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ICT 기업의 화두는 생태계 조성에 있다. 단일 제품을 단일 시장에서 판매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지 않기 때문에, 차라리 플랫폼 사업자를 자임하며 변화무쌍한 콘텐츠의 폭풍이 '알아서' 스며드는 것을 지향하는 분위기다.

다만 이러한 방법론은 주로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강조되었으나 최근 하드웨어 업계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있어 눈길을 끈다. 물론 하드웨어 업계에 생태계 방법론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으로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창출하려는 시도가 벌어지며 더욱 고조되었다는 뜻이다.

여기에 '진심'이라는, 다소 사업적 마인드와 거리가 있어 보이는 추상적 개념이 덧대어지면 어떤 효과가 나타날까? 갤럭시S8의 이야기다.

▲ 기자회견에 나선 고동진 사장.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진심과 노력"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13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갤럭시S8은 삼성전자가 소비자 신뢰와 사랑을 되찾고 다시 시작하는 첫 제품이 될 것"이라며 "의미있는 혁신과 최고의 품질을 제공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진심이 잘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갤럭시노트7을 출시하며 '장인정신으로 만든 스마트폰'이라는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던 것을 고려하면 새로울 것 없는 레토릭이다. 하지만 야심차게 출시한 갤럭시노트7이 발화에 의한 단종으로 사라진 후 브랜드 가치 훼손이라는 쓰라린 아픔을 간진하게 된 삼성전자가 이번 갤럭시S8을 통해 '진심'과 '노력'을 언급한 것은 의미가 다르게 다가온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일단 갤럭시S8의 스펙적인 부분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충분한 진심과 노력이 느껴진다는 후문이다. 기기 전면의 80% 이상을 화면으로 채워 화면 안팎의 경계를 허문 인피니티 디스플레이(Infinity display)와 듀얼 엣지 디스플레이로 입체감을 살린 것은 물론, 디스플레이를 둘러싼 상하좌우의 모든 베젤을 최소화해 화면 크기를 극대화한 지점은 놀라운 사용자 경험 포인트다.

▲ 갤럭시S8.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물리적인 홈 버튼을 없애며 전작 대비 디스플레이가 약 18% 커졌지만 컴팩트한 디자인을 유지한 대목과 세계 최초로 UHD 얼라이언스의 ‘모바일 HDR 프리미엄’ 인증을 받은 화면을 인증받은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보이스(Voice) △비전(Vision) △리마인더(Reminder) △홈(Home) 등 4가지 기능을 중심으로 딥러닝 기술을 적용한 빅스비도 눈길을 끈다.

나아가 비밀번호, 패턴, PIN, 지문, 홍채를 지원하며 역대 최고 수준의 강력한 보안 인프라를 구축했으며 삼성패스와의 연동도 준수하다. 10nm 프로세서를 업계 최초로 탑재해 소비 전력은 획기적으로 줄이고, 전작 대비 CPU 성능은 10% 이상, 그래픽 성능은 21% 이상 향상됐다. 또한 하만(Harman)의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AKG의 튜닝 기술로 더욱 향상된 음질을 제공하는 고성능 이어폰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결론적으로 삼성전자는 갤럭시S8을 통해 프리미엄 본연의 가치를 충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론을 구사했으며, 이는 진심과 노력이라는 키워드로 이해되고 있다. 고동진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5년 후, 10년 후 돌이켜보면, 갤럭시S8부터 새로운 스마트폰 경험이 시작됐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제품을 기획하려 노력했다"며 "제품과 서비스가 어떻게 진화하는지, 우리 생활을 어떻게 바꾸게 될 것인지 예상하면 더 의미 있는 제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기자회견에 나선 고동진 사장.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갤럭시 생태계...'눈길'
다만 진심과 노력으로만 갤럭시S8의 강점을 설명하기는 다소 아쉽다. 여기에는 약간 복잡한 삼성전자의 비전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바로 갤럭시S8 생태계다.

사실 스마트폰 생태계, 특히 하드웨어 생태계에서 프리미엄의 가치를 녹여내려는 파격적인 시도는 LG G5가 선배다. LG G5는 모듈식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보여주며 각 기기의 물리적 연결과 확장을 통해 사용자 경험의 핵심을 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스크가 너무 컸다. SCM(공급물류망) 인프라 미비로 적재적소에 부품이 수급되지 않아 기기 판매의 적기를 놓쳤고, 각 연결기기에서 이격문제가 발생하는 등 기본적인 실책이 겹쳤기 때문이다. 프리미엄과 모듈식을 내세워 하드웨어 생태계 혁명을 일으키려 했으나 끝내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갤럭시S8은 이 지점에도 다소 영악하다. 우선 홍채인식을 매개로 삼아 삼성패스와 연결하는 지점이 중요하다. 별도의 하드웨어 기기를 더하여 눈에 보이는 생태계 확장을 노리는 것이 아닌 스마트폰 자체를 철저히 기본 플랫폼으로 삼아 소프트웨어 기능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가닥을 잡았다. 갤럭시S8의 모든 스펙을 최고조로 가다듬는 한편 특별한 기술적 강점으로 별도의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뜻이다. 그 지향점을 핀테크의 방향성으로 정리한 것도 고무적이다. 삼성전자는 삼성페이를 비롯한 간편결제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기점으로 다양한 금융 서비스 커버리지까지 범위를 넓히게 됐다.

▲ 갤럭시S8.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모바일 게임 그래픽을 구현하기 위해 넷마블게임즈와 손을 잡은 부분도 갤럭시S8 자체를 플랫폼으로 이해하고 소프트웨어 연대로 방향을 끌어간 결정적인 장면이다. 당연히 인공지능 빅스비도 이러한 생태계 확장에 힘을 더할 전망이다.

정리하자면 갤럭시S8이라는 하드웨어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다양한 소프트웨어 기능의 강점을 촘촘히 연결, 확장을 거듭하는 생태계 전략이다.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엑소(EXO) 스마트 커버'라는 제품을 출시하는 한편 항공권 조회, 예매 탑승 수속 등 아시아나 항공의 다양한 멤버십 서비스를 더욱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갤럭시S8 아시아나폰과 결제 대금 확인, 모바일 결제, 멤버십 포인트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갤럭시 S8 하나카드폰도 마찬가지다.

▲ 갤럭시S8과 기어 360.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또 신세계 그룹 공통의 UI∙UX 를 적용한 임직원 전용 갤럭시 S8 신세계와 인터넷 전문 은행 최초의 전용 스마트폰 갤럭시S8 케이뱅크까지 업종별 특화된 플랫폼으로 차별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며, 모바일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한다.

덱스는 B2B적 관점에서 특히 눈길을 끈다. 침체 일변도를 겪는 PC 시장을 되살리는 한편 스마트워크적 측면에서 새로운 생태계 확장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상현실 기기 기어 VR과 새로운 350 카메라도 독특한 갤럭시 생태계를 받쳐줄 전망이다.

물론 이러한 시도가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당장 빅스비의 경우 SDK 개방을 통한 오픈 생태계를 추구하고 있으나 실제 서드파티의 합류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이며, 실제적인 인터페이스 이상의 비전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기는 매우 부족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 기자회견에 나선 고동진 사장.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하지만 진심과 노력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바탕으로 삼아 갤럭시 생태계를 확충하려는 삼성전자의 실험은 그 자체로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그 어느 순간보다 스마트폰을 철저한 모바일 O2O 플랫폼으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