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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시사경제 독법] 지정학적 리스크, 반전 드라마 펼칠까?
김동환 시사경제 칼럼니스트  |  edaean@naver.com  |  승인 2017.04.18  17:27:36
   

최근 들어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인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더불어 다음달로 다가온 대선에도 이른바 안보프레임이 고착이 되면서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으며 상승세를 이어가던 우리 주식시장도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사실 분단된 지 60년이 훨씬 넘은 상황에서 이런 종류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한두 번도 아니었고 그때마다 그러다 만 다행스런 역사를 갖고 있기에 이번에도 별일 없을 것이라는 관성의 시각이 있는가 하면, 상황이 예년하고 다르고 심상치 않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그럼 과연 무엇이 예전의 리스크와 본질적으로 다른가? 김정은이 아버지인 김정일보다 호전적이다? 북한 핵 실험이 진전되어 위험이 질적으로 달라졌다? 우리 정치권이 지금 대선 전 중이라 대응이 미흡하다?

그렇다. 모두 타당한 지적이다. 하지만 이번의 리스크가 유별난 것의 본질은 미국의 리더십의 변화, 즉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이다.

사실 이번 북한 리스크가 표면화된 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선제 타격을 할 수 있다는 경고에 이어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의 만찬 도중에 시리아에 대한 폭격을 명령한 것, 또한 IS 은거지에 대한 최고의 폭탄, 모압의 투하와 항공모함 칼빈슨호의 한반도 부근 전개 같은 전례 없이 신속한 군사적 조치들이 이어지면서 부각된 것이다. 트럼프는 오바마와 달리 한다면 할 것이라는 염려가 확산된 것이 본질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또 다른 면을 봐야 한다. 세 차례의 만남에도 공동성명 같은 단일한 입장에 대한 발표도 없이 헤어진 미중 정상을 보면서 지구촌의 모든 언론은 미중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질 것이고 이 대치가 회복세인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세계 금융시장도 이를 반영해 변동성을 키웠다. 특별히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유독 커 보였고 우리 주식시장은 때마침 매도로 돌아섰던 외국인 투자를 보면서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총리가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있다. 이날 그들은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미사일 공격과 북한 핵 위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뉴시스

트럼프는 사업가 출신이기도 하지만 방송인 출신이기도 하다. 방송인은 항상 세상의 주목을 끌기를 원한다. 그래야 시청률이 잘 나오고 본인의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주목을 끌기 위해서는 반전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만난 지 나흘 만에 전격적으로 시진핑과 통화를 한데 이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시진핑은 정말 좋은 사람이고 이른바 케미가 맞는다고 했다.

또 중국은 정말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하더니 급기야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먼저 밝히기까지 했다. 여기에 두 시간에 걸친 독대 사실도 알려지면서 그 자리에서 1년에 4000억달러에 달하는 무역 적자 문제도 중국이 북한 핵을 영구히 제거하는 데 기여한다면 인정하겠다는 제안을 했다는 게 알려졌다. 이른바 빅딜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제안이다.

여기서 우리는 트럼프가 여느 미국 대통령과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지금까지의 미국 대통령들은 모든 걸 다 가지려다 하나도 챙기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는 게 트럼프의 인식이다. 필자도 동의한다. 트럼프는 사업가 출신답게 본인에게 더 중요한 걸 취하는 대신 상대가 원하는 걸 주는 유연함을 보여준 것이다.

고집불통에 일방적인 이미지의 트럼프의 이러한 협상을 예상한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제안을 받은 시진핑은 당황해 하며 시간을 달라고 했을 것이다. 나흘 만에 이뤄진 두 정상간의 전화 통화는 이 통 큰 제안을 확인하고 받아들이는 절차였을 것이다. 

결국 중국이 채찍을 들고 움직이고 있다. 석탄 수입을 전면 금지한 데 이어 베이징과 평양간 항공기 정기 노선을 폐지해 버렸다. 북한 핵은 중국에게도 눈의 가시 같은 존재인데 이걸 없애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 1년에 4000억달러의 대가를 챙길 수 있는데 마다할 일이 아니다.

어차피 시진핑에게 김정은은 결국 길들여야 할 철없는 젊은이이기도 하다. 동시에 당근도 줄 것이다. 바오류(保六) 즉 6% 대 성장은 공산당이 보장한다는 정도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미국으로의 수출이 유지되어야 한다. 올해 말 집권 2기를 준비해야 할 시진핑의 입장에서 미국과의 불필요한 마찰과 소란은 결코 원하는 바가 아니다. 여기에 트럼프의 4000억달러짜리 선물 보따리까지 챙길 수 있다면 뭐라도 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의 이이제이 전략이 먹히는 것이다.

다시 돌아보자. 트럼프와 시진핑 간의 정상회담 전과 후 과연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인 리스크는 고조된 것이 맞나? 미중 양국이 북핵에 대해 불협화음을 보이면서 불통인 상황과 소통하면서 팀워크를 이루고 있는 지금의 상황, 과연 어느 쪽이 더 위험한 것인가?

물론 미국과 중국으로부터의 압력을 견디지 못한 북한의 핵 실험 강행과 ICBM발사와 같은 도발과 미국의 군사적인 대응과 그에 대한 북한의 남한 공격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는 어제 오늘의 것은 아니다.트럼프가 유연한 협상가라는 걸 중국이 보았고 한국이 보았으며 또 북한의 김정은도 보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과 중국의 악화된 관계는 어떻게 될까? 중국 당국은 여전히 사드는 제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작 사드로 인한 경제 보복을 한 적은 없다고 한다. 한 적이 없으니 재제를 풀 일도 없다.

그렇다. 결국 중국의 대한 경제 재제는 완화될 것이다. 어쩌면 미중 간에 북핵이 제거될 때까지사드 배치는 인정한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을 수도 있고 반대로 중국이 북한을 설득하는 동안에는 사드의 완전한 배치를 연기한다는 합의가 있을 수도 있다.

방한한 펜스 부통령을 수행한 고위 관계자가 사드 배치는 새로운 정부와 협의할 사안이라는 코멘트, 과연 단순한 말 실수일까? 여기에 중국이 한국을 경제적으로  제재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중국의 이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중국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사드로 인한 우리 경제의 타격은 더 확산되지 않을 것이다.

지정학적인 리스크의 부각은 자산가치의 순간적인 하락을 초래했고 그 때마다 용기 있는 투자자들에겐 더 큰 수익의 기회를 줘왔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는 확신은 없다. 미국의 군사적인 압박은 계속될 것이며 예상 밖의 재난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파국을 원하는 측은 없다.

더불어 안도를 하게 하는 건 트럼프가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만드는 일방적인 위험인자가 아닌 해결자로서 기능할 수도 있다는 걸 확인한 것이다. 이제 공은 중국과 시진핑에게 넘어가 있다. 이미 중국의 고위 협상팀이 김정은 측과 접촉하고 있다는 풍문, 왠지 기대를 하게 한다. 투자란 공포를 이기고 탐욕을 억제하는 것이란 새삼스런 경구를 이번에도 되새김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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