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가상현실(VR)을 치료 목적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연구진들은 자폐증, 시각성 현기증의 치료 및 뇌진탕 진단에 가상현실을 이용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문가협의체를 출범시켜 논의를 진행했다.사진=이미지투데이

가상현실을 게임에만 적용하는 시기는 지났다.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치료에 접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은 특정 환경이나 상황을 가상으로 만들어주는 기술이고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은 현실 세계에 가상 정보를 부가하는 기술을 일컬으며 두 용어는 큰 구분 없이 혼용된다.

실제보다 단순한 가상현실, 자폐아 적응 돕는다

가상현실은 사회적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는 자폐아가 복잡한 교실 환경에 적응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미국 미시간대 연구팀이 페이스북의 자회사인 가상현실 기업 오큘러스(Oculus)의 제품인 리프트를 이용해 가상현실기술이 자폐증 환자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구팀은 가상현실의 인간 아바타가 실제 인간보다 신체언어와 표정이 단순하고 일관성이 있기 때문에 복잡한 현실 상황을 직접 맞닥뜨리기 전에 가상현실을 접하는 것이 자폐증 환자가 스트레스 상황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주장했다. 

반복되는 패턴에 의한 ‘시각성현기증’ 치료

영국 카디프(Cardiff) 대학 심리학 연구팀은 가상현실 기술을 반복되는 시각적 패턴에 의해 촉발되는 시각성 현기증(vertigo, 어지럼증)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이용했다.

시각성 현기증은 환자들이 특정한 시각적 환경에 노출됐을 때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을 겪는 증상이다. 슈퍼마켓처럼 시각적 패턴이 반복되는 곳이 증상의 촉매제가 된다.

카디프 대학 심리학과의 Georgina Powell 박사는 BBC 보도를 통해 “시각성 현기증의 효과적인 재활 치료법이 많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접근법의 잠재력을 시도하고 시각성 현기증을 유발하는 원인을 이해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표”라고 전했다.

축구선수 생명 위협하는 ‘뇌진탕’ 빠른 진단

가상현실 기술은 지속적인 물리적 충격에 의한 뇌진탕을 진단하고 빠르게 치료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영국 버밍엄대학교 등에서 최근 축구선수들을 대상으로 가상현실을 이용해 뇌진탕을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시험되고 있다고 지난 3월 BBC가 보도했다.

축구선수들은 경기 중에 빠르게 날아오는 축구공을 헤딩하면서 지속적으로 뇌손상을 받을 확률이 크다. 뇌손상으로 인한 CTE(Chronic traumatic encephalopathy, 만성 외상성 뇌병증)은 심하면 환자를 죽음으로 몰 수도 있다. 뇌손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빠른 진단이 중요한데 그간의 진단은 선수들의 개인적이고 추상적인 느낌을 설명하는 것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경기를 위해 작은 뇌손상의 징후를 감지하지 못한다. CT를 활용한 진단법은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

연구팀이 개발한 가상현실은 축구선수들이 신체적 균형을 유지하면서 화면에 나타나는 색과 글자를 읽을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이는 의사에 의한 표준인지기능테스트보다 더 미묘한 변화를 잘 감지할 수 있게 한다.

식약처, VR 이용한 의료기기 허가 기준 마련 '초읽기'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춰 우리나라에서도 활발하게 논의가 진행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지난 18일 가상현실 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산업계‧학계‧의료계 등 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된 전문가협의체를 발족했다.

실제 일선 병원에서도 일부 의료진을 통해 가상현실 기술이 환자 재활에 이용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협의체는 이튿날 서울 중구 연세세브란스빌딩에서 발족식과 함께 첫번째 회의를 개최하고 ▲가상‧증강현실 기술동향 ▲가상 의료훈련 시뮬레이터 소개 ▲향후 일정 및 방향 등을 논의했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관계자는 “가상현실을 이용한 치료가 아주 생소한 분야이기 때문에 첫번째 회의에서는 동향을 파악하는 정도로 논의가 끝났으며 두 번째 회의는 5월말 쯤 개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협의체에는 산업자원통상부와 미래창조과학부 등 정부기관의 추천을 받은 전문가들도 참여했다.

평가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래부, 산자부 다양한 기관에서 수행하고 있는 R&D지원 사업들이 있는데 이러한 지원을 통해 나온 제품이 허가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허가를 받지 못하면 사장되기 때문에 해당 기관들로부터 추천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코트라와 VR산업협회에 따르면 가상‧증강현실 기술이 적용된 제품들의 세계 시장규모가 2017년 200억 달러에서 2020년 15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