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2호선 서울대입구역을 떠올리면 ‘서울대 없는 서울대입구역’이라는 말이 가장 먼저 튀어나왔다. 서울대입구역에서 서울대학교까지 도보로 28분이 걸려 대부분 학생들은 일반 버스나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하기에 우스갯소리로 부르는 말이다.

서울대 정문으로 향하는 버스정류장에 위치한 관악로 14길은 서울대 학생들이 드나들기 유리한 길목인데 이 골목이 이른바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상권에 반전이 불며 이제는 서울대입구역 하면 바로 이곳을 떠올리게 된다. 골목길을 따라 규모는 작지만 이국적인 독특한 가게 40여개가 나란히 늘어서 있다.

서울대입구역의 핵심 상권은 3년 전까지만 해도 지하철 3번 출구 부근이었다. 맥도날드, 스타벅스 등 국내 유명 프랜차이즈 매장이 대거 입점해 있으며, 유동인구는 서울대 학생과 교직원,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지역주민, 주말 등산객 등이 주를 이룬다.

롯데시네마, 관악구청, 청룡산, 덕수공원, 낙성대공원, 까치산공원 등 문화·편의시설이 인접해 있고 주거지도 많다. 인근 원당초, 청룡초, 봉천초·중, 관악중, 인헌초·중·고, 문영여고, 영락고, 서울여상, 총신대, 서울대 등 교육시설도 풍부하다.

또한 9년간 지지부진하던 ‘서부선 경전철’ 사업에 재시동이 걸려 현재 대중교통이 취약한 관악구의 교통난 해소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서부경전철(주)이 서울시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을 반영해 새절역~명지대~신촌역~여의도~서울대입구역까지 총 역 16개소를 설치하는 노선이다.

 

구(舊)상권과 신(新)상권이 어우러진 뜨는 상권 ‘샤로수길’

 

최근 유행하는 상권은 강남, 명동 같은 도심이 아닌 구도심의 저층 주택가나 좁은 골목길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이국적인 분위기로 유명한 가로수길이 있다면, 관악구에는 ‘샤로수길’이 있다. 서울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도보 3~4분 거리의 카페 엔제리너스와 드럭스토어 올리브영 사이에 있는 이면도로로 골목 입구에 ‘샤로수길’이라고 쓰인 안내 표시판이 있다.

직선골목 약 600m에 달하는 샤로수길은 서울대학교를 상징하는 글자 ‘샤’와 서울 강남의 유명 상권인 ‘가로수길’을 합쳐 불리게 된 이름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서울대 대학생들과 인근 직장인들이 끼니를 해결하는 시장골목에 지나지 않았다.

이 상권의 특징은 기존 골목을 지키던 구(舊)상권과 신(新)상권이 어우러져 있다는 것이다. 샤로수길 중간 지점은 아직 재래시장의 분위기가 강하게 남아 오래된 세탁소, 철물점, 슈퍼마켓 등이 여전히 영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대부분 전용면적 33.3㎡ 정도의 소규모 점포로 제한적이기 때문에 골목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다.

 

대학가 근처에 자리한 상권답게 인근 서울대 학생들이 주요 타깃이다. 또 역 인근 ‘원룸촌’에 거주하는 20~30대 자취족과 미혼 직장인들로 배후 수요가 풍부하다. 저녁 시간이 되면 개성이 강한 이국적인 가게 앞에는 삼삼오오 4~5팀씩 대기 줄이 서 있을 정도로 외부에서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샤로수길 골목 입구에서 5년 동안 정통초밥전문점 소해를 운영하는 “박준호 사장은 3년 정도부터 많이 알려지면서 외지에서 오는 방문객들이 많아지기는 했는데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경우는 생각보다 적다”며 “작년 11월부터 매출이 전체적으로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처음 상권 활성화의 요인은 착한 임대료와 착한 가격

 

샤로수길이 위치한 관악로 14길은 지하철역에서 가까운 역세권에 1인 가구 등 젊은 층이 비교적 많았지만, 유동인구가 많은 편이 아니고 개발 호재가 있는 곳도 아닌 평범한 동네 주택가 골목 상권이었다.

