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ature-Coexistence(자연-공존), 53×65.2㎝ Mixed Media, 2015. 프랑스 ‘SNBA(Sociètè Nationale des Beaux Art 2015)’에서 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최구자(Choi, Goo-Ja)작가의 최신작은 이러한 양식들과는 좀 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긴장감을 주는 기하적인 색면들이 종적을 감추고, 다시금 필치가 살아 움직이는 ‘그림다움’이 두드러진다.

명료한 구성이나 형태들이 상당 부분 마모되고 희석되는 불확실성과 모호함이 만연하게 되는데, 이러한 변화의 결과는 메타포가 풍부한 시적인 화면으로 귀결된다. 해체적이라 할 만한 변화다. 한편으로는 묵언 수행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 것은 아닐까.

 

▲ (좌)100×80.3㎝ (우)145×112㎝

 

‘그리기’보다는 ‘지우기’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 같은 면은 좀 더 경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사실 작가는 어떤 하나의 양식을 집중적으로 가동하다가도 어느 시점에 가서는 전혀 다른 양식으로 전환하거나 병행하는 일이 잦았다.

작가의 그림에서 평화의 개념 자체가 획일적 결합이 아니듯, 회화 양식 역시 변화무쌍한 것이 역설적으로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몸이 너무 아프다가도 이젤 앞에 앉기만 하면 거짓말처럼 낫곤 했다는 작가, 비슷한 체험이었거나, 아니면 그리기 자체의 상당한 치유 능력을 체험하였거나가 아닐까.

 

▲ (좌)145.5×112㎝ (우)91×72.7㎝

 

서두에 ‘그린다’는 것, 그것은 작가에게 어떤 의미와 의의일가 라고 물었던 물음으로 다시 돌아가자. 단언컨대 적어도 최구자(崔久子, CHOI GOO JA)작가에게 그림은 소중하고 절실한 영혼의 안식처였음이 분명하다.

 

▲ 60.6×72.7㎝

 

또한 오랜 삶의 도정을 겪어 오면서 구도자적 성찰과 자아실현의 場이 되었던 것 또한 분명해 보인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란 자신의 내면에 매장돼 있었던 원석을 캐내서 빛을 내는 부단한 수행일지도 모른다. 작가가 이번에는 또 어떤 광채로 우리에게 기쁨을 주게 될까 자못 기대된다. △글=이재언(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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