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담벼락에 둘러싸인 가옥 한 채가 골목 모퉁이에 자리하고 있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 돌계단을 밟고 올라가면 정원을 지나 건물 입구가 나오는데 이곳이 국제이주개발공사다.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딱딱하게 들리는 회사 이름과 달리 사옥은 집을 개조해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이곳에서 홍순도 대표를 만났다.

투자이민 전문회사인 국제이주개발공사에서 13년째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홍순도(47) 대표의 자랑거리는 두 가지다.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한 회사의 대표직에 오른 본인의 능력에 대한 자랑은 결코 아니다.

회사에 대한 자랑이다. 랭키닷컴 이민분야 1위에 빛나는 회사의 인지도, 그리고 직원 대부분 10년 이상 되는 근속년수다. 회사의 전통은 24년. 꾸준히 한 길을 파 고객의 신뢰를 얻기까지 홍 대표가 추구한 경영 이념은 ‘정직’이다. 식상한 단어 같지만 투자이민 전문업체에서는 중요한 요소다.

“50만달러나 되는 거액을 투자하는 고객들은 투자 정보 없이 오로지 우리만 믿고 있죠.” 이러한 이유로 고객에게 늘 투명한 정보 제공의 의무를 지고 있다고 여기는 홍 대표다. 투자자들을 직접 프로젝트 책임자와 대면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투자한 회사에 대한 리포트를 매달 제공한다.

1994년, 투자이민업체에 입사해 20년 가까이 이 일을 하다보니 회사 운영에 대한 노하우는 빠삭하다. 고객의 돈을 끌어 모으기 위해 가치가 낮은 상품을 두루뭉술한 설명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해 파는 업체도 있다고 했다. 홍 대표는 그야말로 ‘치고 빠지는’ 식의 이민업체와는 달리 국제이주공사가 오랜 전통을 이어가길 바라고 있다. 그래서 사옥도 투자자들이 믿고 신뢰할 수 있도록 번듯하게 지었다.

홍 대표의 주된 업무는 우량 프로젝트를 찾는 일이다. 최근 가장 쉽게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는 미국을 중심으로, 괜찮은 프로젝트를 직접 발굴하기 위한 해외 방문이 잦다. 협력 관계를 맺은 미국의 변호사를 통해 자문을 얻는다.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프로젝트를 찾으면 국제이주개발공사가 먼저 투자한다.

회사를 검토할 때는 수익성을 우선 요건으로 삼는다고 했다. 거의 신생업체들에 투자해야하는 까닭에 발굴의 어려움도 있다. 요즘은 미국 연방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알트이사’에 투자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알트이사는 전기차 변환 사업을 하는 회사로 뛰어난 기술과 경제력 덕분에 주목받고 있다.

홍 대표가 해외에서 상품 투자 가치를 판단하는 혜안을 키울 수 있었던 데에는 전공인 경영학뿐만 아니라 졸업 후 미국에서 공부한 경험, 캐나다 무역 관련 회사에서 일해 본 경험 등이 보탬이 됐다. 1994년도에 해외 경험을 살려 홍 대표는 지금의 회사에 입사했다. 현지 사정에 밝고, 적극적으로 일한 덕분에 고속승진도 할 수 있었다. 전 대표에게 회사를 넘겨받아 운영하게 된 것.

현재 국제이주개발공사는 본사 직원 12명으로 운영하고 있다. 미국 애틀랜타 직영지사에서는 2명이 근무 중이다. 캐나다 밴쿠버, 토론토에는 협력업체가 있다. 이 적은 인원으로 달성하는 한 해 평균 매출은 30억~40억원이다.

취업 이민자 수까지 합쳐서 올 한 해 국제이주공사를 통해 영주권을 받은 세대가 250세대, 가족 수로 따지면 1000명을 웃돈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국제이주공사를 신뢰해 찾는다. 홍 대표가 회사에 대한 투명경영을 실현해 온지 여러 해. 이제는 은행에서도 투자 이민 상담이 들어오면 홍 대표의 회사를 추천한다고 했다.

백가혜 기자 li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