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의 관리는 넓은 의미에서 거주지(居住地) 관리의 일부로 다루어져야 한다. 대부분의 주택은 사유재산으로 소유자에게 관리의 책임이 있지만 도시를 구성하는 부분이고 지역사회 내에 존재하기 때문에 거주지 관리 차원에서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짧은 기간 내에 부족한 주택을 충족하기 위해 아파트와 같은 형식의 주택이 많이 공급되었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은 다수의 구분소유자와 이들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사용하는 공용 부분이 존재한다. 그 때문에 관리의 내용이 복잡하고 어려움이 있다. 물론 관리 업무를 집행하는 관리 주체가 있고 관리와 관련한 법제도를 비롯한 각종 지원체제, 행정상의 기준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필수적인 관리 업무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아파트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형성되는 특성상 거주 측면에서도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그런 이유로 거주지 관리 측면에서도 그다지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사회가 변화하고 있다. 출산율의 저하로 인한 인구 감소, 평균 수명의 증가로 인한 고령자의 증가가 인구구조의 패턴을 바꾸어놓았다. 평균적인 가족을 대표하는 단어는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또 독신가족으로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가구 구성을 기준으로 한 대규모 주거지의 개발 또한 인구구조의 변화에 맞추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저출산 고령화의 기조로 인해 인구감소 시대를 맞이한 지 오래인데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초래한 심각한 사회 문제 중의 하나는 ‘빈집 문제’이다.

일본에서 통계분류상 빈집은 사람이 상시 거주하지 않는 용도로 사용되는 일시적인 주택, 임대용, 매각용, 건축 중인 주택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중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 경우를 기타로 분류하고 있다. 기타로 분류되는 주택에는 전근, 병원 입원 등으로 거주 세대가 장기간 부재하는 주택, 재건축이 결정되어 철거가 결정된 주택이 포함된다.

가장 최근에 이루어진 통계조사의 결과를 보면 총 주택 약 600만호 중 빈집이 820만호였다. 주택 수 중 빈집의 비율을 나타내는 공가율은 13.5%인 셈이다.

장기간 거주하는 사람이 부재하는 기타의 공가는 다른 분류의 빈집에 비해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데, 일본의 경우 여기에 해당하는 빈집이 320만호이며 그중 단독주택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공가율은 1973년 조사에서 5.5%였으며 지속적으로 증가해 1993년 448만호였던 빈집 수가 20년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증가하는 빈집의 내용 면에서 임대나 매각용 주택보다 기타로 분류되는 빈집의 증가폭이 더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사회적인 현상으로 인해 주변 환경의 악화가 심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중앙정부 주도로 빈집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루어졌다. 총 2140호의 빈집 소유자를 특정해 조사를 실시했는데 빈집의 소유자는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55.6%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빈집의 소유자가 고령자가 많다는 것은 소유자가 직접 관리할 능력이 비교적 낮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관리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 응답자 4%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소유자나 소유자의 친척에 의해 관리하거나 미미하지만 부동산업자나 관리업자에 관리를 의뢰하기도 했다.

관리 내용은 외부 청소, 제초, 문단속, 주택의 통풍 및 환기, 내부 청소 순으로 위생과 보안의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연간 유지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은 1만엔부터 10만엔 사이가 약 55%였고 10만엔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는 경우는 25%였다. 비용을 들이지 않는 경우는 12% 정도였다.

주택의 소유자가 관리 면에서 우려하는 사항은 주택의 노후나 파손의 심화, 수목과 잡초의 번식, 도둑의 침입, 방화의 순으로 높았다. 관리상 문제점은 특별히 문제가 없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지만 고령자의 비율이 높았던 만큼 관리 작업이 힘들고 거리가 멀어서 관리가 어렵다는 의견이 높았다. 전반적으로 관리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소유자가 많지만 향후 5년 내에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을 통해 소유하는 빈집을 활용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높았다.

소유자 중에서도 고령자가 많기 때문에 빈집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고려하기보다는, 방치하거나 창고 등 주거 이외의 용도로 쓰려는 경향이 짙었다.

이러한 실태의 결과를 반영해 2015년에는 빈집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때 공적으로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제도가 정비되었다. ‘빈집 등 대책 추진에 관한 특별법’은 그대로 방치하면 붕괴 등을 비롯해 보안상 허점이 될 우려가 있는 상태의 주택, 위생상 현저하게 유해할 우려가 있는 상태의 주택,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경관을 해치는 주택, 주변 생활환경의 보전을 위해 방치해서는 안 되는 빈집 등을 ‘특정 빈집 등’으로 지정해 지도 및 권고를 하는 행정지도는 물론 필요할 경우 명령, 대집행까지 행정기관에서 조치할 수 있도록 권한이 주어진다.

주거지 내에서 단독주택의 빈집이 증가하면 외부의 위생, 보안 등 환경적인 문제가 가장 큰 위해요소임은 틀림없다. 집합건물 형식의 주택의 경우 또 다른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아파트를 비롯한 집합건물 형식의 주택은 공용 부분의 관리를 위해서 합의를 통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경우 빈집이 증가하더라도 외형적인 관리는 관리 주체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빈집 소유자의 관리에 대한 관심은 낮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노후 아파트의 경우 의사결정에 참여할 소유자를 특정하지 못한다면 합의를 이루어내지 못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현상들이 심화되어 인구구조의 변화, 재건축 사업성 확보의 어려움과 맞물린다면 신도시의 대규모 주택단지의 노후화가 초래하는 문제를 간과하기 힘들 것이다.

 

우리나라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의 결과에서는 전체 주택 중 6.5%, 약 107만호가 빈집으로 나타났고 농촌 지역의 노후 단독주택을 중심으로 빈집에 대한 정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2017년에 빈집 등 소규모 주택 정비 특례법이 제정되어 빈집의 대책에 대한 법률이 마련되었다. 이 법은 빈집 중에서도 개발이 어려워 방치될 우려가 있는 소규모 주택의 가로정비사업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노후화된 주택은 개발사업을 통해 재생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공식은 마치 재건축 연한을 기다렸다가 계획적인 관리를 더 이상 하지 않는 아파트처럼 빈집의 방치를 조장할 수도 있다.

빈집은 궁극적으로 지속 관리되어 주택으로서의 이용가치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해야 한다. 주택의 종류를 막론하고 빈집의 소유자라면 관리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관리를 위한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관리를 통해 노후화를 늦추고 수명을 연장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