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18일(현지시간)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인 F8의 막을 올렸다. 지난해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며 페이스북이 원하는 그림을 보여줬다면, 올해 F8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쉽게 말해, 페이스북이 진짜 원하는 것이다. 증강현실에 대한 관심이 눈길을 끈다.

일단 카메라 효과 플랫폼(Camera Effects Platform)이 있다. 지난 3월 공개된 페이스북 카메라 효과를 통해 사진 꾸미기부터 증강현실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마스크 효과 등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F8에서는 여러 작가(디자이너)나 개발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효과를 직접 제작할 수 있는 개발 도구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카메라 효과 플랫폼은 프레임 스튜디오(Frames Studio)와 AR 스튜디오(AR Studio) 두 가지로 구성된다. 프레임 스튜디오의 경우 기본적인 생태계 확장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온라인 크리에이티브 편집기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일종의 강력한 플랫폼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 마크 저커버그. 출처=페이스북

눈길을 끄는 것은 AR 스튜디오다. 현재 베타 신청을 접수 중인 AR 스튜디오는 증강현실 기술을 기반으로 움직임, 주변 환경, 실시간 방송 도중의 상호작용 등에 반응하는 마스크, 스크립트, 애니메이션 등의 효과를 제작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왜 증강현실일까? 단기적 관점에서 생각하면 경쟁자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상장을 통해 존재감을 다듬고 있는 스냅챗 등의 SNS 기업들을 맞아 기존 인프라 강화를 위해 새로운 사용자 경험이라는 카드를 뽑았다는 뜻이다. 스냅챗이 증강현실 기기 스펙터클스 등을 통해 일종의 생태계 수직계열화를 노리며 낮은 연령의 이용자를 정조준한 상태에서, 일종의 방어전략이다.

하지만 페이스북 입장에서 아직 갈 길이 먼 스냅챗이 주요 동기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 중요한 노림수는 증강현실의 매력 그 자체에 있어 보인다. 애플이 아이폰을 통해 증강현실 생태계를 연결해 일종의 초연결 소통 플랫폼의 가치를 사용자 경험의 새로운 실험으로 삼는 것처럼, 페이스북도 증강현실을 통해 SNS 특유의 연결 생태계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증강현실은 훌륭한 무기가 될 수 있으며, 스마트폰에 갇힌 페이스북을 새로운 플랫폼으로 안내할 수 있는 메시아가 된다. 당연히 페이스북은 자체 증강현실 기기를 제작해 일종의 생태계 수직계열화까지 노릴 수 있다. 또 한 번, 스마트폰에게 허락된 시간이 짧아지고 있다.

여기까지가 증강현실에서 본 페이스북의 포인트라면, 페이스북 스페이스는 또 다른 노림수를 보여줘 눈길을 끈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오큘러스 리프트를 위한 베타 버전이 공개된 새로운 VR 애플리케이션 페이스북 스페이스를 사용하면 서로 다른 장소에 있는 친구들과 모두가 같은 방에 있는 것처럼 함께 재미있는 가상현실 환경을 즐길 수 있다.

가상현실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으며, 가상 마커(virtual marker)로 허공에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또 메신저 영상 통화 기능을 통해 친구들과 간편하게 통화할 수 있고, 마치 셀카봉을 사용하듯 스스로의 가상현실 경험을 사진으로 남기고 페이스북에서 공유할 수 있다.

무엇을 의미할까. 이는 VR소셜의 방향성으로 이미 일정부분 공개된 전략이다. SNS의 본질로 돌아가 이해하면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SNS라는 소통의 플랫폼을 통해 각자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것을 넘어, 아예 자신들이 구축한 새로운 세계로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오큘러스 인수의 큰 그림이 이제야 본격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셈이다.

이는 다른 각도에서 보면, 페이스북 그 자체가 운영체제가 되려는 노림수와도 연결된다. 우리가 PC를 사용하며 윈도를 열듯,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안드로이드와 iOS를 구동하듯 페이스북은 연결의 SNS를 통해 아예 가상세계를 미래 소통의 플랫폼으로 구축하려는 로드맵이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방법을 페이스북이라는 플랫폼으로 성공시켰다면, 이제는 아예 페이스북 스페이스를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리스크도 있다. 최근 가상현실 게임에서 가끔 발생하는 성추행 문제 등으로 알 수 있듯이, 새로운 세상의 연결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실질적 세상이기 때문에 다양한 부작용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모바일 혁명의 중심에서 스마트폰을 플랫폼으로 삼아 텍스트와 동영상 수준으로 연결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 이는 정치 및 사회적 영역에서 풀어야 하지만 페이스북도 시작 단계에서 반드시 고민해야 한다.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동영상을 중심으로 서로를 연결하며, 또 플랫폼에 체류하는 시간이 늘어나기를 바랬으나 가끔 살인사건 및 범죄 현장 중계로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이 지점에서 가상의 세상에 갑자기 사람들을 밀어넣을 경우 벌어질 최악의 상황에 대한 경우의 수는 반드시 필요하다.

한 발 더 나아가 새로운 세상의 주인이 되려는 페이스북의 도덕성 문제도 따져봐야 한다. 페이스북 로그인과 페이스북 메신저 접속에 이용되는 계정을 연동하는 것과 다양한 분석 툴 등은 모두 수익적 측면에서 실시되는 일이다. 기존 많은 기업들이 비슷한 서비스를 벌이고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플랫폼에 존재하는 개인의 정보를 분석해 기업에게 판매하는 것을 핵심 비즈니스로 삼는다.

이 대목에서 연결 그 자체를 아예 새로운 세상에 집중시켜 또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는 의도치 않게 일정수준 이상의 도덕성을 전제로 하게 된다. 그런데 개인 정보를 확보해 장사를 하는 페이스북이 새로운 초연결의 주인이 되는 부분. 여기가 핵심이다. 이 부분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

한편 페이스북은 전 세계 개발자들과 각 지역의 개발자들이 서로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개발자 서클’을 공개했으며 전 세계 1억4000만 장소에 관련된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는 플레이스 그래프(Places Graph)도 선 보였다.

여기에 아이덴티티와 페이스북 애널리틱스에 대한 소개도 있었다. 개인의 일상을 더 확실하게 분석할테니, 기업에게 지갑을 열라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