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 날씨가 지속되는 가운데, 맥주 성수기인 여름이 점점 다가옴에 따라 국내 주류 업체들은 새로운 제품 출시를 통해 침체된 국내 맥주시장의 분위기 반전을 도모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롯데주류와 하이트진로가 비슷한 시기에 신제품 출시 소식을 전하면서 업계와 소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가격경쟁력 발포주 vs 물 타지 않은 맥주  

▲ 하이트진로 발포주 신제품 ‘필라이트(Filite)’. 출처= 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는 지난 19일 국내 최초 발포주인 신제품 ‘필라이트(Filite)’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필라이트는 100% 아로마호프와 맥아 그리고 순국내산 보리를 사용했다. 알코올 도수 4.5도다. 출고가격은 355㎖캔 기준 717원으로 기존 맥주의 같은 용량 대비 40%이상 저렴하다. 

발포주는 20여년 전 일본에서 처음 선보인 공법으로 만든 주류다. 이는 일본의 주세법과 관련이 있다. 일본에서 맥주에 매겨지는 세금은 맥아 함량에 따라 차등적으로 책정된다. 일본에서는 원재료 중 맥아 함량이 67% 이상에 재료는 법으로 지정한 것이어야만 ‘맥주’(ビール)로 표기할 수 있으며 67% 미만은 발포주로 구분한다. 이를 이용해 90년대 일본 주류업체들은 맥아 함량을 줄이고 부재료 사용을 늘려 세금(과 재료비)을 절감해 저렴한 가격에 공급 가능한 발포주를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다. 기존에 없었던 맥주라고 해서 일본에서는 제3의 맥주(第3のビール)라고 불리며 현재까지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면서도 기존 맥주와 품질이 동일한 제품의 출시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롯데주류 맥주 신제품 ‘피츠(Fitz) 수퍼클리어’ 로고 출처= 롯데주류

한편 롯데주류는 맥주 신제품 ‘피츠(Fitz) 수퍼클리어’를 5월말 출시한다고 20일 발표했다. ‘피츠’는 알코올 도수 4.5%의 라거 맥주다. 피츠는 롯데주류의 맥주시장 진출 제품인 클라우드와 동일한 오리지널 그래비티(Original Gravity, 맥주원액(맥즙) 발효 후 추가로 물을 타지 않은 공법)으로 만들었다. 정확한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경쟁사들의 주요 제품인 하이트(진로), 카스(오비맥주)의 가격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하이그래비티(High Gravity, 높은 알코올도수로 발효해 병입 과정에서 추가로 물을 타는 공법)로 만드는 경쟁사 제품들과의 차별화를 통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전했다.   

위기의 국산 맥주 분위기 반전 카드 될까 

일련의 신제품 출시 배경에는 신제품 브랜드를 통한 시장 확장과 더불어, 최근 무서운 기세로 점유율을 확장하고 있는 해외 맥주들의 공세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되고 있다. 22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10년 시장 점유율이 3~4% 수준에 머무르던 수입맥주는 지난 몇 년 동안 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지난해 10%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됐다. 소비자들은 다양한 맛의 해외 브랜드 맥주를 접하면서 상대적으로 획일화된 국산 맥주들을 외면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각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의 수입맥주 기획전 및 할인 판매는 국산맥주의 입지를 흔들고 있다.

▲ 출처= 관세청

이에 업계에서는 롯데주류는 차별화된 맛으로, 하이트진로는 저렴한 가격으로 다시 한 번 국산 맥주 인기를 회복하려는 시도로 풀이하고 있다. 

다만 일련의 시도들이 가진 리스크들은 각 제품의 성공 가능성을 떨어뜨린다는 의견도 있다. 동부증권 차재헌 연구원은 “피츠는 ‘클라우드’가 내세웠던 콘셉트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 필라이트는 다양한 해외 맥주를 접하며 입맛이 까다로워진 국내 소비자들에게 ‘함량 미달 맥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두 제품이 시장 1위 오비맥주의 압도적 점유율(시장 추산 65%)을 거스름과 동시에 해외 브랜드 맥주에 빼앗겼던 국산 맥주 점유율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가 주목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