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 알렉사

TV 광고에 등장한 버거킹 직원은 손에 버거킹 와퍼를 들고 시청자들에게 대화를 시작한다. “이 버거킹의 광고 시간은 겨우 15초예요. 버거킹의 신선한 재료들에 대해서 설명하기에는 15초는 안타깝게도 너무 짧아요.” 잠시 고민하던 직원은 “내게 좋은 생각이 있어요”라고 말하더니 화면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오케이 구글. 와퍼 버거가 뭐지?”라고 질문을 한다.

질문이 끝나자 시청자들의 집에 있던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과 구글홈 스피커들은 각자 위키디피아에 나온 버거킹 와퍼에 대한 내용을 읊어주기 시작한다. 이 기발하고 독특한 광고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아 인터넷에서는 자신의 구글홈 스피커가 버거킹 광고에 답변하는 모습을 찍은 비디오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버거킹이 미리 논의도 없이 인공지능(AI) 음성인식비서인 구글 나우의 기능을 광고에 넣자 구글은 모든 이용자들의 구글 나우가 버거킹 광고에 반응하지 않도록 프로그램을 바꿨다.

이 때문에 버거킹의 광고는 불과 몇 시간 만에 중단됐지만 버거킹이 노렸던 입소문 효과는 충분해서 온라인에서는 고객들이 이를 이용해 여러 가지 장난을 치기도 했다. 구글 나우가 읽어주는 위키피디아의 페이지 내용을 변경해, 와퍼에 들어가 있는 재료들은 독극물이나 쥐라고 바꿔서 나오도록 했다. 한바탕 소동으로 끝난 광고였지만 소비자들의 인공지능 음성인식 비서를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지를 단적으로 볼 수 있는 사례였다.

AI 음성인식 비서로 더 인기가 높은 것은 아마존이 개발한 알렉사인데, 알렉사가 탑재된 스피커인 에코와 에코닷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연휴기간 중 판매 대수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9배 이상 증가했다. 아마존은 2014년 알렉사가 탑재된 에코 제품을 시장에 처음 선보인 이후에 2016년 5월까지 약 300만대 이상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렉사는 처음에는 간단하게 날씨를 알려주거나 사용자의 간단한 질문에 답변하는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기능이 다양화돼서 정보검색은 물론 사용자가 말만 하면 피자를 주문하거나 우버나 리프트 등의 차량 공유 서비스를 이용해서 차량을 미리 호출해놓기도 한다. 또 가전기기와도 연결돼서 집에 도착하기 전에 미리 불을 켜놓거나 실내 온도를 조절하는 등의 기능도 있다.

덕분에 초기에는 알렉사가 탑재된 음성인식 비서 제품이 일부 마니아들만이 이용하는 제품에서 소비자들 누구나 사용하는 일반적인 제품으로 서서히 자리를 잡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특히 알렉사는 아마존이 개발한 만큼 대화를 통한 상거래에 중심을 두고 있는데 무심코 꺼낸 말이나 실수로 아마존에서 상품이 주문되는 해프닝도 종종 일어났다.

텍사스에 사는 7살짜리 꼬마 여자아이가 에코 스피커에 대고 ‘알렉사, 나랑 인형의 집 놀이 하지 않을래? 나한테 인형의 집 가져다줄 수 있어?’라고 대화를 했는데 알렉사는 즉각적으로 아마존에서 인형의 집을 주문, 배달한 것이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사연이었지만 이 내용이 미디어를 통해서 보도되면서 뉴스를 전달하던 진행자가 ‘알렉사, 인형의 집을 주문해줘라고 말하는 아이가 너무 귀엽다’면서 아이의 말을 따라 했는데 이 순간 TV를 보던 시청자들의 집에 있는 알렉사들이 일제히 반응하면서 아마존에 인형의 집 주문이 대거 들어가게 됐다. 해당 프로그램의 앵커는 아이의 말을 따라 했던 것은 전혀 이런 상황이 벌어질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라고 나중에 설명했다.

간단하게 말로 주문할 수 있는 편리함 때문에 알렉사 등을 이용한 주문형 커머스(Conversational Commerce)는 앞으로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각 기업마다 이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아이폰의 시리와 구글의 구글 나우 등이 휴대폰과 함께 들어와 있지만 아직까지 미국처럼 활발한 AI 음성인식 비서의 활동은 보여지지 않고 있다. 삼성이 최근 인공지능(AI) 기반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인 빅스비를 출시했고 KT와 SKT 등의 이동통신업체들이 AI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아직은 음악 선택 등의 특정 기능만 가능한 초보 단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