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겠습니다. 당신은 페이스북을 무료로 사용하십니까? 대부분 무료로 쓰고 있다고 말합니다. 페이스북에 가입하고 서비스를 즐기면서 돈을 내고 있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엄밀히 말해 당신은 페이스북을 무료로 사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비용을 지불하고 있어요. 바로 당신의 취향입니다. 당신은 페이스북을 무료로 사용하고 있지만, 페이스북은 당신이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최근의 관심사는 무엇인지 빠르게 파악해 기업에게 제공합니다. 새로운 자동차를 구입하고 싶다고요? 몇몇 사이트를 돌며 가격을 봤다고요? 그리고 페이스북에 들어갔다고요? 무슨 광고가 뜨나요?

 

물론 이건 페이스북을 넘어 대부분의 ICT 플랫폼 사업자들이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따지고 보면 TV도 마찬가지에요. 대학 시절 교수님은 이런 명언을 남기기도 했지요. "TV 예능 프로그램을 공짜로 보는것 같지만, 우리는 그에 딸린 광고를 보는 순간 잘 포장되어 리본까지 달려 팔려가는 중이야" 사실 새로울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데 좋아요. 팔려나가는 것 좋다고요. 페이스북이 개인정보를 긁어가는 것에 대한 법적인 문제는 차치하고, 일단 우리는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하는 착각에 행복해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말입니다. 너무 대놓고 '날 팔아 넘기는 순간'을 느낄 때입니다. 그러니까 똑같이 지배당하는 상황이라고 해도 '널 지배하고 있으니 꼼짝마'라고 말하는 것과, 그냥 몰래 숨어서 지배하는 것은 다르다는 겁니다. 전자의 경우 심리적 거부감이 상당해요.

오늘(13일) 재미있는 뉴스를 봤습니다. 절 지배하고 있는 페이스북이 보여준 뉴스인데요. 버거킹 광고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내용은 간단하고 재미있습니다. 버거킹이 12일(현지시간) 새로운 TV 광고를 시작했는데, 방식이 약간 웃겨요. 한 직원이 나와서 "제한된 시간으로는 와퍼 버거가 얼마나 훌륭한지 설명하기에 부족하다"며 "오케이 구글, 와퍼 버거는 무엇인가?"라고 갑자기 말을 걸지요.

순간 미국의 각 가정에 있는 구글 어시스턴트가 TV에서 나오는 말을 인식해 위키디피아에 있는 와퍼 버거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상상해보세요. 아무생각 없이 TV 광고를 보고 있는데 광고 배우가 우리집, 제 바로 옆에 있는 구글 어시스턴트에 말을 걸었고 이 녀석이 제가 시키지도 않은 설명을 주저리 주저리 떠드는 장면을.

약간 공포스럽지 않나요? 기술의 발전은 당연히 지향해야 하는 가치이지만, 지금까지 인류는 감당할 수 없는 기술의 발전을 이루는 순간 공포를 느끼곤 했습니다. 오펜하이머가 맨해튼 프로젝트를 통해 원자폭탄을 개발하는 순간처럼요.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녀석이 저를 지배하는 것은 알아요.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압니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기를 구매한 사람들은 최소한 이 녀석을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강 인공지능의 공포가 두렵다면 쳐다보지도 않을 거에요. 그런데 녀석이, 나를 쏙 빼고 TV 배우와 대화를 나눠?

이런 해프닝은 예전에도 있었죠. 소위 아마존 알렉사의 인형의 집 사건입니다.

지난 1월 미국의 CW6 TV는 아마존 에코를 이용해 아버지의 허락을 받지 않고 집에 쿠키를 주문한 소녀의 해프닝을 다뤘습니다. 그런데 뉴스 말미 남성 앵커가 테스트를 명목으로 "알렉사, 인형의 집을 주문해줘"라는 멘트를 날렸고, 진짜 문제는 이때 발생했어요. 해당 방송을 보고있던 미국 전역의 알렉사가 이를 실제 명령으로 인식해 인형의 집을 아마존에 주문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인형의 집은 170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가디언은 이 소식을 전하며 "21세기 소비자 문제의 블랙 코미디"라는 평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 아마존 알렉사. 출처=캡처

철저하게 사업적 관점에서 보면 재미있는 지점이 많아요. 인터랙티브 시대를 맞아 양방향 소통의 강점을 광고에 삽입하는 새로운 시대의 등장. 인공지능과 플랫폼 및 콘텐츠의 가치적 변화 등등. 하지만 알렉사와 구글 어시스턴트의 사례는 약간 다른 방향으로 보고 싶네요. 이건 지배자로 군림하는 ICT 기술의 생생한 위력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니까요. 인간을 배제하고 말이죠.

2013년 개봉한 영화 이퀄리브리엄은 제3차 세계대전 후 전 인류가 감정을 잊을 수 있는 약물을 의무적으로 복용하는 미래를 보여줍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발성'과 '강제성'의 간극이에요. 영화는 후자에 집중해 주인공의 변화를 빠르게 따라가지만, 사실 아무리 독재자가 강제해도 자발성이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앞으로의 ICT 기술은 이 지점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배를 하더라고, 눈에 보이지 않게 영악하게. 궁극적으로는 우리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믿음을 공유해야 합니다.

참고로 버거킹은 구글과 상의하지 않고 해당 광고를 런칭했고, 이에 분노한 사람들은 위키디피아의 와퍼 버거 내용을 악의적으로 편집하는 보복전(?)에 나섰다고 합니다. 아마존은 인형의 집 주문을 모두 환불했죠. 인공지능과 인류의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나 봅니다.