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기아차 멕시코 공장 전경 / 출처 = 기아자동차

기아자동차가 인도에 약 1조원을 투입해 연 30만대 규모의 공장을 설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설립하게 되면,  기아차의 첫 인도 공장이면서 5번째 해외 생산 기지다.

인도 공장說···기아차 “확정된 바 없어”

17일(현지시간) 인도 이코노믹타임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기아차는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州) 아난타푸르 지역을 공장 부지로 확정하고 이달 중 주정부와 투자 협정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믹타임스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기아차가 2019년까지 연간 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출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최종적으로 1030억루피(약 1조8148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는 소식도 덧붙였다.

공장이 세워질 경우 우선적으로 소형 승용차, 인도 현지 전략차종 등이 생산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인도에 공장을 세우기 위해 계속해서 상황을 검토해온 것은 맞다”면서도 “현재까지는 아무 것도 확정된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인도 정부가 소위 ‘언론 플레이’를 통해 기아차를 압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장이 생길 경우 고용창출, 세수효과 등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이 때문에 각 나라에서 앞서나가는 추측이 나올 때가 자주 있다”며 “유럽의 경우 체코, 아일랜드 등에서 현대차가 2공장을 착공한다는 소식이 계속 들리고, 미국도 2공장 착공한다는 보도가 꾸준히 나온다. 하지만 사실로 확인된 경우는 없다”고 언급했다.

다른 관계자는 “인도 공장 신설 가능성은 10년 넘게 이어진 얘기로, 박한우 기아차 사장이 올해 상반기 중 인도 공장에 착공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이 (이번 공장 설립 이슈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재 대선 이슈가 걸린 상황에 기아차가 이 같은 계획을 확정짓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상황을 감안할 때 지금 시점에 해외에 생산기지를 늘린다는 소식을 밝힐  때는 아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잠재력 있는 시장···“진출은 시간 문제”

다만 기아차가 그간 꾸준히 현지 진출 가능성을 고려해왔고, 인도 시장의 잠재력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공장 건설은 ‘시기의 문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는 분석이다.

인도의 승용차 시장 규모는 연간 약 295만대 수준으로, 수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2020년에는 인도 시장 규모가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로 도약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서는 현지 생산이 더 유리한 곳이기도 하다. 인도의 승용차 관세는 약 60%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아차가 아직 인도 시장에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현대차와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점도 있다. 현대차는 현재 인도 첸나이에 연간 생산 65만대 수준의 공장을 운영 중이다. 현지에서 스즈키에 이어 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는 브랜드기도 하다. 기아차가 공장을 지을 경우 현대차의 영업망과 협력업체 등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인도의 경우 높은 성장성을 가진 시장으로, 현대차 역시 공장 가동률 102.3%를 기록할 정도로 상황이 좋다”며 “기아차 역시 언젠가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소형 차량을 생산해 인도 내수시장 및 유럽 시장 수출 등에 대응하는 방법 등이 유력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8일 내놓은 기업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인도시장은 A·B 세그먼트 중심이라 현대차와의 차급간섭효과 이슈가 존재하고 작년 가동을 시작한 멕시코 공장 사업 안정화 지연, 최근 중국 공장 부진 및 통상임금 이슈 등으로 대규모 설비투자 결정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양호한 장기성장 전망을 감안할 때 인도시장 진출 필요성은 존재한다“고 밝혔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멕시코 공장 상황, 글로벌 재고 처리 문제 등을 감안했을 때 (지금이) 인도 공장 설립 발표를 할 ‘타이밍’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장기적으로 기아차가 인도에 공장을 세워야한다는 것은 맞지만, 시간의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