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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철의 2017 대선 파헤치기-⑥] TV토론, 더 심한 네거티브 나와야한다
김구철 전 아리랑TV미디어고문  |  gucheol@naver.com  |  승인 2017.04.21  17:00:13

난타전으로 끝난 TV토론

   
 

대선 후보들의 TV 토론이 한창이다. 4월 19일 KBS 토론은 자연 다큐멘터리를 연상케 했다. 문재인은 여러 마리의 하이에나에 포위당한 암사자를 연상케 했다. 문재인은 포위는 당했을지언정 치명상을 입지는 않았다. 숫사자는 단독으로 너댓 마리의 하이에나를 쫓아낼 위압감이 있지만, 암사자는 하이에나가 3마리만 넘으면 쫓기고 때로 치명상을 입는다. 다음에 똑같은 상황이 되면, 치명상을 피한 문재인이 숫사자로 변신해 있을지도 모른다.

몇 차례 토론에서 유승민, 심상정 두 후보는 ‘잘 했다’, 홍준표는 ‘평균점’을,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손해 본 것으로 평가받았다. 후보들을 한데 뒤섞어 토론하면 불공평하다. 메이저 후보는 자칫 군소 후보를 건드려 예리한 공격이라도 받으면 난처하다. 게다가 직접 경쟁하는 다른 메이저 후보를 견제하기에 바빠 군소 후보에게는 질문다운 질문도 던지지 않는다.

군소 후보는 민감하고 당황스런 개인적 신상보다는 객관적인 정책 토론만 하면 되니, ‘토론 잘 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TV토론은 메이저 후보와 군소 후보를 분리해야 한다. 그리고 메이저 후보의 기준은 현재의 지지율로 정하면 안 된다. 일정 기간 변치 않는 의석 수를 기준으로 하든지, 최근 6개월의 지지율이 20%를 넘는 후보로 하든지 확실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지난 3회분과 5회분에서 지적했듯이 최근 2,3주 동안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최근 2,3주 사이 급등락하고 있으며, 검증 국면에서 추가로 더 빠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에서는 공격적인 미국식 토론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토론 훈련에 연기 훈련까지 받은 서구 지도자와, 글로만 배우고 훈련한 우리 정치인을 같은 잣대로 평가해서도 안 된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유승민 의원의 바른정당 경선 토론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남경필은 미국을 대표하는 명문 예일대에서 토론 실력을 쌓았고, 유승민은 미국 경제학 박사다. 거기에 당내 경선이고, 단 2명이 맞상대했다. 비교할 걸 비교해야 한다.

   
▲ 지난 19일 오후 KBS에서 열린 두번째 대선 TV토론에 앞서 후보들이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토론은, 토론에서 지는 듯한 것이 잘한 토론인 경우가 훨씬 더 많다. 필자의 경험으로, TV토론도 이기고 선거도 이긴 대통령 후보는 2002년 노무현 외에는 없었다. 1992년 YS는 아예 DJ와의 TV토론을 피했고, 1997년 DJ는 젊은 법조인 이회창, 이인제와의 토론에서 오히려 밀렸다. 2007년 이명박은 잘 생긴 앵커 출신 정동영에게 일방적으로 당했고, 2012년 박근혜 역시 문재인, 이정희의 협공에 시달리고도 당선됐다.

TV토론이 투표에 미치는 영향은 3% 내외로 ‘크지 않다’는 것이 정설이다. 대개의 유권자는 지지 후보가 TV 토론을 잘 했다고 평가하고, 결심을 굳히는 계기로 삼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지지율 3%란 ‘어마어마한’ 수치다. 결국 1997년 대선, 2002년 대선, 2012년 대선의 승부는 3% 이내의 부동표에 의해 결정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후보는 TV토론을 ‘잘 준비’하고, ‘잘 토론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잘 준비’하고, ‘잘 토론해야’ 한다는 의미가 중요하다. TV토론의 본질이나 목적에 관한 인식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역설 : 2시간 만에 검증될 정도로 얕은 지도자라면..

TV토론을 통해 후보의 비전과 철학, 정책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한다. 웃기는 이야기다. 만일 2시간만에 철저히 검증당할 정도로 얕은 비전과 철학, 정책이라면 대통령 후보로서 절대 자격이 없다. 일개 장관조차 대개 이틀에 걸친 청문회에서 검증하는데 대통령을 2시간만에 검증한다고? 여러 차례 하니까 검증할 수 있을 거라고? 그러면 왜 나올 때마다 똑같은 레퍼터리로 상대를 공격하는가? 1대 1, 양자 토론도 아니고 ‘5자 자유 토론’으로?

TV토론을 통해 검증되는 것은 지적 능력이 아니다. 심력이랄까, 정서적 안정성이랄까. 상대가 흰소리해도 당황하지 않고 품위를 지킬 수 있는지, 자신의 메시지를 냉정하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지가 검증대상이다. 상대가 뻔뻔하리만치 거짓말해도 흥분하지 않고 추궁할 수 있는지가 검증대상이다. 상대의 주장과 비난을 차분히 듣고 논리적 결함을 찾아내 결정적으로 반박할 수 있어야 한다. 스튜디오에 조명이 켜지고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면 벌써 기가 죽어 진땀을 흘리는 심약한 자는 아예 논외다.(이 대목을 놓고 특정 후보를 떠올리지 않기를!)

문재인 후보는 “왜 나만 두고”라고 불평하지 마시라. 선두이기 때문에 당연히 당하는 일이다. 만일 토론에서 안 건드릴 테니 4등 할래? 아니면 토론에서 포위 공격당해도 선두 할래? 선택은 자명하지 않은가? 4명의 다른 후보가 모두 자신에게 달려드는 상황을 즐겨야 한다. 앞으로 당선돼 대통령이 되더라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TV토론은 비전과 정책에 관한 토론이어야 한다면서, 인신 공격이나 네거티브에 대해 점잖게 경계하는 자들이 많다. 천만의 말씀이다. TV토론은 정책 논쟁에 그쳐서는 안 된다. 더 치열한 인신 공격이 나와야 한다. 더 심한 네거티브가 튀어나와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미래 대통령이, 불편한 직언도 삭이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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