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는 어떤 세대인가?

제2차 세계대전 후 전쟁이 끝나고 급격한 인구증가가 일어났다. 이 시기에 너도 나도 가정을 꾸리는 일이 당연한 듯 인식되었고 자연스레 출산 붐이 일어나게 됐다. 그리고 당시 태어난 사람을 ‘베이비붐 세대(혹은 베이비부머)’라고 칭한다.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1955년(만 62세)부터 1963년(만 54세)까지 태어난 사람을 말한다. 이는 세계적인 기준보다 대략 10여년 정도 느리다. 세계적으로는 2차 세계대전이 종전되고 급격히 출산이 증가했다.

미국의 경우 ‘베이비부머스(Baby Bomomers)’라고 해서 1946년부터 1964년 사이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다. 당시 워낙 많은 인구가 출산되어 산모가 병원 복도에서 분만을 하는 일도 허다했다. 이 세대는 소련을 넘어뜨리고 1990년대 이후 미국의 호황을 이끌었던 세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서 상당수 베이비부머가 은퇴를 미루고 있어 미국의 취업난을 가중시키는 세대로 인식되기도 한다.

일본의 경우 베이비부머를 ‘단카이세대(団塊の世代)’라 칭하며, 이 세대는 일본에서 경제 황금기를 이끌어 나간 세대로 인식되고 있다. 그들은 1947년부터 1949년까지 3년 동안 806만명이 태어났다. 다만 타 국가와는 다르게 베이비붐은 3년 정도로 짧게 끝났기 때문에 한국이나 미국과 비교하면 전체 인구구성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못한다.

우리나라는 앞서 언급한 대로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한국 전쟁이 곧바로 일어나 베이비부머 등장이 10년 정도 늦다. 일본에서 유행하는 제품들이 한국에서는 일본보다 10년 후에 유행하는데, 이는 우리나라 베이비부머가 일본보다 약 10년 정도 늦게 시작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연령별 인구수. 진한 녹색으로 색칠되어 있는 부분이 베이비붐 세대. 자료=통계청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베이비부머는 725만명으로 전체 인구(4799만명 기준)에 대비해 15%를 차지한다. 가장 많은 연령대는 1960년생으로 87만명(12.5%)다. 베이비붐 세대의 남자는 346만명(49.8%), 여자는 349만명(50.2%)다. 남자가 여자에 비해 3만명 더 적다. 우리나라는 한국 전쟁 이후 급격한 출산율 증가 속에서 태어난 거대 인구집단인 베이비부머의 고령화와 이후 세대 저출산으로 인구구조가 급격히 피라미드형에서 역피라미드형으로 변하고 있다.

통계청은 “베이비부머가 생산가능 인구에서 고령 인구로 이동하는 2020년부터 고령 인구는 급증, 생산인구는 급감하는 등 연령 계층별 인구의 변동 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베이비부머는 이전 세대보다 인구가 월등히 많거나, 교육 수준이 높은 편에 속하는 등 특징이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큰 특징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했다는 점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신생독립국 중에서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나라는 단연코 대한민국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신생독립국들은 대개 2차대전 이전으로 회귀하고 말았다. 현재의 북한이 그 예이다.

 

베이비부머가 이룬 경제와 그 안의 그들

우리나라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는 데 있어서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한 세대가 바로 베이비부머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부유한 세대는 역시 베이비부머다. 즉, 이 세대는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결실에서 가장 많은 수혜를 본 세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가끔 보면 요즘 자영업자들은 대부분 장사가 안 된다며 난리다. 하기는 언제 장사가 잘 된다는 말을 들어본 일이 있던가?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항상 안 된다고 난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웃도어 의류 판매량은 매년 최고실적을 갱신한다. 우리나라 사람은 뒷동산에 가벼운 산책을 가더라도 히말라야 정상에 오를 기세의 고급 등산복을 착용한다. 경기가 아무리 어렵다고 난리를 쳐도, 아웃도어 의류 가격은 하늘을 찔러도, 이를 구매하는 베이비부머는 대개 고급 아웃도어 브랜드를 선호하고 그 역시 고가다.

