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기차 회사 테슬라에 업계와 투자자들의 이목이 모이고 있습니다. 전기차 시장 등 미래 성장성을 높게 평가받아 최근 미국 자동차 업체 중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한 적 있거든요.

역사와 전통의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을 발밑에 둔 것입니다. 당시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515억달러(약 58조3600만원)였습니다. ‘테슬라는 자동차+IT 기업인데 왜 정통 자동차 회사와 비교를 하느냐’는 식의 논란은 접어두도록 하겠습니다.

그랬던 상승세가 잠시 주춤한 모습입니다. 주력 모델을 5만대 넘게 리콜한다는 악재가 생겨 다시 주가가 하락했거든요. GM에게 다시 1위를 내줬어요.

테슬라가 전 세계 시장에서 리콜하는 모델은 주차브레이크 결함이 발견된 모델 S와 모델 X 등 5만3000여대입니다.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입니다. 테슬라의 2016년 판매가 8만4000대 수준이니까, 한 해 판매량의 3분의2 수준에 해당하는 셈입니다.

사실 자동차 업계에서 리콜이 무조건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니는 것은 아닙니다. 고객의 안전을 위한 사후관리 차원에서 글로벌 브랜드 모두가 적극적으로 펼치는 활동이죠. 부품 개수가 늘고 전자화되면서 리콜 사례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차를 리콜했다는 이유만으로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사실을 은폐하거나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요.

그럼에도 이번 사태의 파장은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름아닌 ‘타이밍’ 때문입니다. 테슬라 주가가 치솟고, 모델 3 등 양산 모델의 대량생산을 앞뒀다는 점에서요. 앞서 수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해온 포인트기도 합니다.

테슬라가 ‘자동차 시총 1위’를 차지한 이후 미국에서는 각종 검증의 잣대가 생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품질에 대한 조사가 까다로워지고, 신고 사례도 늘었다고 해요. 증권가에서도 ‘주가에 거품이 너무 많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고요.

▲ 자료사진. 경기도 하남 ‘스타필드하남’ 내에 위치한 테슬라 전시장 전경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런 와중에 ‘대량 리콜’ 사태가 터졌다? 오해의 소지가 분명해 보입니다. 검증 절차가 까다로워질수록 약점이 더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거든요. 심지어 19일(현지시간)에는 자율주행 기술 ‘오토파일럿’이 위험하다며 소비자들로부터 소송까지 당했습니다.

자동차 업종은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 아닙니다. 초기 투자 비용이 상당한데다, 사업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거든요. 특히 대부분 회사들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바로 직전 파산하곤 합니다. 안전과 관련된 문제가 드러날 경우, 이를 버티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전례도 있습니다. ‘피스커 오토모티브’라는 곳이죠. 당초 테슬라보다 앞선 기술력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을 대표하는 회사였습니다. 테슬라가 ‘피스커 오토모티브가 우리 기밀을 빼갔다’고 거짓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망신을 당한 일화는 이미 유명합니다.

이들은 ‘카르마’ 등 다양한 차종을 성공시키며 승승장구했지만, 다양한 악재가 겹치며 자본난으로 파산하고 말았습니다. 이 중 가장 강한 ‘펀치’는 리콜이었습니다. 생산 규모가 늘어나는 시점에 안전 관련 결함이 발견되자 리콜 비용을 감당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테슬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지녔고,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합니다. 다만 아직까지 이익을 내본 적이 없습니다. 지난해에도 6억8000만달러(약 7714억원)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이번 리콜의 경우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내 작은 부품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들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 모델 3 안정화 이전에 또 한번 대량 리콜이 이어지거나, 주요 부품 문제로 비용 부담이 상승할 경우 신생 기업의 한계를 드러내게 될지도 모릅니다.

테슬라는 지난 2015년 모델 S 9만대를 대량 리콜했던 적 있는데요. ‘안전벨트에 문제가 있다’는 신고 1건이 불러온 나비효과였습니다. 모델 3 양산을 앞두고 테슬라가 ‘떨고 있는’ 배경입니다.

리콜과 주식 거품 논란, 시장의 걱정 등. 결국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모델 3일 것입니다. 이 차를 성공적으로 양산·보급해 낸다면 테슬라의 경영 환경이 훨씬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출시·판매 중인 경쟁차 쉐보레 볼트 EV의 상품성이 ‘지나치게’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모델 3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더욱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