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읍, 조천읍 등 4개 지역에 걸쳐 밭농업 위주의 전통 산업에 집중해 왔던 제주가 최근 ‘체험형 농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림읍 금악리에 있는 금악포크빌리지가 대표적이다. 원래 양돈 농가들을 중심으로 목장들이 형성되어 있던 금악리 일대에 양배추, 브로콜리 등과 돈육이 버무려진 수제 소시지, 돈가스 등을 생산하는 대규모 임가공 공장이 들어섰다. 관광객들이 일일 체험 개념으로 소시지를 만드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가족 내방객들의 참여를 유도하기에도 용이하다. 금악 포크빌리지의 박준범 대표는 한때 ‘돼지마을’로 불릴 만큼 양돈 농가가 집산되어 있던 금악리 일대에 대한 외부인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양돈 인프라를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했다.

이외에도 제주도는 국제자유도시 조성 정책 등을 통해 뷰티케어 빌리지와 체험형 농업 관광 등을 병행하는 전략을 모색 중이다. 제주도 관광협회는 낙천아홉굿마을, 예래생태마을 등 3개 마을을 대상으로 ‘팜팜 버스’(Farm & Family Bus) 사업을 진행하고 가족들이 각 마을을 돌며 농산물 재배 과정을 경험하고 식음료 등을 소비하는 이벤트를 구비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농산물 재배 과정과 체험, 유통 등을 결합하는 6차산업화에 대한 관심이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부분 농민 소득보전 자금 및 수매 정책 등으로 농정예산이 활용돼 최첨단 농업에 대한 관심이 적다는 이야기다. 서귀포시만 하더라도 감귤산업에 537억원을 투자하고, 밭작물 재배 농가의 소득 안정을 위한 자금 274억원을 투자했지만, 6차산업에 대해서는 68억원가량만을 할애했다.

 

아웃스탠딩 인더필드

 

미국의 ‘팜투테이블’ 운동 참고할 필요

그렇다면 제주도의 6차산업, 그중에서도 체험 농업이 활성화되기 위해 참고해야 할 선행 사례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최근 미국에서는 관광지에 위치한 친환경 농업 인프라와 레스토랑이 합작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현지 농장에서 신선한 작물을 수확해 인근의 레스토랑에서 경관과 함께 제공하는 ‘팜투테이블’(Farm to Table) 운동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주 와인 컨트리에서는 가족형 와이너리를 중심으로 조지아주의 복숭아 농장, 플로리다 주의 오렌지, 핑크 자몽 등의 아이템으로 ‘팜투테이블’ 서비스를 제공한다.

산타크루스의 환경미술가 짐 데나반(Jim Denavan)은 미국의 각 지역 농장을 돌아다니며 야외에서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 식사를 제공하는 ‘아웃스탠딩 인 더 필드’(Outstanding in the Field)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농부, 목장주, 와인메이커 등과 협력해 각 지역의 특산물이 지닌 매력을 살린 식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한편 개인 축산 농장 체험과 식사를 곁들이는 ‘필드 투 포크’(Field to Fork) 관광 콘텐츠도 음식의 맛과 장소의 특성을 살리는 체험 농업 사례로 손꼽힌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마린 농업 토지신탁(Marin Agriculture Land Trust)은 와인 시음 행사, 부라타 치즈 만들기 프로그램, 소떼 몰기 체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제주도 거주 식음료 사업가는 미국의 6차산업 트렌드 중 하나인 팜투테이블 운동과 제주 안에서 시도되었던 체험형 농업 상품을 비교분석하며 뼈아픈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팜투테이블 상품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농산물과 서비스 그리고 장소성과의 결합을 계속 고민해온 것과 달리, 제주의 체험형 농업 상품들은 너무 단기간에 기획된 나머지 서비스들끼리 차별성이 없다”는 것이다.

 

 

동반성장 모델, 교육 모델 등의 모색도 필요해

제주도에서 오랫동안 폐가재생 사업 및 지역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김영민 제주폐가살리기협동조합 새싹대장(조합장)은 ‘제주 전도가 관광지이기 때문에 체험형 농업으로 적합한 장(場)이라는 장점도 있는 반면 관광지라는 맥락에 한정되어 있다는 문제점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또 김 대장은 ‘제주 체험농업의 경우 극도로 상업화된 관광지들과 경쟁하는 상품으로써 체험형 농업을 활용하다 보니, 단기간에 고수익을 누릴 수 있는 흥행성 관광상품보다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직접 농산물을 재배, 수확해 판매하는 수익 대비 체험형 농업으로 누리는 부가가치가 적은 현실 또한 문제시됐다. “농업인보다는 콘텐츠 개발 역량이 탁월한 비농업인이 더 효과적으로 체험 인프라를 만들 수 있을 듯하지만, 또 농업이라는 도메인 특유의 속성을 살리기 어려운 현실도 있다.”

한편 카이스트 NCLab 강범수 연구원은 ‘체험 농업은 수익 목적으로도 활용 가능하지만, 아동의 심성 발달에 도움이 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도 충분히 재활용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체험 농업 자체에서 부가가치를 찾기 어렵다면 새로운 서비스를 이입해 수익 모델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