불경기라고 언론에서 난리를 쳐도 연휴를 앞둔 인천공항은 해외 여행객들로 북적인다. 공항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사람들 역시 베이비부머다. 이들은 인구가 많은데 경제적 능력까지 있다. 현재 제2의 IMF라 할 정도로 불황에 접어든 우리나라 경제에서 새로운 대형 소비 주체로 손꼽힌다.

우리나라는 베이비부머가 경제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시기에 급속한 경제성장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경제성장 속도보다 훨씬 적은 주택이 공급됐다. 주택 수요는 많지만, 공급량이 적어 베이비부머는 주택 부족을 경험한 세대이자 주택 가격의 폭등을 경험한 세대라 할 수 있다. 결국, 베이비부머가 자산 대부분을 부동산에 투자하게 만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베이비부머는 또 이전 세대와 달리 전쟁이라는 혹독한 경험은 하지 않았으나 외환위기, 금융위기, 재정위기와 같은 경제적 위기를 고루 겪은 세대다. 이들은 몇 번의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글로벌 경제를 이해하고 어려움을 헤쳐 나간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순위 10위권에 안착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다른 세대와 달리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의무감이 크다. 경제적, 사회적 의무감이 아닌 가정에 충실한 세대로서 의무감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전문가들은 베이비부머가 자녀들에게서 부양받지 못하는 ‘끼인 세대(Sandwiched Generation)’라고 정의한다. 여기에는 자녀들이 부모를 부양하지 않으려는 경향도 일부 포함되지만, 베이비부머 스스로 자녀에게 부양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도 포함된다. 그리고 베이비부머는 향후 10년간 대부분이 퇴직할 전망이다. 노후 준비가 덜 된 베이비부머의 대량 퇴직이 염려스러우나, 이것은 그들에겐 전쟁통에 날아온 1차 폭격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은 과연 그들 의지대로 몇 년을 살았을까

취재를 통해 많은 베이비부머와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 결과 대개 한결같은 걱정을 털어놓았다. 바로 노후다. 대부분 누가 뭐라 하지도 않았는데 ‘노후가 제일 걱정이야’라며 이야기를 건넸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그들은 걱정만 했다는 생각이 문득 들지는 않는가.

그들이 살아온 시절을 비추어 보았을 때, 만약 50세라고 가정한다면 50세까지 과연 자신만의 의지대로 살아왔다고 할 수 있을까. 아마 베이비부머 대부분은 이 대답에 머뭇거릴 것이다. 그리고 취재를 통해 머뭇거리기도 했다. 돌아오는 답변은 “결혼할 때까지 나의 의지보다는 부모님의 의지에 따라 살았고, 결혼 이후에는 가족만을 돌이켜보며 살았다”는 말이 대다수였다.

베이비부머는 태어나서 25~30세까지는 자신의 의사와 능력에 의해 살아왔다기보다, 보호자의 의사와 능력에 전부 혹은 일정 부분 의지해 살았다고 할 수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태면 초혼 연령은 2012년 기준, 여성은 29.41세이고 남성은 32.13세이다. 결혼 평균 나이가 30.77세다. 물론 현재 50세가 된 사람들은 결혼 연령이 조금 낮았을 것이다. 그러나 5살 이내의 차이다.

그렇다면 50세가 된 사람이 25세에 결혼을 했다면 제 의지와 능력으로 살아온 시간은 25년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30세에 결혼을 했다면 20년간만 오로지 스스로의 의사와 능력에 의해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마저도 가족 부양에 대한 책임감과 각종 사회 노동으로 인해 자신의 삶을 즐기기엔 부족했다.

