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2일 ‘2017 동아 이코노미 서밋’에서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들었다. 인공지능 학자인 제리 카플란 교수는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의 뜻에 반해 반란을 일으키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산업현장에 지속적으로 도입될 것이고, 그 결과 생산성은 높아질 것이라 했다. 기업에서 이런 기술들을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마침 옆자리에 앉은 중년의 직장인 참석자와 담소를 나누었다. 4차 산업혁명이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건설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궁금해서 참석했다고 했다. 필자 역시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될수록 경영 환경에 특히 마케팅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서 참석했다.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3D 프린팅 등 4차 산업혁명에서 이야기하는 기술들의 융합으로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4차 산업혁명의 특성은 융합이고, 연결이고, 자율화다. 궁극적으로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인간의 행동 특히 소비 행동에 맞춰지지 않을까? 경영 활동은 결국 돈이 되는 곳에 집중하게 되어 있고, 돈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 의사결정을 얻어내는 것은 기업의 최대 화두가 되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시대 소비자들은 정보 부족으로 품질에 대한 평가를 가격과 브랜드라는 지표로 대신하는 경향이 높았다. 마케터들은 품질이 좀 떨어지더라도 포지셔닝이나 이미지 상징화로 고객을 설득하고 구매를 유도할 수 있었다. 디지털 시대 소비자들은 사용자의 후기 20여 개 정도만 읽어보고도 가치가 있는 제품인지 파악한다. 소비 행동 변화의 한 단면이다. 소비자들은 기업에서 제공하는 정보보다는 주변 사람들이나 사용자들의 후기, 그리고 전문가의 평가를 더 신뢰하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다.

예를 들어 와비 파커는 안경을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배송 받은 5개의 안경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게 해 소비자들의 의사결정 행동에 변화를 주었다. 애플, 인스타그램, 테슬라 등 세계적인 기업을 제치고 미국에서 혁신기업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만약 맞춤형 수제 가죽 신사화 사업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온라인으로 발 사이즈에 맞는 구두를 주문하고 배송된 구두의 가봉 상태를 점검해 반송한 다음 완성된 구두를 전달받을 수 있다면 구매하고 싶을까? 그것도 기존 수제화의 반값이라면 어떨까? 최근에 수제화 스타트업 기업을 코칭하면서 이런 제안을 했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자 한다면 디지털 소비 행동을 파악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지난 30여년 리서치 결과를 연구와 컨설팅 업무에 활용하면서 데이터가 중요하다는 것을 체득했다. 하지만 분석 가능한 데이터는 정형 데이터에 국한되어 있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빅데이터에 대한 언급이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빅데이터 분석은 고객의 소리와 사용 후기 등과 같은 텍스트 데이터, 각종 이미지와 동영상 등의 비정형 데이터도 분석할 수 있다. 숨겨진 고객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방법이다. 아직은 마케팅에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기도 하다. 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하는 여러 기술 중의 하나인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소비 행동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문제는 데이터의 규모가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소비 행동 데이터를 마케팅에 활용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디지털 변혁이 가져올 소비 행동의 변화를 미리 파악하고 대처한다면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