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22일부터 23일까지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2017년 제10회 중국 녹색기업 총회' 연설자리에서 불길한 예언을 했습니다. "향후 30년간 인터넷을 잘 이용하지 못하는 기업에게는 끔찍한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는 말이에요. 이를 광의의 개념으로 확장하면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에게는 지옥이 펼쳐질 것'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그의 말을 더 들어볼까요. 마윈 회장은 "실물경제와 인터넷은 결합하고 있으며, 이것이 미래의 진정한 경제"라며 "앞으로 30년안 아주 급속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보수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교육개혁이 필요하다는 말도 하지요.

 

잘 곱씹어보면 마윈 회장의 예언을 그나마 잘 이해할 수 있는 길이 보입니다.

마윈 회장은 기술의 발전으로 향후 30년 지옥이 펼쳐질 것이라는 단순한 말을 한 것이 아니에요. 그의 예언에는 전제가 붙습니다. "인터넷에 익숙하지 못한다면"이라는 대목이에요. 시대를 읽지 못하는 자들.

여기에서 시간을 돌려보겠습니다. 지난해 3월, 그러니까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중국을 찾아와 어떻게 서비스 재개를 위한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며 보란듯이 베이징 스모그 조깅까지 하는 초강수를 두었을 무렵으로 가자고요. 당시 마크 저커버그 CEO는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마윈 회장과 만났습니다.

무슨 말을 했을까요? 당시에도 마윈 회장은 '30년 주기설'을 논한 바 있습니다. 다만 과거의 30년이에요. 마윈 회장은 "지금 이 순간이 과거 30년간 멋진 서비스를 경험한 후 가장 고통스러운 시기가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에요. 그의 당시 발언을 중국 녹색기업 총회와 연결하면 이런 문장이 완성되는군요. "지난 30년간 우리는 기술의 발전으로 즐거웠으나, 앞으로의 30년은 기술을 모르면 지옥이 펼쳐질 것"

그 외 다양한 화두가 있지만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인공지능과 인간의 상관관계였어요. 두 사람은 인공지능의 가능성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봤거든요. 마크 저커버그 CEO는 "인공지능은 발전할 수 있겠지만 모든 면에서 인간보다 더 똑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고, 마윈 회장은 이에 동조하며 "지혜와 정신, 마음은 인류가 인공지능보다 한 수 위"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3월 마윈 회장과 지금의 마윈 회장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30년 주기설과, 기술의 발전이에요. 좁혀보자면 기술의 발전이 인류를 바꿀 것이라는 대전제입니다. 그런데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인간의 영역을 유지해야 한다는 전제는 다소 묘합니다. 약간 입장이 변했다고 할까요. 기술의 발전이 중요하지만 기술은 인간을 이길 수 없다는 선언. 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반드시 따라가야 한다는 굵직한 화두죠.

▲ 베이징에서 스모그 조깅하고 있는 마크 저커버그. 출처=페이스북

여기서 주의깊게 봐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삶을 변화시키고,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쪽은 도태된다는 주장. 그러면서도 기술의 발전, 즉 인공지능의 기술력은 인간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자신감. 얼핏 보면 양쪽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아요. 그러니까 기술의 발전이 모든 것을 바꾸는 엄청난 파도인데, 그것은 한계가 있다? 이런 뜻일까요?

다시 시간여행을 합시다. 지난해 10월 마윈 회장은 중국에서 열린 알리윈 개발자 회의에 참석해 놀라운 선언을 했습니다. "전자상거래라는 말은 사라질 것"이라는 선언이에요. 알리바바가 전자상거래 기업인데 갑자기 무슨 뜻일까요? 사업 접겠다는 말일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100만개 일자리까지 약속하며 흐뭇한 공수표까지 날렸는데 전자상거래 정체성을 지금 버리면 곤란하죠. 이는 2015년 1월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발언인, "인터넷은 사라질 것"이라는 말과 맥락을 함께 합니다. 에릭 슈미트 회장은 사물인터넷 시대를 예고한 겁니다. 이제 연결은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게 되며, 자연스러운 생활밀착형 서비스로 연결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는 뜻이에요. 공기처럼.

마윈 회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전자상거래를 신유통이라는 말로 재정의하고, 종합 IT 기업으로 가겠다는 뜻을 밝힌겁니다. 심지어그는 플랫폼의 전자상거래를 가졌어요! 이를 바탕으로 클라우드 및 인공지능, 빅데이터 운용 등을 포함한 일종의 수직계열화를 노려 전자상거래를 일종의 '양분'으로 삼겠다는 뜻을 밝힌겁니다.

자, 다시 현재로 돌아오겠습니다. 마윈 회장은 '기술의 발전에서 도태되는 사람'으로 한정해 그들에게 향후 30년 지옥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하지만 마윈 회장이 걸어온 길과 알리바바의 행보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그 발언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죠. 문장이 더 완성됩니다.

"30년간 우리는 기술의 발전으로 즐거웠다. 앞으로 30년은 기술의 발전에 도태되면 지옥이 된다. 다만 기술 그 자체는 분명한 한계점이 있다. 우리(알리바바)는 기술의 발전을 이용해(플랫폼처럼) 그 이상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너희들도 그렇게 해야 한다. 국가부터 변해야 한다. 교육혁명부터 하자. 암기과목 달달 외우게 하지 말고"

왠지 특정 국가의 교육체계에 일침을 가하는 것 같아 제 뒷 목이 서늘합니다.

물론 이러한 발언의 배경에는 "시장을 교란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한 불편한 감정도 있습니다. 마윈 회장은 "일부 기업들은 내가 마트와 상가를 무너뜨렸다고 욕하지만, 인터넷 자체를 실물경제 붕괴의 희생양으로 삼으면 곤란한다"고 말했거든요.

여담이지만 해당 컨퍼런스에서 보여준 마윈의 정치적 스탠스도 재미있습니다. 마윈 회장이 소위 짝퉁논란으로 중국 정부와 마찰을 일으킨 직후 바짝 몸을 낮췄던 역사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백서까지 쓰면서 반성했거든요. 이후 마윈 회장은 지난해 12월부터 화하동학회(華夏同學會), 태산회(泰山會), 강남회(江南會)와 더불어 4대 민간 경제인클럽으로 불리는 중국기업가클럽 주석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훌륭한 민간 외교관 역할도 했습니다.

이번 컨퍼런스의 주최는 중국기업가클럽이고, 마윈 회장은 중국 정부의 부패 척결 정책에 대해 찬사를 날리기도 했습니다. 갑자기 이 말을 왜 하냐고요? 알리바바의 탈 패러다임 전략에는 중국 정부의 전략적 정책도 일부 포용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그의 행보를 읽는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이자, 그가 보여줄 행보의 큰 그림 중 중요한 요소라는 점도 밝혀둡니다.

▲ 알리바바 로고. 출처=알리바바

결론적으로 마윈 회장의 불길한 예언은 인공지능에 공포를 느끼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나 앨런 머스크 테슬라 CEO의 우려와는 약간 다릅니다. 그의 불길한 예언에는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는 전제가 있고, '흐름만 타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하나 더. '알리바바는 흐름을 타고 있다. 그러니 욕하지 말고 눈 크게 뜨고 세상을 잘 봐라'는 조언도 덧대어져 있습니다. 그의 예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