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전성시대다. 굳이 4차 산업혁명의 변죽을 울리지 않더라도 우리는 알파고 쇼크를 통해 새삼 AI를 발견했으며, 또 열광하고 매료당하고 있다. 이제 AI는 공상과학 소설이 아닌 업종을 가리지 않는 비즈니스 통섭으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고, 그에 걸맞은 파괴적 변화를 창출하고 있다.

현재 구글과 페이스북, 삼성전자와 아마존까지. 미래를 선도한다는 찬사를 받고 있는 기업 중 AI에 집중하지 않는 곳은 없다. 하지만 AI를 천편일률적인 시각으로 재단하면 그 속에 숨어 있는 절대적인 차이를 너무 쉽게 간과하기 마련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 법이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플랫폼 사업자와 제조업자를 비롯해 소프트웨어 사업자의 AI 활용도는 분명히 다르다는 점이다.

여기서 카카오에 집중해야 한다. 생활밀착형 O2O 서비스를 바탕으로 메시징을 중심축으로 삼아 초연결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기업.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가교 역할을 맡아 자체적인 생태계 구축에 나서는 기업. 거대한 플랫폼이 아닌, 어쩌면 분절된 개인적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며 그 중심에 콘텐츠를 태워 보낼 수 있는 기업. 이런 카카오가 보여줄 수 있는 AI는 어떤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 카카오 초지능 연구센터. 출처 카카오

“움직인다”

카카오 AI 전략은 크게 두 축으로 움직인다. 바로 카카오브레인과 AI 부문이다.

카카오브레인은 ‘오픈과 협력을 추구하고, AI 발전에 공헌한다’는 목표로 국내 AI 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다양한 활동과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설립된 조직이다. 현재 김범수 CEO(겸 카카오 의장)와 김남주 연구 부문 총괄(전 자몽랩 연구 소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외부 인재를 영입하며 조직을 세팅하고 있다.

김병학 부문장이 이끄는 AI 부문은 미래 성장사업으로 추진 중인 인공지능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AI 연구개발 & 사업 전담 조직이다. 카카오가 기존에 보유한 음성인식, 추천, 검색, 데이터 커넥션 등 AI 관련 기술과 관련된 인력들을 하나의 조직에 모았다는 설명이다.

AI 부문은 카카오의 차세대 전략사업인 인공지능 관련 사업을 전담하는 조직으로, 카카오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과 더불어 이를 활용한 기존 서비스 고도화 및 신규 서비스 개발, 파트너 협업 등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비즈니스 혁신에 주력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연내 독자적인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과 이를 적용한 카카오 서비스 및 스마트 디바이스를 차례로 선보일 계획이다.

카카오는 초기 단계인 인공지능 기술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산학 협력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7일 서울대, 카이스트, 아산병원 등 학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50여명 규모의 딥러닝 연구 그룹인 ‘초지능 연구센터(Center for Superintelligence)’를 집중 지원하기 위한 산학협력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카카오와 초지능 연구센터는 문자, 음성, 이미지, 영상 데이터 전반을 망라하는 딥러닝 공동 연구를 비롯해 강화 학습, 비지도 학습, 신경망 학습 최적화 등에 관한 인공지능 원천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에 나선다. 이를 위해 1단계로 ▶이미지나 동영상으로부터 자동으로 상황에 맞는 대화를 생성하는 기술 ▶E2E(End-To-End) 방식의 음성 인식, 합성 및 화자 인식 기술 ▶텍스트로부터 개인화된 스타일로 음성을 합성하는 기술 ▶의료 영상 데이터를 분석해 질병을 판독하는 기술 등 총 7가지 연구과제를 선정해 본격적인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초지능 연구센터는 1단계에서 서울대 산업공학과 박종헌 교수,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김건희 교수와 송현오 교수(부임 예정),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이교구 교수, 카이스트 전산학과 오혜연 교수와 동대학 수학과 강완모 교수, 울산대 의대 김남국 교수 등 그간 딥러닝 분야에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해온 교수진들이 참여해 오픈 리서치 형태로 세계를 주도할 딥러닝 기술 개발하며 다양한 존재감을 보여줄 전망이다.

또 카카오는 구글이 개발한 기계학습 엔진인 텐서플로우(TensorFlow)의 한국사용자 모임과 함께 오는 7월 3일부터 28일까지 제주에서 인공지능(AI) 기술 활성화를 위한 ‘머신 러닝 캠프 제주 2017’을 개최한다. 키노트 연사로는 뉴욕대(NYU) 조경현 교수, 미시건대(MU) 이홍락 교수, 구글 수석 연구원 제프 딘(Jeff Dean), 구글 텐서플로 기술 책임 라잣 몬가(Rajat Monga)등이 참여한다. 캠프 기간 동안 참가자들과 연구를 진행할 멘토단은 카카오브레인의 김남주 연구 부분 총괄과 홍콩과학기술대(HKUST) 김성훈 교수 등 국내외 유명 연구자들로 구성했다.

카카오의 투자 자회사 케이큐브벤처스는 AI 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에도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케이큐브벤처스는 AI 기반의 의료영상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루닛(LUNIT)과 AI 기반 시스템 생물학 기술을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 기업 스탠다임(STANDYGM)에 초기 투자를 진행했다. 또한 AI 기반의 컴퓨터 비전 기술을 활용한 드론 기업 유비파이에도 투자한 바 있다. 케이큐브벤처스는 앞으로도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AI 창업팀과 창업자를 찾아 지속적으로 투자 규모를 확대한다.

