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미아동에 사는 박씨는 기초생활수급자다. 그는 작년에 파산 신청하는 과정에서 힘들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혀를 내 둘렀다.

박씨는 기초생활수급자였기 때문에 법원에 소송구조신청을 했다. 소송구조는 민사절차에서 극빈자, 장애인, 노약자를 위해 법원이 변호사를 선임해 주는 제도다. 형사절차에서 국선변호인이 선임되는 것과 유사하다. 법원은 박씨에게 소송구조 변호사를 선정해 주었다.

박씨는 변호사가 있었지만 절차과정에서 너무 애를 먹었다고 토로했다. 변호사는 처음 신청서 접수 시 선임계만 법원에 제출하고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모두 스스로 일을 처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소송구조제도가 있으나마나 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백주선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회장이 총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처럼 소송구조인단에 포함된 변호사들이 파산과 회생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13일 한국 파산회생변호사회(회장 백주선 변호사)는 변호사회관에서 제2회 총회를 열고 활동을 넓혀나가기로 했다. 이 단체는 현재 도산법률업계에 채무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법조단체가 없다는 반성에서 출발해 만들어진 단체다.

대부분 젊은 변호사들로 이루어진 이 단체는 파산과 회생분야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사례연구와 의견교환을 해왔다.

이날 총회에서 소속 변호사들은 채무자의 권리구제를 위한 현실적 대안을 논의했다. 그중 하나로 향후 ‘국선채무조정지원인 제도’ 도입을 연구과제로 삼기로 하고, 회생법원 및 서울변협 등 관계기관과 협의하기로 했다.

이 제도는 박 씨와 같이 채무조정을 위해 회생 또는 파산절차를 밟을 때, 법원이 도산전문변호사를 선정해 이들이 절차를 대리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제도는 파산과 회생 신청 이전에 채무자가 채권자의 혹독한 채권추심 받는 단계에서부터 도산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뿐만 아니라 일반개인도 변호사를 선정받을 수 있도록 논의 중이다.

이를 위해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는 서울회생법원과 협의해 제도의 내용과 도입시기를 조율하기로 했다. 또 금융복지상담센터와 연계해 채무자가 재건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채무상담 및 채무조정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백주선 파산회생변호사회 회장은 “이 제도를 반드시 도입시켜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채무자들에 대한 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채무자들이 하루 빨리 경제주체로서 사회에 복귀시키는 데 이바지하고, 궁극적으로 이들이 가정과 사회 안에서 균형적인 성장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회원들이 단합을 결의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양인정 기자

이날 총회에는 김관기 도산법연구회 회장을 비롯하여 파산관재인으로 활동하는 홍현필, 이이수, 김태영 변호사와 주빌리 은행 고문변호사인 이헌욱 변호사가 참석했다.

특히 이날 미국에서 파산변호사로 활동하는 김원근 변호사(버지니주, 매릴랜드주 변호사)가 참석해 미국 선진적인 개인파산과 개인회생제도에 대해 강연했다. 김 변호사는 미국사회의 파산제도의 운영 실태를 생생하게 전하며 현재 한국의 파산제도운영이 미국에 비해 매우 보수적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