▲ 1970년 ~ 2040년 연령별 인구 추이. 자료=통계청

문제는 ‘그들은 앞으로 몇 년을 더 살아야 하는가’이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1970~2040년 연령별 인구 추이 변화’를 보면 우리는 평균적으로 90살 이상은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금 더 산다면 100살까지 산다고 봐야 한다. 그럼 지금부터 남은 시간은 얼마인가. 약 40~50년이다.

끔찍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건 엄연한 현실이다. 나는 그렇게까지 살지 않을 거라며 발버둥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는 의료과학이 당신을 가만히 죽도록 놓아두지 않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40~50년을 더 살아야 한다고 했을 때, 베이비부머가 살아온 것은 그리 많은 세월이 아니다. 지금까지 자신의 의지와 능력대로 살아온 시간은 길어야 30년인데 비해 앞으로 살아야 할 세월은 40~50년이다.

아직 살아야 할 세월이 태산인데, 그들은 많고 많은 미래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이 있을까. 앞으로 살아야 할 시간이 너무 많다고 느껴지지 않는가.

흔히 이런 이야기를 한다. 30대는 시간이 시속 30㎞로 가고, 40대는 시간이 시속 40㎞로, 50대는 50㎞로 점점 더 늘어간다. 그러나 60대가 되면 시간은 얼마의 속도로 갈까. 시속 60㎞일까. 70대가 되면 더욱 빨라질 것인가에 대한 질문엔 동의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60대부터 오히려 더 세월이 가는 속도가 느려진다고 느낀다. 70대와 80대는 더욱더 그렇다.

젊었을 때 연애를 하고 여행을 즐기며 여가를 보냈을 땐 시간이 정말로 너무 빨리 흘러간다. 함께 즐기는 연인은 물론, 자신도 어떠한 주제에 빠져 있고 그것이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노후에는 시간의 속도가 느려진다고 느끼는 것은 상대적으로 재미가 적고 덜 행복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노후에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시간을 빨리 가게 하는 것’이다. 노후에는 더욱더 재밌고 흥미진진한 인생이어야 하는 것이다. 인생을 70㎞에서 80㎞, 90㎞까지 빠른 속도로 세월을 보내야 할 것이다. 젊은 시절 느끼던 즐거움과 행복을 다시 한번 일깨워줄 필요가 있다.

자신이 즐거운 시간과 여가를 보냈던 시절을 곱씹어보면 모든 세대가 하나로 뭉치는 공통점이 있다. 무언가 ‘소비’를 했다는 점이다. 옷을 사고, 밥을 먹으며, 어떠한 일을 위해 시간과 노동력을 투자하는 등 자신이 가진 유형·무형 재화를 소모했다. 그리고 베이비부머의 '노후를 어떻게 하면 즐겁게 보낼까'라는 고민 안에도 소비가 포함되어 있다. 

과거 유통업계는 2030세대를 소비 세대로 인식했다. 5년전에는 3040세대를 타겟으로 했다. 그러나 지금은 5060세대다. 관련 내용은 이미 언론들이 여러 기사를 통해 보도한 바있다.

본지 기자들은 6가지 베이비부머 소비 생태계를 점검했다. 그들이 어떻게 소비를 즐기고 여가를 보내는지 하나의 용광로에 모아봤다. 우리가 알고 있었던 소비 형태, 알고 있었지만 ‘이게?’ 하며 유심히 읽어보아야 하는 주제별 여러 소비 시장을 선점했다. 어떤 주제는 기업 마케팅 업무 종사자도 '진짜?' 라는 답변이 돌아오기도 했다.

노후 대비가 최우선인 5060세대들은 왜 소비를 주도하고 있는 것인가. 과연 그들은 어떠한 소비를 하면서 즐겁게 노후를 대비하며 보내고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욱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노후를 만들 수 있을까. 앞으로 나오는 글을 보며 어떻게 하면 신명나게 놀 수 있을지 고민해보자. 자 한번 놀아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