▲ 머신 러닝 캠프 제주 2017. 출처 카카오

카카오 AI 생태계… “열릴 수밖에 없다”는 중의적 표현

카카오는 모바일 혁명을 기점으로 소프트웨어 기술력인 카카오톡을 핵심으로 삼는다. 어떤 방식일까? 처음에는 거의 무료에 가까운 메시징이라는 점이 어필됐다. 비용이 들어가는 문자에 익숙한 상태에서 동일한 기능을 저렴한 데이터 요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

여기에 그쳤다면 지금의 카카오는 없다. 더 들어갔다. 다음과 합병하며 포털의 강력한 플랫폼 운용 노하우를 체화한 상태에서 일종의 생활밀착형 창구로 변신하기에 이르렀다. 카카오를 중심으로 모바일 플랫폼을 구성,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깊숙하게 스며드는 방법론이다. 자연스럽게 O2O의 방향성이 대두되었으며, 또 당연하게 이를 카카오톡 생태계로 체화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다양한 콘텐츠 사업과 연결되며 로엔을 인수하고, 카카오페이를 출시하며 교통 서비스를 비롯해 운송 전반, 심지어 장보기 기능까지 덧대어지는 이유다. 카카오톡의 볼륨이 커지며 단순한 메시징을 초월하는 모바일 플랫폼의 고도화다.

▲ 카카오톡 장보기. 출처 카카오

하지만 진짜 어려운 것은 지금부터다. 그 이상의 퀀텀점프는 어떻게 시도할 것인가? 무작정 다양한 기능을 탑재해 카카오톡을 기계적으로 살찌우는 것이 답일까? 위험하다.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위해 솔루션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은 당연한 이치지만, 만약 사용자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넓이’에만 매몰될 경우 오히려 플랫폼은 붕괴되고 만다. 게다가 각각의 기계적 서비스는 서비스의 질적인 측면을 장기적으로 담보할 수 없다는 리스크도 가진다.

카카오가 AI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여기에는 내적인 이유에 해당되는 서비스 고도화뿐 아니라, 외적인 변화도 분명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IT 기업은 물론 일반적이고 전통적인 기업들이 초연결 인프라를 중심으로 소위 스마트 팩토리의 방법론까지 설정하는 상태에서, AI가 없으면 IT 기업의, 특히 플랫폼 기업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위험한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점은, AI를 빠르게 흡수하려는 카카오가 시기적이나 서비스 모델적 측면에서 보면 분명 행운아에 속한다는 점이다. 이는 무슨 뜻일까? 카카오는 모바일 생태계를 O2O적 방향성을 잡아 확장시키고 발전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점은 고객이 원하는 사용자 경험을 빠르고 확실하게 보여줘야 하는 것이며, AI는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통합 플랫폼 사업자이면서 각 고객의 철저한 개인화 플랫폼을 동시에 보유하고 구축하고 있는 ‘카카오톡’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어차피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지향한다면, 똑똑하고 기민하게 전개할 필요가 있으며 당연히 AI는 윤활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카카오가 모든 것을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우선 글로벌 경쟁자가 보여주는 규모의 경제를 온전히 따라가기 어렵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리고 모든 것을 다 한다는 발상 자체가 현실성이 없다는 것도 중요하다. 인터페이스 하나만 변해도 ICT 생활 패턴이 급변하는 세상이다. 채팅봇이 AI와 만나는 순간, 심지어 개발자도 예상하지 못한 돌발변수가 발생하는 세상이다. 카카오가 카카오브레인을 통해 중장기적 AI 플랜을 짜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카카오는 총체적 AI 생태계를 노릴 수밖에 없다. 카카오브레인과 AI 부문의 역량을 투 트랙 전략으로 가져가며 스타트업의 반짝반짝 빛나는 인프라를 덧대는 대단위 플랫폼 생태계 전략이다. 이를 통해 카카오가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생활밀착형 서비스는 더욱 고도화되며, 연결의 힘은 새로운 유무형의 가치 플랫폼이 되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창출되는 방식이다. 호텔이 없어도 호텔 사업을 할 수 있는 ICT 플랫폼 시대. 카카오는 AI에 특화된 강력한 사용자 경험의 확보적 측면에서 AI를 통해 날개를 달 수 있다는 뜻이다.

궁극적으로 카카오는 중국의 텐센트 방향성을 따라가야 한다. 자체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초연결을 O2O의 방향성을 풀어내며,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해 고객들을 꽁꽁 묶어야 한다. 카카오페이가 흐르고 로엔의 콘텐츠가 춤을 춰야 하며, 이 세상 모든 것을 담아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최소한 연결고리는 남겨두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확장의 개념을 무작정 추구하기에는 분명한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카카오는 역으로 자신들의 본원적 가치인 생활밀착형 서비스의 질적인 확대를 추구할 수밖에 없고, AI가 답이 될 수 있다. ‘나’와 ‘대중’이 연결되는 총체적이면서 개인적 플랫폼을 원만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만드는 힘이 중요하다.

상상하자. 아침에 일어나 카카오 AI 스피커가 브리핑하는 간밤의 뉴스를 기분 좋게 들으며 개인화된 플랫폼이 나를 회사로 이끌고, 각각의 방식을 정교하게 추천하고 제공하는 세상을. 여기서 중요한 것은 플랫폼의 속성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이 있기에 AI를 통해 비상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흥미롭게도 열림과 협력의 의미를 내포한다.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도 열림과 협력이고, 서비스의 완성도 열림과 협력으로 규정할 수 있다. 바로 여기에 카카오 AI 인사이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