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시작된 주요 식음료 기업들의 지주사 체제 전환이 올해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롯데그룹이 중간 지주사 운영을 위해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롯데제과의 기업 분할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업계의 관심이 점점 집중되고 있다. 그렇다면 각 식음료 기업들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로 인해 예상할 수 있는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식품기업 지주사 전환 릴레이 

샘표는 지난해 8월 기업분할을 통해 지주사 부문을 ‘샘표’로 기존 식품사업 부문을 ‘샘표식품’으로 나눠 지주회사 운영 체제로 전환하고 이를 유가증권시장에 다시 상장했다. 그리고 크라운해태제과는 지난해 3월 전환을 마치고 크라운제과, 해태제과식품 등 계열사를 운영하는 지주사 크라운해태홀딩스를 설립했다. 

한편, 매일유업은 지난해 11월 지주사 운영 전환을 위해 투자 업무를 담당하는 매일유업홀딩스(지주사)와 매일유업(유가공 사업부문)으로 회사를 나눈 후 오는 5월 1일부터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오리온은 지난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지주회사 전환을 의결했고 오는 6월부터 지주사 ㈜오리온홀딩스와 사업회사 ㈜오리온을 운영한다. 

이들 기업들이 표방하는 지배구조 개편의 이유는 ‘경영 효율화’다. 식품 기업 속성상 투자 및 운영 부문과 제품 개발 및 판매 등으로 영역이 구분되면 지주사는 자회사 운영에, 자회사는 생산과 직관되는 업무에 충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합치기 위해 가른다, 인적분할과 물적분할 

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율 50%(상장사 30%) 이상, 부채비율 100% 이하, 채무보증 완전해소, 자회사 교차소유 금지 등의 조건이 있다. 일련의 조건 성립을 위해 회사 재정비를 위한 분할 과정을 거친다. 이때 신설되는 회사와 기존 회사의 주식을 어떤 주체가 보유하느냐에 따라 인적분할과 물적분할로 구분된다.  
 
인적분할은 분할되는 회사의 주주(人)들이 기본에 보유한 주식의 지분 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것는다. 물적분할은 분할회사(기존회사)가 새로 만들어진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는 방식이다. 대개는 주식매수청구권(주식회사의 합병·영업양도 등 주주 이익과 관계있는 법정 사항에 관한 의결이 있는 경우 주주들이 주식을 일정 가격으로 매수할 것을 회사에 청구하는 권리)이 발생하지 않아 기업에서는 전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마찬가지로 식품 기업들이 지주사 전환을 대비하는 형태는 대부분 인적분할이다.  

예상되는 긍정적 효과 

앞서 설명했듯 지주사 체제 전환의 가장 큰 장점은 운영상 효율화다. 투자 업무는 투자사(혹은 지주사)가, 생산 업무는 생산부문이 전담한다는 개념에서 운영이나 생산과 관련해 의제 결의의 시간이 단축된다. 특히 인적분할은 장기적으로는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오는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하나금융투자에서 지난 2007년 이후 인적분할한 기업을 전수 조사한 결과, 공시 후 1개월, 3개월, 6개월, 9개월이 경과한 시점에서 나눠진 회사들의 합산 시가총액은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애란 현대증권 연구원은 “인적분할 및 지주사 전환은 국내외 제과 및 식품사업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강화시킬 것”이라며 “신제품 출시, 제품 카테고리 세분화, 시장 확대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 각 업체들은 운영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지주사 체제 전환은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안으로도 활용된다. 계열사를 많이 거느린 기업의 경우, 경영진(혹은 오너 일가)의 사내 지배력 강화를 위해 의도적으로 계열사끼리 자본을 출자하거나 일감을 몰아주는 경우들이 있었다. 이것은 계열사간 엮고 엮이는 관계를 만들어 경영진들이 적은 지분 보유로도 회사 전체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하기 때문에 경영 투명성이 떨어진다. 삼성이나 롯데 등 대기업 총수 혹은 그 일가들의 복잡한 지분 관계가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투명성이 떨어질 때 불합리한 의사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기업의 자금조달에서 리스크비용이 가산된다.

경영외적 환경도 감안 

일련의 기업들이 지주사 체제 전환을 서둘러 진행하려는 움직임에는 어느 정도의 비경제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최순실 사태이후 몇몇 대기업들의 연루로 차기 정부에서는 재벌개혁 움직임이 예상되고 있다. 대선 후보들은 조세 합리화를 표방하며 소득 수준에 따른 조세 개혁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정당을 막론하고 곧 대기업에 대한 일종의 압력으로 작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지주사 체제 전환을 신속하게 완료하고 정부의 견제를 비껴나가고자 하는 계산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약은 나쁘게 쓰일 수도 있다

운영상에서는 효율화를 이룰 수 있는 지주사 체제 전환도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재벌이나 오너일가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지주사는 계열사들의 지분을 높게 확보하고 있는, 힘이 몰린 곳이다. 만약 경영권을 승계하려는 주체에게 지주사에 대한 권한을 몰아주면, 자연스럽게 기업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결정권이 생긴다.

순환 출자 등으로 지배구조를 복잡하게 만들어 경영진의 지분 파악을 어렵게 만드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다. 최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 정황으로 논란이 된 삼성물산 지분 문제도 이와 유사한 흐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신속한 의사 결정이 중요시되는 업계의 경영 흐름 속에 운영상 효율과 투명성 제고, 신사업 투자에 대한 있어 유연성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지주사 체제 전환이 떠오르고 있다”며 “그러나 이를 회사 내부에서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오히려 종전까지의 계열사 운영보다 부당이득을 위해 악용될 소지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 등을 통해 정부가 이같은 부작용을 효율적으로 제어해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