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게임을 60분 남짓 해봤다. 빠져들지, 접을지를 판단하는 최소시간이다.

게임명: 직장백서: 애자일의 신 / 서비스: 미탭스플러스 / 개발: 미탭스플러스 / 플랫폼: 모바일 / 장르: 텍스트게임

퇴근하고 종종 게임을 한다. 모바일게임은 잠들기 전에 해야 제맛이다. 가끔 일 때문에 게임을 할 때도 있지만. 아무렴 어떤가. 그냥 취미로 할 때든 일로 할 때든 게임에 담긴 본연의 재미를 최대한 느껴보려 한다. 그래야 스트레스가 풀린다.

그렇다면 회사와 일이 소재인 게임은 어떨까. 물론 타이쿤(Tycoon)류 게임이 없던 건 아니다. 건설-경영 시뮬레이션으로도 볼 수 있는데 나름 팬층이 두텁다. 자신만의 경영방식으로 새로운 사업을 개척해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현실에선 말단사원이라고 해도 게임에선 CEO가 될 수 있다.

▲ '직장백서: 애자일의 신' 메인 타이틀 이미지. 출처=미탭스플러스

회사가 배경인 게임 또 하나가 나왔다. 타이쿤은 아니다. 모바일 광고회사 미탭스플러스가 만든 ‘직장백서: 애자일의 신’이다. 스마트폰에 깔아두고 한참을 그냥 뒀다. 퇴근하고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창구가 게임인데, 굳이 게임에서도 사무실엘 가야 하나 싶어서였다.

부제목에 들어간 ‘애자일’이란 용어도 그리 친숙하게 다가오진 않는다. 소프트웨어 개발의 한 방법론인데, 이게 요즘은 조직 혁신의 방법론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사전적 뜻을 보면 ‘민첩한, 기민한, 머리의 회전이 빠른’ 대충 이런 의미다. 모르긴 몰라도 이런 조직이 생산성이 뛰어날 거다.

 

선택의 연속, 8가지 엔딩

한가한 주말, 때가 왔다. 자기계발 서적 펼치는 마음으로 직장백서를 실행했다. ‘그래도 게임인데 재미있지 않을까?’ 사전정보를 그리 많이 알고 있진 않았다. 장르가 텍스트게임이란 점과 회사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다는 게 알고 있는 전부였다.

“내 이름은 조재성. IT 개발 컨설팅 회사인 ‘애자일 플러스’를 설립하고 운영하고 있다.” 유저 이름을 정하자 이런 독백으로 프롤로그가 시작됐다. 곧바로 권영철 대표란 사람에게 전화가 왔다. 그는 소셜 데이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썸소프트를 경영한다. 대뜸 제안을 했다. 자기 회사 개발팀을 단기간 코칭해줄 수 있냐고.

▲ '직장백서: 애자일의 신' 플레이 스크린샷. 출처=게임화면 캡처
▲ '직장백서: 애자일의 신' 플레이 스크린샷. 출처=게임화면 캡처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를 받아들여야 본격적으로 게임이 시작되니까. 게임은 마치 e북을 보는 것처럼 진행된다. 앞서 자기계발서 서적 펼치는 마음이랬는데 진짜 책을 읽는 느낌일 줄이야. 이야기와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선택의 순간이 온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송호영 썸소프트 과장이 말을 걸어온다. “괜찮으시면 저희와 함께 식사하시겠어요?” 선택지는 2가지다. ‘회사를 전반적으로 알아볼 기회가 필요하다. 다른 공간을 둘러보자’와 ‘팀원들에 대해 알아갈 좋은 기회다. 함께 식사하자.’ 게임은 이렇게 선택의 연속이다. 경우에 따라 잘리기도 한다는데 아직 쫓겨나진 않았다. 비록 김병문 과장이 난리를 쳐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사실 텍스트게임은 처음이었다. 그런 까닭에 이 게임이 전형적인 텍스트게임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긴 어렵다. 특정 장르는 기본적으로 너무 어려워서 초보자가 즐기기 어렵기도 하다. 이 게임은 그렇지 않다. e북을 읽는 감각으로 즐길 수 있으니까. 경쾌한 음악까지 더해져 리딩보단 게이밍의 느낌이 산다.

직장백서는 ‘애자일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시뮬레이션 같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애자일이란 게 뭔지를 사례를 통해 습득하게 된다. 게임을 가장한 직장인 교육용 애플리케이션(앱)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의혹을 품다가도 이내 몰입하게 된다. 돌발 상황과 마주하면서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잔머리를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선택에 따라 엔딩이 달라진다. 총 8개의 엔딩이 있다. 엔딩을 볼 때마다 배지를 받을 수 있으니, 게이밍의 궁극적 목표는 배지 8개를 모으는 거다. ‘엔딩 목록’이란 메뉴에 들어가면 이런 설명이 나온다. “순간의 선택, 서로 다른 8개의 결과 다양한 선택을 통해 경험하고 이해하는 애자일 이야기. 당신의 엔딩이 해피 엔딩일지 아닐지는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 '직장백서: 애자일의 신' 플레이 스크린샷. 출처=게임화면 캡처
▲ '직장백서: 애자일의 신' 플레이 스크린샷. 출처=게임화면 캡처
▲ '직장백서: 애자일의 신' 플레이 스크린샷. 출처=게임화면 캡처
▲ '직장백서: 애자일의 신' 플레이 스크린샷. 출처=게임화면 캡처
▲ '직장백서: 애자일의 신' 플레이 스크린샷. 출처=게임화면 캡처

 

아메리카노 좀 마시게 해주세요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일단 아메리카노 때문에 너무 답답하다. 무슨 얘기냐고? 게임화면 상단을 보면 아메리카노 아이콘과 개수가 나온다. 게임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아이템이다. 챕터 중간중간에 아메리카노를 소진해야 계속 진행이 가능하다. ‘애니팡’에 등장하는 ‘하트’와 그 역할이 비슷하다.

아메리카노와 하트가 다른 점도 있다. 하트는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채워지지만 아메리카노는 그렇지 않다. 중간에 랜덤보상으로 얻을 수도 있지만 결국은 게임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된다. 계속 하고 싶으면 상점을 찾아야만 한다. 일단 현금결제로 아메리카노를 살 수 있다. SNS에 이 게임 광고문구를 공유해도 아메리카노를 준다.

▲ '직장백서: 애자일의 신' 상점 메뉴. 출처=게임화면 캡처
▲ '직장백서: 애자일의 신' 상점 무료충전소. 출처=게임화면 캡처

무료충전도 가능하긴 하다. 여러 프로모션형 무료충전 방식이 존재한다. 이런 식이다. 특정 앱을 설치한다든지 자동차보험 상담 신청을 한다든지 어떤 서비스 회원가입을 하면 각각 아메리카노를 준다. 다 떠나서 몹시 번거로운 일이다.

여기서 막히는 순간 유저는 고민하게 된다. 게임을 그만둘 것인가를. 차라리 생각 없이 광고 한편을 보면 보상해주는 식이면 덜할지 모르겠다. 모바일 유저는 대체로 인내심이 없다. 아메리카노 보상체계를 좀더 유연하게 가다듬으면 유저를 붙잡아두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애자일이란 걸 제대로 알아서 남 주나. 재미는 물론 유익하기까지 하다는 얘기다. 직장인으로서 공감하는 포인트도 있을 거고, 우리 회사와는 다른 모습의 가상 회사를 보면서 지혜를 얻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나. 여러 등장인물로부터 내 모습을 비춰볼 수도 있겠다. 결국엔 지금의 현실보다 더 나은 방식을 상상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