경기 불황에다 소득 불안정으로 가성비가 소비의 중요한 키맨인 젊은 20·30세대를 공략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대학가 주변 골목 음식점이 대학생 외에도 일반인들에게까지 좋은 호응을 얻으면서 새로운 상권을 탄생하도록 했다.

입지에 비해 저렴한 임대료도 한몫했는데, 창업하려는 청년들이 몰려들어 가게가 하나둘씩 자리 잡으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샤로수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대부분 20~30대의 젊은 청년들이 많다.

샤로수길 음식점들이 내세운 것은 부담 없는 가격과 세련된 맛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점이 주를 이루어 학생들과 원룸촌에 자취하는 혼밥족을 주요 타깃으로 상권이 형성됐다. 또 강남 가로수길이나 이태원 경리단길까지 가야 맛볼 수 있는 이국적인 음식을 즐길 수 있어 유명세를 빨리 탔다.

 

1인 소고기 밥집 육첩반상, 일본 가정식 시오, 프랑스 가정식 너의 작은 식탁, 인도 커리집 옷살 등 대부분 이국적이고 아기자기한 느낌의 가게들이 들어서 있다. 반면 현재 경쟁력 없는 가게들은 폐업을 하는 곳도 있기 때문에, 이색적인 콘텐츠로 창업을 준비해야 성장 가능성이 높다.

뉴롯데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샤로수길 골목상권의 임대료 권리금은 몇 년 사이 많이 오른 데 비해 작년 하반기부터 대통령 탄핵 등 분위기가 어수선해서 매출이 예전 같지 않다”며 “해가 바뀌고 벌써 4월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경기가 위축돼 있어 가게 대부분이 장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유동인구가 늘고 상권이 활성화되며 임대료 역시 33.3㎡당 80만~120만원, 3년 전과 비교해 급등하고 있다. 샤로수길 1층 33.3㎡당 A급 점포의 평균 시세는 보증금 3000만원, 월세 200만원, 권리금 5000만~6000만원, B급 점포는 보증금 2000만원, 월세 150만원, 권리금 3000만~4000만원 수준이다. 근처 상가의 매물 가격은 3.3㎡당 4000만~5000만원 선이다.

 

SNS 효과 톡톡히 보는 이국적인 이색 맛집

 

요즘 뜨는 골목 상권들의 특징은 SNS를 통해 입소문이 발 빠르게 퍼졌다는 것이다. 인기 SNS에 ‘#샤로수길‘을 검색해봤을 때 검색되는 게시물은 약 6만5000건에 달하며 ’#샤로수길맛집‘은 1만 건이 넘는 게시물로 뒤를 잇는다. 대부분 샤로수길에서 맛볼 수 있는 멕시코, 스페인, 프랑스 등 다양한 나라의 맛집 음식을 찍어 올린 사진이다.

샤로수길은 식사 메뉴나 한식집을 제외한 점포들은 이른 오후 시간까지 한산한 편으로 점심시간에도 영업하지 않는 가게들이 많다. 서울대학교와 거리가 떨어져 있어 학생들이 수업을 마친 후나 직장인들이 퇴근 후에 찾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가게들은 저녁에 장사를 한다.

시간뿐만 아니라 운영이 자유로운 가게들도 많아 하루에 준비한 재료가 소진되면 문을 닫거나, 심야식당처럼 메뉴에는 없지만 손님이 원하는 요리를 직접 만들어 주기도 한다. 요즘 젊은 소비층이 추구하는 차별화된 맛집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이곳 상권 특성상 소규모점포가 많아 프랜차이즈나 점포만의 개성이 없다면 경쟁력이 떨어진다. 작은 점포일수록 시간 활용과 상품 특성을 살려 점포공간을 고려해 좌석회전율을 높이고 가능하다면 테이크아웃까지 할 수 있게 최대한 활용성을 높여야 한다.

 

지금처럼 빠른 임대료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샤로수길 상권 확장과 동시에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지 않도록 건물주와 상인들이 상생협업할 때 비로소 명품거리가 되어 오랜 기간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