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윤 모 씨는 최근 부모님과 베트남에 다녀왔다. 그는 여행 3일째 일정으로 하노이의 새벽 과일시장을 찾았다. 장을 보러 나온 인파에 오토바이까지 북적였지만 활기찬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윤 씨는 열대과일인 망고와 용과를 샀다. 식사는 호텔로 돌아가기 전 호안끼엠 호수 근처 쌀국수집에서 했다. 그는 “현지 가이드는 (해당 쌀국수집을) 유명한 맛집이라고 했다”며 “어머니도 손에 꼽을 정도로 맛있는 쌀국수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모 씨는 자녀들과 함께 지난해 태국 치앙마이를 여행했다. 여행사 소개로 엘리펀트 네이처 파크 원데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엘리펀트 네이처 파크는 코끼리 쇼나 벌목현장에서 고통 받았던 코끼리들을 돌봐주는 곳이다. 최 씨는 “처음에는 아이들도 커다란 크기에 놀라 코끼리에게 먹이 주기를 꺼려했다”면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코끼리와 인간이 친구처럼 지낼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현지인처럼 먹고 생활하고 여행하기

트래블러스맵 홈페이지에서는 이 같은 후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반 여행사와는 다른 상품을 취급하고 있음을 가늠할 수 있다. 트래블러스맵은 공정여행사다. 공정여행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대등한 관계를 맺는 공정무역에서 따온 개념으로, 여행지의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현지 문화를 느끼며 지역사회를 위해 소비하는 여행 방식이다.

트래블러스맵은 지난 2009년 1월 ‘여행협동조합MAP’이라는 명칭으로 문을 열었다. 같은 해 9월 트래블러스맵으로 사명을 바꾸고 이듬해 1월 국내 최초 여행부문 사회적 기업으로 고용노동부 인증을 받았다. 지난 2015년 27억2734만원이었던 총 판매액은 지난해 35억6356만원으로 뛰었다.

이 여행사는 △지역에는 최선의 기여를 △여행자에게는 최고의 기회를 △자연에는 최소의 영향을 주겠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트래블러스맵은 여행객들이 소비한 돈이 현지인들에게 직접 전달돼 지역경제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광 산업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다른 지역으로 새어나가는 현상을 ‘관광 누손율’이라고 부른다. 외부 자본으로 운영되는 숙소, 식당 등으로 여행객이 몰릴수록 관광 누손율은 높아질 공산이 크다.

트래블러스맵은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나 홈스테이, 현지 가이드, 현지 음식 등을 이용한다. 환경훼손을 우려해 대중교통 탑승과 도보여행에 무게를 둔다. 환경에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10명 내외의 소규모 여행을 지향한다.

주요 여행지는 네팔,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중국 등 아시아 지역과 이탈리아, 스페인, 남미 등 유럽 지역이다. 국내 여행지로는 강원도 곰배령, 지리산, 제주도, 청산도 등이 있다.

트래블러스맵의 여행상품은 크게 자유여행, 맞춤여행, 테마여행 3가지로 분류된다. 자유여행은 항공, 숙박, 교통편 등 예약 대행으로 여행 준비의 번거로움을 덜어준다. 공정여행 정보가 담긴 자료집이 제공된다. 맞춤여행은 가족, 동호회, 기업 등 고객의 기호에 맞춰 단체여행을 만들어준다. 테마여행은 트래블러스맵의 네트워크와 노하우가 최대한 발휘된 기획 여행프로그램이다.

트래블러스맵이 처음 판매한 상품은 지리산 둘레길 여생상품이었다. 지리산에 둘레길이 조성된 직후 인근 농가에서 혼자 사는 할머니들의 빈 방을 숙소로 마련했다. 할머니들이 차려주는 밥상으로 아침식사를 해결하는 트래킹 상품인 셈이다. 해외여행 상품 판매는 일자리가 없는 소수민족 여성들을 히말라야 등반 가이드포터로 육성하는 네팔의 사회적 기업 쓰리시스터즈와 손잡고 안나푸르나 트레킹 상품으로 시작했다.

20명의 직원 중 12명이 여행사업부에 포진돼 있다. 여행사업부는 여행상품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정보와 노하우가 부족했던 사업 초기에는 사전답사에 의지해 상품을 개발했다. 트래블러스맵은 올해로 9년째 여행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업력과 함께 현지 네트워크도 강화해왔다. 변형석 트래블러스맵 대표는 “캄보디아나 베트남은 지형적 특성 때문에 (초기 사전답사를 위해) 200㎞를 넘게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그렇게 얻은 경험을 축적해 시스템화했고 해외 네트워크사와 협력관계도 다져갔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 개발 프로세스를 따르면 대부분 지역에 대한 여행상품은 1~2일 정도면 만들어낼 수 있다”며 “현지 파트너사를 활용해 정보를 수집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여행 코스를 구성한다. 다만 안전한 여행을 위한 점검과 후속조치 작업은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트래블러스맵에게는 현지 네트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한 자산이다.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은 동남아 지역의 경우 현지인 가이드를 여행자에게 동반시킨다. 가이드 관리는 현지 사무실을 통해 트래블러스맵이 직접 수행한다. 현지 공정여행사로부터 가이드를 추천받기도 한다. 변 대표는 “현지 가이드나 현지 공정여행사와 여행한다는 것에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안정감을 느끼고 외지인들이 알 수 없는 명소들을 안내받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트래블러스맵에게도 어려운 시간은 있었다.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지난 2014년 관광여행시장은 얼어붙었다. 특히 틀래블러스맵의 주요 매출 상품에는 청소년 관련 여행상품도 있었다. 직전 연도부터 청소년 사업을 키우기 위해 부서를 신설하고 투자를 감행했다. 세월호 사고로 직후 1년간 청소년 사업이 중단되면서 청소년 사업부도 결국 문을 닫게 됐다. 실제로 지난 2013년 26억1453만원이었던 총 판매액은 2014년 21억7533만원으로 떨어졌다. 사업개편과 구조조정을 거친 후 지난해 평년 수준으로 안정을 되찾았다.

변 대표는 공정여행에 대한 편견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공정여행은 ‘비싸다’ ‘불편하다’라는 소비자들의 반감이 잦아들고 있다”며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하고 유기농 식품을 구매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그만큼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래블러스맵이 공정여행사라는 테두리 안에서만 경쟁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차별화된 여행상품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일반 여행사들과 견주어도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