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개인과 개인이 직접 투자거래를 시도하는 P2P(Peer to Peer) 시장이 커지고 있다. 다만 국내의 경우 시장의 사이즈가 커지고 있으나 부동산과 같은 특정 영역에 집중되어 있으며, 기존 대부업체가 속속 시장에 진입해 부작용이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심지어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출범과 함께 중금리 대출을 비롯한 기존 강점의 매력도 저하되고 있으며, 금융시장을 관리·감독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전면 적용도 예정되어 있다.

▲ 8퍼센트가 설명하는 P2P 대출 알고리즘. 출처=8퍼센트

잘 나간다는 P2P...하지만
현재 국내 P2P 업계에는 8퍼센트, 빌리, 렌딧, 펀다, 테라펀딩을 중심으로 약 40개의 업체가 활동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금을 모아 대출을 원하는 사람에게 대출하는 서비스가 핵심이며, 자연스럽게 국내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기존 금융업계가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부분을 공략했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기준 한국P2P금융협회에 소속된 회원사의 누적 매출액은 7344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8월과 비교하면 약 3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최근 P2P 업계에 불안한 징조가 감지되고 있다. 먼저 시장의 건전성이다. 간단한 등록만으로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준이하의 업체가 대거 진입하고, 이에 따른 부도율 증가와 소비자 피해가 최근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업체가 P2P 업계에 다수 유입되어 물을 흐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점은, 업계 전체의 브랜드 가치적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평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고 있지만, 이 역시 양날의 칼이라는 말이 나온다. 일종의 규제 문제다.

현재 P2P 금융시장을 관리 및 감독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적용이 초읽기에 돌입하며 업계가 불안에 떨고 있다.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제3자 예치금 관리 시스템이다. P2P 업체가 받은 투자금을 공신력 있는 제3의 기관에 예치하거나 신탁하도록 한 조치인데, 업계의 불만이 큰 것으로 보인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투자금이 P2P 업체 계좌가 아닌 은행계좌로 들어가 투자 안정성이 높아지지만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 인프라 확충에 많은 공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규모가 있는 업체의 경우 현재 나름의 준비를 하고 있으나 소규모 업체는 도산의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홈페이지 하나 만들어 계좌만 '튼 상태'에서 영업을 하다 도산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으며, 이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꼭 필요한 조치라는 것이 중론이다. 업체 입장에서는 인프라 조성이 부담스럽지만,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업체도 부지기수인데다 지난 1분기에 문을 닫은 P2P 업체만 9개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 개인투자자 투자한도와 선투자 금지도 가이드 라인에 포함되어 논란이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규제와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투자 활성화를 막고 시장의 위축을 유도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내 P2P 업계가 대부분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는 것도 문제다. 외국의 P2P 업체의 경우 일반적인 제조 및 기술 인프라까지 영역을 넓혀 중소기업 전반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을 주고 있으나, 국내의 경우 대부분의 업체는 말 그대로 부동산에만 집중되어 있다. 미국의 렌딩클럽의 경우 알리바바와 협력해 중국 소상공인을 고객으로 삼는 전략까지 보여주고 있으나, 국내의 경우 대부분 땅이나 건물이 주요 아이템이다.

다만 최근 아이돌 공연에 투자하는 줌펀드, 수제 맥주집에 투자하는 미드레이드 등 다양한 시도가 벌어지고 있어 외연 확장을 위한 실험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것은 다행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P2P 역사가 10년이 넘었기 때문에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게 된 것"이라며 "국내도 조만간 외연을 확장해 다양한 상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 케이뱅크 출범식.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묘한걸
국내 P2P 업계의 경우 중금리, 부동산에 집중하며 외연을 크게 확장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속도와 비례해 문제도 다수 보인다. P2P라는 새로운 플랫폼 실험이 무분별한 플레이어의 난입과,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건전한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하는 분위기도 발견되기 때문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정부를 중심으로 자정노력이 벌어지고 있지만 가이드라인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어 상황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여기에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출범 2주만에 20만명의 가입자를 쓸어모은 케이뱅크의 존재감은 P2P 업계에도 의미심장한 시사점을 던지기 때문이다.

현재 케이뱅크는 비대면 영업, 온라인 온리 전략을 바탕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을 중금리 대출 상품 경쟁력으로 집중하고 있다. 연4%대의 대출을 시작하며 시장 정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하게 돈이 필요할 경우 지문 인증만으로 한도 300만원의 마이너스통장(미니K)까지 만들 수 있다.

물론 은산분리 규제가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케이뱅크가 이런 파격적인 실험을 장기간 지속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케이뱅크의 행보에 시중은행도 중금리 대출을 낮추며 바짝 긴장하는 등, 나름의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문제는 P2P 업계다. 지금까지 중금리를 무기로 몸집을 키워온 상태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은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시중은행이 해결하지 못하는 틈새시장을 공략해 나름의 존재감을 확보한 P2P 업계 입장에서 비슷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등장한 케이뱅크는 경계대상 1호다.

업계의 전망은 갈린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의 중금리 대출이 인기를 끌면, 지금까지 P2P 업계가 주도하던 중금리 대출의 인지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케이뱅크도 어차피 시중은행의 방향성을 IT로 끌어온 모델이기 때문에 파격적인 실험은 P2P 업계가 더 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쪽의 시너지가 발생하며, 이는 궁극적으로 P2P 업계에도 나쁘지 않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반대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역시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장밋빛 전망에 대해 '유치한 정신승리'라는 격한 표현과 함께 "케이뱅크와 조만간 등장할 카카오뱅크 등이 중금리 대출 시장 전체를 키워 P2P 업계에 도움이 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혹평했다.

나아가 그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강점은 중금리 대출을 넘어 간편하게 사용하기 쉬운 앱 구동 및 사용자 환경도 분명 큰 역할을 한다"며 "P2P 업체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간단한 사용자 경험을 추구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많이 겹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과 중금리 대출을 무기로 삼은 P2P 업계는 대기업을 등에 업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과 함께 최악의 위기와 만날 것"이라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