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복학을 앞둔 A씨는 학교 인근에 원룸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았다. A씨의 학교가 자리 잡고 있는 서울 관악구 일대 원룸은 청년층 월세 비율이 가장 높고, 3.3㎡당 평균월세가 9만원으로 서울에서 4번째로 비싼 지역이다.
조금이라도 저렴한 방을 구하려 발품을 팔던 A씨는 이 지역 원룸 주인들이 모두 담합해 매년 관리비와 월세를 똑같은 비율로 올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임대인 B씨로부터 들었다. 임대인 B씨는 “올해 인근 원룸 주인들 모두 2만원씩 관리비를 올려 받기로 했으나 특별히 남은 방 하나를 올리지 않은 가격으로 주겠다”고 A씨에게 말하더라는 것.
주요 대학가 업무지구를 중심으로 주거난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월세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대업자들의 ‘담합’으로 청년 주거 푸어들의 거주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8월부터 시행한 ‘주택월세계약조사’를 통해 서울시내 전입세대의 월세계약을 분석한 결과, 주요 대학가와 업무지구의 임대료는 그 외 지역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3.3㎡당 임대료는 주요대학가가 7만4000원, 중심업무지구는 8만4000원으로 나타났고 그 외 지역은 5만6000원으로 비교적 낮은 임대료를 기록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종로와 중구, 용산 지역의 3.3㎡당 평균 월세액이 12만2000원으로 가장 비쌌고 동작과 관악 지역이 9만3000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서울시내에서도 비싸기로 유명한 강남과 서초 지역은 8만9000원으로 동작‧관악지역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마포‧서대문 7만9000원 ▲성동‧광진 7만7000원 ▲영등포 5만8000원 ▲성북‧동대문 4만8000원 순으로 월세가 가장 저렴한 곳은 성북과 동대문 지역으로 동작‧관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청년층의 월세가 많은 지역은 월세가액 역시 높게 나타났다. 청년층의 월세 계약건수가 많이 조사된 지역은 관악과 마포, 강서, 용산, 성동 순이며 월세액이 높은 순서는 동작과 용산, 마포, 관악, 성동 지역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청년층의 주거비율이 높은 주요대학가와 업무지구의 월세액이 다른 주거지역보다 높아짐에 따라 청년 주거 부담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또 A씨의 경우처럼 청년층 월세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원룸 주인들끼리의 담합이 기승하고 있어 주거난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대학 주변은 대학 기숙사가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수요가 꾸준하게 몰려, 대학가 원룸 주인들은 공실 걱정이 없다. 방이 비게 될 염려가 없어 원룸촌 주인들은 담합을 통해 월세 또는 관리비의 명복으로 작게는 1~2만원에서 많게는 5만원 이상씩 담합이 이뤄지고 있다.
관악구 일대 대학생과 청년층들을 대상으로 중개업을 하는 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원룸촌 주인들의 월세 담합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는 일들”이라며 “대학 기숙사는 부족하고 정부의 정책도 아직 미미해 청년들이 머물 곳은 한정적이니 울며 겨자 먹기로 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주택정책과 전월세팀 관계자는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주택월세계약’조사를 통해 청년층 주거 안정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라며 “아직까지는 단편적인 월세계약 자료수집에 불과하지만 꾸준한 통계자료 수집을 통해 청년층들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