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회사원 A 씨는 최근 출장 차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에서 1개월간 머물게 됐다. 회사에서 근무지 근처로 숙소를 잡아준 까닭에 출퇴근에는 불편함이 없었다. 문제는 여가시간이었다.

평일 퇴근 이후 시간이나 주말에는 자가용이 없어 숙소 인근에 머물러야 했다. 낯선 지역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는 쉽지 않았다. 처음 며칠은 시내버스를 타고 관광지를 찾아 다녔지만 쉽게 지치고 불편했다. 그는 “렌터카 대여를 알아봤지만 하루 단위만 대여가 가능했다. 대여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포기했다”며 “결국 제주도 풍경을 제대로 즐겨보지도 못하고 서울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사용자의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또 다른 새로운 실험이 제주에서 시작된다. 현대캐피탈이 렌트시장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준비를 하고 있다. 상반기 중에 본격 가시화될 예정이지만 이미 시장에서는 관심이 크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새로운 렌트 개념이다. 이제는 제주도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관광객은 렌트를 필요한 시간만큼 언제 어디서든 빌릴 수 있다. 현대캐피탈의 카셰어링 렌트 ‘딜카’ 서비스다. ‘딜카’ 서비스는 공유경제 서비스다.

제주도 내의 렌트사업자를 플랫폼 하나로 묶어서 고객들에게 시간 단위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카카오 택시’를 연상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현대캐피탈은 일반 자동차는 물론, 전기차 카셰어링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시간 단위로 나눠 타는 ‘카셰어링’

카셰어링은 차량을 예약하고 자신의 위치와 가까운 주차장에서 차를 빌린 후 반납하는 ‘공유경제형 서비스’의 일환이다. 최소 하루 빌려야 되는 렌터카와 달리 카셰어링은 시간 단위로 이용 가능하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개인 간 카셰어링 서비스도 가능하지만, 국내에서는 법으로 허용되지 않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제주도, 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카셰어링 브랜드 ‘딜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딜카에서 소비자와 렌트사들을 연결해주는 ‘플랫폼 공급자’ 역할을 맡는다. 카셰어링을 원하는 소비자는 현대캐피탈이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제휴 렌트사 차량 중 최적의 차량을 배정받는다. 소비자는 딜카 전용 모바일 앱으로 차량을 예약하면 된다. 렌트사는 고객이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차량을 가져다주고 반납과 파손 점검도 챙겨준다. 앱은 이달 시범 서비스를 거쳐 올해 상반기 내 정식 오픈할 예정이다.

현대캐피탈이 거주 인구가 많은 서울·수도권과 함께 제주도 카셰어링 인프라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주도는 타원형 모양의 지형에 정가운데에는 한라산이 자리 잡고 있다. 상권이 제주시와 서귀포시 중심에 집중돼 있어 다른 지역 거주민들은 장을 보거나 여가생활 등을 위해서 장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구성원이 많은 가구일수록 1차량으로는 생활이 불편할 공산이 크다. 제주도가 다른 지역보다 인구당 자동차 보유율이 높은 이유다. 2015년 기준 제주 지역 일반가구 자동차 보유율은 72.5%다. 이는 울산(76.2%)과 세종(75.0%)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보유율이고, 전국 평균 65.1% 대비 7.1%(p)포인트 높다. 반면 자동차 보유가구 중 자가주차장 확보비율은 68.9%로 제주 지역이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전국 평균 83.8% 대비 14.9%포인트 차이가 난다.

현대캐피탈 딜카는 제주도의 전기차 카셰어링 인프라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달 말 제주도 전기차 카셰어링 사업자 입찰에서 단독사업자로 선정됐다. 본 사업은 지난해 12월 제주도청 홈페이지를 통해 입찰 공고돼 제안서 발표 등 경쟁 입찰로 진행됐다.

이번 계약으로 현대캐피탈은 제주도 전기차 카셰어링 사업의 주관사업자로 향후 3년간 사업 독점권을 갖게 된다. 단계별 사업진행을 통해 올해 6월에는 관광객 대상 1단계 론칭을 진행한다. 올해 여름 휴가 시즌에는 제주도에서 전기차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 올해 하반기에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2단계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캐피탈은 2020년까지 제주도민 전체가 전기차 카셰어링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캐피탈의 제주도 전기차 카셰어링 사업은 도내 중소형 렌트사와 협업을 통해 상생모델로 진행된다. 현대캐피탈은 카셰어링 운영에 필요한 플랫폼을 제공하고 통일된 브랜딩과 홍보 및 마케팅도 지원한다. 이번 카셰어링 사업은 100% 전기차로 운영돼 제주도의 도정방향인 ‘CFI 2030(Carbon Free Island 2030)’에도 부합할 것으로 기대된다.

CFI는 제주도가 지난 2012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저탄소 녹색성장 모델이다. 신재생 에너지와 연계해 ‘탄소 없는 섬’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 당시 계획안을 보면 올해까지 도내 운행 자동차 중 10%, 2020년 30%, 2030년에는 100%를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 현대캐피탈은 제주도 전기차 카셰어링 사업자 입찰에서 단독사업자로 선정됐다.(사진출처=현대캐피탈)

지난 2013년 전국 최초로 전기차가 제주도에 보급됐다. 2015년에는 ‘제주특별자치도 전기자동차 보급 촉진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조례’(이하 전기차 조례)가 제정됐다. 같은 해 ‘바람으로 달리는 전기자동차의 글로벌 메카 제주, 전기차 중장기 종합계획(안)’을 발표하고 2020년 전기차 30% 보급 목표를 40%로 상향조정했다.

CFI 중간성적을 살펴보면 만족스러운 상황은 아니다. 올해 2월 현재 제주도 전체 차량 35만4450대 중 1.8%(6395대)만이 전기차다. 이는 올해 연말까지 10%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에 못 미친다. 제주도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확충해 전기차 보급률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제주 지역 전기차 충전기 수는 9월 3224개에서 △10월 3383개 △11월 3638개 △12월 4007개로 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해 10월 ‘전기차 2.0시대’를 선언하고 전기차 구매 시 보조금 지원에서 인프라 확충으로 전기차 정책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 이용이 편리하다는 인식을 확산시켜 전기차 제조사들의 자발적인 가격 경쟁을 이끌어내겠다는 것.

현대캐피탈은 플랫폼 제공자로서 제주도 카셰어링 시장에 관여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제주도 내에 있는 렌트카 사업자들과 협업을 통해 카셰어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제주 현지시장) 내부에서 카셰어링 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친환경을 지향하는 제주도의 도정 방향뿐 아니라 현대자동차와 시너지도 카셰어링 전략에 이점”이라며 “현대자동차그룹에 속해 있는 금융사인 만큼 고객들에게 현대차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커다란 의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