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미 철강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철강 수입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령하는 내용의 행정각서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에는 미국 무역법에 따라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270일 내에 수입되는 철강 제품이 정해진 양에 맞게 들어오는지 또는 안보에 해를 끼칠 위험이 있는지 조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사가 마무리된 이후 90일 내에 수입 철강 제품을 제한할지 또는 무역과 관련해 또다른 조치를 취할지 결정해야 한다.
조사 결과에 따라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발동 등 수입 제한 조치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돼,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장벽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016년 3000만 메트릭t의 철강을 수입했으며, 2015년에는 3500만t의 철강을 외국으로부터 들여왔다.
외국으로부터 수입된 철강은 건물, 다리, 상하수도관 건설 및 석유, 천연가스 생산에 사용된다. 미국은 주로 캐나다, 브라질, 한국, 멕시코, 일본, 독일로부터 철강을 수입했다. 중국산 철강의 경우 이미 반덤핑, 상계관세가 부과되고 있기 때문에 리스트에서 제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미국산 철강을 위한 역사적인 날"이라며 "미국 근로자와 미국산 철강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하고 "덤핑이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 노동자 보호는 내가 지금 대통령으로서 앉아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의 철강 생산 유지는 우리 국가 안보와 산업 기반 보호에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철강은 우리 경제와 국방 모두에 중요하다. 다른 나라에 의존해선 안 되는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수입 제품의 미국 안보 침해 여부를 상무부가 조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62년 이 법이 제정된 이후 2011년 철광석과 철강 반(半)제품에 대한 조사를 한 것이 유일한 법 적용 사례여서, 대통령이 직접 이 조항을 발령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트럼프 정부가 55년 된 무역확장법 232조를 되살려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철강 수입에 새 무역장벽을 도입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행정각서는 즉각 발효됐으며, 상무부는 앞으로 최장 270일 동안 조사를 하게 되어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상무부 조사가 "50일 만에 완료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미 정부는 최근 한국과 중국, 호주 등 외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수입 장벽을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