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공도읍에 위치한 농협 창조농업지원센터는 원래 ‘6차산업지원센터’로 출발했다. 6차산업은 전통 1차산업의 농업 구조에 제조업 형태의 2차산업, 서비스업에 기반을 둔 3차산업을 결합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개념. 일본에서 출발한 6차산업이라는 용어는 금세 한국에 상륙해 농가 소득 향상과 고용 창출의 기회로 주목되기 시작했다.

일본은 2011년부터 6차산업을 법제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6차산업 지산지소(地産地消)법을 제정했다.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6차산업 기반 농산물을 지역 안에서 충분히 소비할 수 있도록 유통과 판매구조를 혁신하는 것을 가리킨다. 대표적인 사례가 히로시마현의 ‘세라고원 네트워크’다. 히로시마시에서 약 1시간 떨어진 세라군 세라초에 위치한 이 지역은 원예산업 선진국으로 유명한 일본 특유의 6차산업화 성공 케이스다. 작물 재배의 장(場)인 농원을 일종의 관광 코스로 개발해 1차(재배, 육성)산업과 3차(관광서비스)산업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사례로도 손꼽힌다. 세라 농원은 원예 농장 견학 이외에도 세라 와이너리, 세라쵸 도시락이 인기다.

조우진 일본 타마대 교수는 “일본의 경우 6차산업 개념은 2011년에 등장했지만, 근세기(16~17세기)부터 특성작물 재배 및 취미에 의한 원예농업 등이 활성화되어 왔다”고 언급했다. 군사들의 의료 인프라 차원에서 약초 재배를 강조했던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등의 전국시대(戰國時代) 영웅들뿐만 아니라 귀족의 가정에서도 원예와 꽃꽂이 모임을 전승하는 등 농업의 가치를 다양하게 확산하는 움직임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이 ‘농업의 6차산업화’ 추진을 위해 우수 사례로 약 100곳을 선정하고 원료 농산물 기반의 가공, 농촌 체험 등의 서비스 상품을 결합시키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연매출 10억 이하의 중소규모 영농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연간 55개 기업들이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세라고원 튤립농장

농협창조농업지원센터는 일종의 농업벤처 지원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 농협 창조농업지원센터 이대엽 센터장은 “농협이 갖고 있는 유통채널, 금융망, 컨설팅 기능을 활용해 우수 아이디어 발굴 및 사업화, 창업 모델 구축 등을 담당하는 것이 창조농업지원센터의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농협창조농업지원센터는 박근혜 정부 당시 개발된 ‘창조경제’ 개념을 이어받아 작명되었지만, 2011년부터 일본에서 논의되던 ‘6차산업’ 논리가 주된 설립 배경이다. 기술을 바탕으로 규모에 압도될 수밖에 없는 영세농들을 강소농 수준으로 육성하겠다는 농협 경영진의 의지와 직접적으로 결부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 농협창조농업지원센터는 농협하나로마트, 농협 로컬푸드 론칭 등의 판로 지원책뿐만 아니라 농협공영홈쇼핑, A-마켓 등의 온라인 기반 지원, 해외 전시 지원 등의 수출 지원 등 다각도 지원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의 프로듀스페이, 한국의 카카오파머가 판매채널 매칭을 통해 유동성 제공에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라면, 농협 창조농업지원센터는 농산물 매장, 홈쇼핑, 해외 채널 등을 전방위로 지원한다.

 

6차산업, 농업 참여자 간 동반성장 모델로도 각광받아

6차산업의 발전 가능성은 ‘마이크로 다국적 기업’(Micro-International Enterprise)의 발달로도 이어질 수 있다. 마이크로 다국적 기업은 영세한 규모의 스타트업이나 중소사업자가 인터넷, 스마트폰 등 뉴미디어에 힘입어 전 세계 시장을 상대하는 경우를 뜻한다. 특히 모바일쇼핑의 활성화에 힘입어 로컬푸드의 국제화에도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농식품모태펀드를 활용한 특수목적펀드(연간 100억원)는 영세 농수산사업자들의 국제적 판매 채널 확보 및 옴니 채널(모바일, PC, 오프라인 등을 결합한 다채널 마케팅) 인프라 구축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기존의 6차산업 지원 프로그램이 동반 성장 정책 차원으로까지 승화되려면 몇 가지 시스템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산업연구원이 2015년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차산업의 개념 재정립’과 ‘부처 간 연계협력 모델 구축(농림축산식품부, 중소기업청, 미래창조과학부 등), 어업,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법적 기반 확충 등 상당 수준의 과제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5년 기준으로 정부와 유관기관은 금융, 컨설팅, 교육, 수출, R&D, 체험 등 10개 분야에 걸쳐 219개 사업을 지원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제도적 한계점이 존재하고 있다. 6차산업을 농축산업에 한정짓거나, 농촌 융복합 산업 지원 수혜자를 농촌 거주자 등으로 한정해 놓음으로써 식자재유통, 농사 현장에 대한 금융 지원 등과 같은 다채로운 사업 모델이 구상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 안성 창조농업지원센터

곽규태 순천향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6차산업 비즈니스가 진정한 의미의 농업 분야 동반성장 플랫폼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대한 더 많은 재량권과 함께 사업 이해관계자 간 신뢰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단위 농업협동조합의 운영 효율성 및 농가와의 지속적 연대 등이 핵심 성공요인이라는 것이다.

 

농업 R&D 재원 배분의 효율성 등도 고려할 필요 있어

일본에서 농업 R&D 트렌드를 연구하며 경북 지역의 6차산업 영농 모델에 대해 연구해온 장대겸 플랜넷코포레이션 전무는 “재원 배분의 효율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6차산업 지원이 아로니아, 블루베리, 약초 등 특성작물 재배 지원에 치우친 나머지 전체 가치 사슬(Value Chain : 연구개발, 원자재조립, 제품생산, 유통, 판매 등을 아우르는 비즈니스의 전 과정)을 아우르지 못하는 편중 지원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자국에서의 기술 개발을 통한 농업 혁신 모델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새로운 시스템을 탑재한 응용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지원도 절실하다”고 장 전무는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