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장안평 중고차 시장 전경.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 직장인 김모씨(30, 여)는 최근 중고차를 구매하려다 불쾌한 경험을 했다. 여러 종류의 차량을 저울질하다 결국 구매를 포기한다고 말하자, 영업사원이 여성이라고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하더라는 것. 허위매물로 자신을 유도하려는 듯한 말도 들었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회사 측에 항의했지만 ‘죄송하다’는 답변만 돌아올 뿐,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김씨는 “유명 중고차 업체에서 품질을 ‘인증’ 한다길래 찾았던 것이라 더욱 황당하다”고 말했다.

대다수 중고차 업체가 차량 품질에 대한 ‘인증’을 진행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판매하는 딜러에 대한 관리는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증 제도’가 중고차 업계에 대한 불신을 해소해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별 딜러에 대한 검증을 병행하지 않는다면 ‘반쪽짜리’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핫’한 중고차 시장, 늘어가는 고객 불만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중고차 시장은 국토교통부 집계 기준 중고차 거래량이 2009년 196만여대에서 2012년 328만여대, 2016년 378만여대 수준으로 뛰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20조~30조원대 규모다.

투명하지 않은 시장 문화 탓에 소비자 피해도 동반 상승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중고차 매매’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2228건에 이른다. 차량 자체에 대한 불만도 있지만, 사고정보 고지 미흡, 침수차 미고지 등 판매자의 ‘신뢰’와 직결된 접수도 상당했다는 게 소비자원 측의 설명이다.

SK엔카 등 대형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 투명화를 위해  힘을 쏟게 된 배경이다. 대부분 ‘인증’을 키워드로 꼽았다. 철저한 검사를 통해 차량에 대한 품질을 보증하는 게 골자다. 침수차·사고차 등 이력을 정확하게 알리겠다는 의도도 담겼다. SK엔카직영 등 일부 업체는 보증 차량에 대해 1년/2만km 수준으로 사후 서비스까지 실시하고 있다.

문제는 차량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과 별개로 앞선 김씨와 같은 피해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거래가 활발하고 중소·영세 사업자가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시장의 특성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제품을 파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얘기다.

허위·미끼매물 등 고객들이 가장 많이 피해를 입는 사례들 역시 차보다는 사람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사고가 난 ‘차’보다는 이 사실을 숨기는 ‘사람’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고 제품인지라 품질에 대한 확신이 중요하긴 하지만, 파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눈여겨봐야한다”며 “중고차 사업을 하는 기업들은 차를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중소·영세 딜러사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현장에 가서는 브랜드 이미지 없이 고객-딜러가 1:1로 만나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의 경우 중고차 자체에 대한 투명화 작업에는 속도가 붙었지만 딜러에 대한 보증은 아직 불분명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중고차 사고 이력에만 집중하며 진행하는 품질 인증이 ‘반쪽 짜리’라는 비판이다.

구조의 문제···“기업·정부 적극 나서야”

물론 중고차 판매사들중 일부는 각자 이중·삼중 안전장치를 마련하며 힘을 쏟고 있다. SK엔카 등은 허위매물 등으로 고객 불만이 이어질 경우 딜러사를 퇴출하는 등 강력한 규제안을 마련해놨다. ‘안심딜러’ 등 등록 딜러를 엄선해주는 시스템도 갖췄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같은 딜러가 여러개의 이름으로 사이트에 매물을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허위매물 등 딜러의 문제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을 100% 예방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며 “개별 딜러가 중고차 회사에 돈을 지불하고 인증마크를 받거나 매물을 올릴 수 있게 돼있는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중고차 스타트업 회사들중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형식적인 ‘딜러 인증’이 아니라 실제 꼼꼼한 자체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중고차 모바일 어플 ‘첫차’의 경우 서비스 론칭 때부터 엄격한 딜러 인증 시스템을 도입했다. 서류심사, 대면심사 정도만 거치는 경쟁사와 달리 직접 근무 환경지를 찾아가 딜러를 ‘인증’하는 제도를 업계 최초로 선보인 것이다. 첫차 관계자는 “3년여간 전체 신청딜러 가운데 20% 가량을 탈락시킬 만큼 심사과정이 깐깐하다”고 자신했다.

이달 중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는 ‘중고나라’ 역시 이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까지 ‘중고나라 인증 딜러’를 모집, 50명의 핵심 인력만 운용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무조건 매물을 많이 확보해 세를 키우는 것보다는 신뢰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영업 방향을 이쪽으로 정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같은 방식을 수백·수천명의 딜러를 관리해야 하는 사업장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고차 O2O 서비스 ‘오토업’을 운영하는 김선황 대표는  “사이트 등을 운영하는 기업과 영세 딜러들의 상생이 가장 중요한데, 딜러 인증에 대한 꾸준한 문제제기와 양측 합의를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한다”고 말했다.

김필수 한국중고차협회 회장은  “딜러 문제는 중고차 시장 선진화에 대한 핵심과제로 수년째 언급되고 있는 사안"이라며 "체계적인 딜러증 발급·관리 정책을 진행하는 등 정부에서 직접 나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