜드를 내건 편의점들을 오픈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편의점 도입 초기에는 ‘24시간 열려 있다’는 것 말고 다른 슈퍼마켓이나 마트에 비해 특별한 장점은 없었기에 그 성장세는 아주 더뎠다.

▲ 편의점 CU와 소셜커머스 티몬의 택배 제휴 서비스. 출처= 티켓몬스터

통계에 따르면 1995년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태 시장 점유율 0.8%를 차지했던 편의점은 2001년까지 1.2%로 성장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그로부터 10년 후인 2012년 점유율 3.1%에 이른 뒤 이후 약 3년간 전례 없는 성장세를 보이며 2015년 5%대 점유율로 증가했다. 흥미로운 것은 같은 기간 오프라인 유통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백화점의 점유율은 10.4%에서 7.8%로 급감했다는 점이다.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소포장 단위 품목 및 즉석식품들은 ‘혼자’서 간편하고 빨리 쓰기에 적당한 분량, 즉 낭비가 없을 수준으로 출시됨에 따라 소비의 효율성을 고려하는 1인 가구 소비자들은 편의점으로 향했다. 이에 따라 편의점들은 물건을 24시간 동안 살 수 있다는 장점 말고도 수많은 소비자 ‘편의’들을 강화했다. 온라인 마켓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택배 수령 장소로 활용되는가 하면 3PL(물류 전문업체)와의 협업으로 편의점 택배 서비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아울러 밤길 여성들의 안전을 위한 치안(治安) 공간으로 활용되는 등으로 이전보다 그 용도가 확장됐다. 일련의 변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1인 가구의 확대다.

식품 대세 HMR

국내 HMR 시장 규모는 2010년 약 7700억원에서 이후 매년 평균 17% 이상 성장세를 보였고 지난해 약 1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시장의 전망은 2021년까지 관련 시장은 7조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간편함을 선호하는 1인 가구 소비자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물론 HMR이 처음 등장했던 1990년대에는 일부 젊은 소비자들에 국한된 선호가 있었을 뿐 대중적 식단은 아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HMR은 전 연령대가 즐기는 하나의 식문화로 자리 잡게 됐다. 2016년 농림축산식품부-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가공식품 소비자 태도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비자의 HMR 구입 경험은 2011년 40.5%에서 2013년 61.9%로 증가했다.

실생활 효율 극대화, 트랜스포밍 가구·소형화 가전

트랜스포밍 가구(Transformimg Furniture)는 여러 가지 형태로 변형해 다양한 용도로 이용할 수 있는 가구를 뜻한다. 트랜스포밍 가구의 시작은 실생활에 대한 적용보다는 가구의 예술적 가치가 우선되던 품목이었다. 그러나 1인 가구의 급속한 증가로 인해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공간 효율성에 대해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소비자들은 트랜스포밍 가구를 실생활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한국공간디자인학회의 2014년 논문 <트랜스포밍 퍼니처를 활용한 마이크로 하우스의 공간구성 및 특성에 관한 연구>에서는 “그간 외면받던 다기능 가구와 소형 공간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으며 최근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은 ‘1인 가구’의 급속한 증가 역시 이런 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사용자 편의와 필요성, 공간의 크기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확장하거나 축소할 수 있고 한 가지 유닛(Unit)으로 사용자가 자유자재로 공간을 레이아웃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트랜스포밍 가구가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 소형 정수기. 출처= 코웨이

그런가 하면 최근 가전업계에서는 ‘소형화(Compact Size)’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역시 1인 가구의 영향이다. 과거에 큰 부피로 많은 공간을 차지했던 가전제품들의 크기는 줄어들었다. 그러나 기능은 기존의 제품들과 큰 차이가 없거나 더욱 실용적이다. 1인 가구들의 넓지 않은 주거공간에 딱 맞는 제품들이 인기다. 대표적인 품목들로는 냉온수기, 세탁기, 미니오븐 등이 있다.

전자제품 업계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1~2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소형가전의 인기도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특히 젊은 세대가 많은 1인 가구와 신혼부부들은 실용적이고, 인테리어 효과가 있는 디자인 강화 제품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에 각 제조업체들은 디자인을 강화한 소형가전과 대형 가전의 소형화 모델 개발에 힘을 쓰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1인 맞춤형 서비스

‘즐거움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속담으로 알 수 있듯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함께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문화 콘텐츠들은 수요의 기본 단위를 2인, 혹은 2인 이상으로 간주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홀로 문화생활을 즐기는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콘텐츠 유통 및 제작을 담당하는 업체들도 그에 대응하는 기획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멀티플렉스 CGV는 1인 관람객들이 팝콘, 콜라 등 영화관의 대표 간식 메뉴들을 부담 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양과 구성이 조정된 ‘싱글팩’과 ‘커피콤보’ 패키지를 론칭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 메가박스 코엑스점 싱글석. 출처=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에서는 1인 관객들을 위한 영화티켓 1매+스낵콤보+옆자리 보존 서비스로 구성된 ‘혼영팩’ 판매를 시작했으며 메가박스는 홀로 영화를 즐기는 ‘혼영족’들이 부담 없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싱글석’을 별도로 마련했다. 싱글석은 옆 좌석과의 사이 공간에 테이블을 설치해 넓은 개별공간이 확보되는 좌석이다. 메가박스 코엑스점 6~11 상영관 5열의 전체는 싱글석으로 구성돼 있다.

한편, MBC의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는 2013년 2월 방영됐던 파일럿 프로그램 <남자가 혼자 살 때>의 정규 편성 버전이다. 올해로 방송 3주년을 맞은 <나 혼자 산다>는 유명 연예인들이 혼자의 삶을 멋지게 즐기면서 살아가는 모습들을 솔직하게 담아내며 시청자들로부터 큰 공감을 얻어냈다. 이에 현재는 <무한도전>과 더불어 방송국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