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잠실에 위치한 롯데월드타워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DB

롯데그룹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다음 주중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첫 단계로 유통·식품 계열사를 분할·합병한다.

21일 금융·재계에 따르면 오는 26일께 롯데쇼핑·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푸드 등 4개 계열사가 지주사 전환과 관련한 사안을 논의·결정하기 위한 이사회를 열고, 4개 회사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해 투자회자를 통합한 중간 지주사를 출범할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416개였던 순환출자 고리 중 83.9%를 해소해 67개로 줄였다. 남아있는 67개 순환출자 고리 중에서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이 각각 보유한 롯데쇼핑 지분 7.9%, 3.9%를 인적분할해 하나로 묶은 중간 지주회사를 만들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할 수 있게 된다.

이번 롯데 계열사의 분할·합병시 인적분할 쪽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인적분할은 기존(분할)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것으로 분할시 독립 회사가 되며 곧바로 주식 상장이나 등록이 가능한 형태다.

애초 롯데는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려고 했으나, 신동빈 그룹 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과 관련해 불구속 기소 되면서 호텔롯데의 상장을 어려워 보인다. 이에 우선 4개 계열사의 인적분할을 통해 롯데홀딩스를 출범하려는 방향으로 계획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지배구조를 바꾸면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이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돼 롯데제과가 식품과 유통의 지주 전환의 중심에 선다면 주주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더 잘 보존되거나 수혜를 받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SK증권 손윤경 연구원은 “롯데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한 뒤 롯데그룹의 해외시업을 롯데쇼핑이 아니라 지주사가 직접 챙길 가능성이 높다”며 “롯데쇼핑과 호텔롯데가 해외 법인들에 대해 단행한 지배구조 개편이 지주사 전환 이후 지주사가 해외 사업을 직접 챙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기초 작업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호텔롯데의 상장이 이뤄져야 큰 틀에서 지주회사 전환이 완료된다는 건 변함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 계열사 분할·합병 작업이 호텔롯데 상장에 어떤 역할을 하게될지 주목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번 계열사 분할·합병과 관련해 “지주회사 전환을 염두에 두고 진행 중인 것은 맞지만, 아직 구체적인 사항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